26년 전 카툰 캐릭터로 태어나 TV애니메이션으로 수차례 만들어졌지만, 극장용 실사영화로 만들어진 것은 이번이 처음. 극장판 <가필드>는 ‘귀차니즘’을 온몸으로 웅변하는 가필드의 캐릭터, TV 보고 남 괴롭히고 라자니아에 집착하는 그의 일상을 소개하면서, 이야기의 큰 줄기로 가필드 집에 입양된 강아지 오디의 실종 사건을 꾸려넣었다. 아름다운 수의사 리즈, 위선적인 TV쇼 진행자 해피가 얽혀드는 ‘오디 찾아 삼만리’ 사건을 통해 가필드는 일시적인 변덕일지언정 부지런하고 사려 깊은 면모를 보인다. 원작 캐릭터를 비교적 잘 살린 <가필드>는 그러나 <베이브> <스튜어트 리틀> <스쿠비 두> 등 CG의 힘으로 완성된 동물 주연 영화의 ‘후발주자’로서 선보일 법한 비장의 카드를 꺼내들지 않는다. 용감한 동물 히어로, 악당의 손에서 친구를 구해내다, 라는 스토리는 이젠 그리 신선하지 않다.
제작진이 영화로 옮겨오는 과정에서 고심한 흔적은 역력하다. 실물 고양이로 섭외하자니, 카툰 캐릭터의 개성을 담기엔 역부족이고, 애니메이션으로 만들어내자니 심심해 보일 테고. 그래서 내린 결론은 ‘가필드’ 캐릭터만 3D로 제작해 실제 배경과 인물들 속으로 던져놓는 것이었다. 카툰 캐릭터에 충실하게 만들어진 가필드는 ‘리얼 월드’ 속에서 부자연스러워 보일 때도 있지만, 대부분 그 천성 그대로 천연덕스럽게 녹아든다. 이즈음 동물 캐릭터 애니메이션에 양념처럼 끼어드는 뮤지컬 시퀀스를 <가필드>에서도 만날 수 있는데, 주인 존이 강아지를 입양하자, 가필드가 자기 시대가 저물었다고 한탄하면서 빌리 조엘의 〈New York State of Mind>를 개사한 〈New Dog State of Mind>를 부르는 대목은 맥락상 슬픈데도, 그 재기발랄한 끼워맞추기에 웃음이 나온다. 게으르고 냉소적이고 건방진 고양이 가필드에게는 그와 비슷한 이미지의 빌 머레이가 목소리를 빌려줬고, 한국 더빙판에는 요즘 인기 높은 개그맨 김용만의 목소리가 입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