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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도 히치콕이 있었네, <마의 계단>
이승훈( PD) 2004-07-01

1964년 흑백 110분

감독 이만희

출연 김진규, 문정숙, 최남현, 정애란

EBS 7월4일(일) 밤 11시10분

이만희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한국의 영화작가이다. 지난 4월 소개한 <삼포 가는 길>을 비롯해 <귀로> <돌아오지 않는 해병> 등 다양한 장르의 영화들을 연출한 이만희 감독은 당시 한국영화에선 보기 드물게 기술적, 내용적 완성도를 지닌 작품들을 만든 감독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만희는 미스터리, 멜로, 리얼리즘영화, 반공영화, 전쟁영화 등 아주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작품연보를 보면 당시로선 드물게 스릴러영화를 많이 만든 감독임을 알 수 있다. 1962년에 만든 <다이얼 112를 돌려라>는 히치콕의 <다이얼 M을 돌려라>를 연상시키며, <마의 계단>이 만들어진 1964년에는 그가 연출한 6편의 영화 중 <검은 머리> <협박자> 등 3편의 스릴러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영화 <마의 계단>은 촬영, 조명, 세트, 연출, 연기, 음악 등 거의 모든 요소가 스릴러영화의 분위기를 한껏 돋우고 있다. 끊임없이 긴장감을 유도한다든지, 관객으로 하여금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게 만드는 내용전개나 분위기 등은 ‘한국에도 히치콕이 있었네’라는 말이 절로 나오게 만든다. 또한 극적 구성에서도 치밀함을 엿볼 수 있는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은 과연 간호사(문정숙)가 살았는지 죽었는지를 확신하기가 쉽지 않다. 그리고 전체적으로 음산한 분위기 속에서 군데군데 관객을 놀라게 하는 촬영기법이나 장치들을 배치하여 영화 내내 긴장감을 놓지 못하게 한다.

마지막 장면, 김진규가 경찰에 체포되어 나간 뒤 병원의 계단에서 부감으로 잡은 화면 안에 유령처럼 머리와 다리를 깁스한 한 남자가 목발을 짚고 지나간다. 마지막까지도 이만희 감독은 관객을 편안히 두지 않는다.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