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공포물로 1천만 고지 점령할터”
2004-07-28

<분신사바>의 안병기 감독 인터뷰

두 편의 공포물로 단박에 '공포영화 전문감독'으로 입지를 굳힌 그가 귀신소환술인 <분신사바> 주문으로 불러낸 한서린 모녀원혼이 어두운 과거를 간직하고 있는 한 시골마을을 쑥대밭으로 만드는 공포영화 <분신사바>를 새로 내놓았다.

지난 26일 오후 서울극장에서 열린 기자시사회가 끝난 뒤 만난 안감독의 얼굴은 큰 짐을 덜었다는 안도감으로 밝았지만 한편으로는 아쉬움도 남아있는 듯한 표정이었다. 인기 연예인에게 사인을 받듯 안감독에게 사인을 받기 위해 찾아오는 공포영화 팬들로 인터뷰는 순간순간 끊겼다. 한국 공포영화에서 그가 차지하는 지명도를 반증하는 듯했다.

안감독이 공포영화에 갖는 애정은 남다르다. 그는 "공포물로 1천만 관객을 끌어 모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서울예대 영화과를 나온 그는 <하얀 전쟁>, <헐리우드 키드의 생애>, <블랙잭> 등의 작품에서 정지영 감독의 조감독을 거치면서 연출력을 쌓았다. 그는 공포와 판타지의 천국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와 인연이 깊다. 안감독이 만든 작품들은 이제까지 모두 이 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선정돼 화려한 대미를 장식했다. <분신사바>도 마찬가지였다.

▶최근 개봉된 한국 공포영화들의 성적이 안좋다. 게다가 여름시즌이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세도 만만찮은데, 새영화 <분신사바>는 어느 정도의 흥행실적을 올릴 것으로 기대하나.

흥행은 하늘의 뜻이라 했다. 다만 <>, <페이스> 등에 이어 선보이는 한국호러물인 만큼 영화를 본 관객들에게 좋은 느낌을 주었으면 좋겠다. 올해 성적과 평가가 좋지 않으면 내년 등 이후 공포물을 제작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특별히 공포영화를 고집하는 이유는. 공포장르의 매력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작업하는 과정이 재미있다. 관객을 놀라게 해줄 새로운 아이디어를 도출하고 영상으로 옮기는 등의 제작과정이 어느 장르보다 흥미롭다. 중문화 분야 중에서 관객에게 재미를 주는 장르가 많지 않은데, 관객입장에서도 여름 한철 공포로 더위를 식힐 수 있어 좋은 것 같다. 공포영화가 짊어져야 할 작은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영화에 빠진 '할리우드 키드세대'로서 공포영화 마니아였다. 그런데 한국영화를 유심히 살펴보다 보니 우리나라 영화에는 공포물이 빠져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공포영화를 만들면서 노하우를 쌓다보면 대가의 반열에도 오를 수 있을 것같다는 개인적인 욕심이 생겼다.

▶지금까지 본 공포영화 중에서 가장 인상깊은 작품은.

<오멘>시리즈와 <엑소시스트> 등을 무섭게 봤다. 대중적인 내용인데다 스케일도 큰데, 앞으로 이런 공포영화를 만들고 싶다.

▶다른 장르에 도전할 의사는.

장대한 스케일의 어드벤처 영화 <반지의 제왕> 시리즈의 피터 잭슨 감독도 공포영화 감독출신이다. 만약 새로운 장르에 도전한다면 미스터리 어드벤처 장르가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새로운 작품을 내놓을 때마다 '이번에는 과연 어떤 공포를 보여줄까'라는 관객의 기대가 높은 것같다. 부담도 될 것 같은데.

부담스러운 게 사실이다. <분신사바>를 포함해 지금까지 연출한 세편의 작품은 모두 원한을 간직한 귀신에 대한 이야기였다. 기존 공포영화와 공식이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관객이 식상할 수도 있을 것같다. 앞으로는 콘셉트를 바꿔 '귀신없는' 공포영화를 만들 작정이다. 사람이 귀신보다 더 무서운 그런 공포영화를 차기작으로 구상중이다.

▶<분신사바>에서 가장 중점을 둔 공포장치는.

자식을 살리기 위해 모든 것을 희생하는 모성의 아픔을 다룬 슬픈 공포를 만들려고 했다. 하지만 한계를 인정할 수 밖에 없을 것같다. 공포와 드라마를 함께 끌고 가려했는데 이런 의도가 잘 맞아떨어지지 않았다. 그래서 드라마적 완성도보다 공포 전달쪽에 힘을 실었다. 관객에게 공포를 안겨주기 위해 노력했다.

안감독은 한국공포 영화가 뿌리내리기 시작한 게 이제 겨우 4년밖에 되지 않았다며 공포영화에 대한 투자가 좀더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공포영화 전문 시나리오 작가와 감독, 배우가 쏟아져 나와야 하지만 아직 이런 분위기나 여건이 갖춰지지 않은것 같다며 한국공포영화가 성장하려면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한 것같다고 덧붙였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