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 백상시네마)에서 중앙정보부장으로 출연하는 곽희범(55) 전 총경이 그 주인공. 곽씨는 지난 70년 경찰에 투신한 뒤 30년 가까이 마포, 서대문, 종로, 방배 경찰서 등에서 근무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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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직 경찰서장, <형> 조연 출연
2004-06-21

"경찰만 열심히 하는줄 알았는데 영화일도 참 힘들더군요"

전직 경찰서장이 비중있는 조연으로 상업영화에 출연해 화제를 낳고 있다. 9월 중순 개봉 예정인 <형>(제작 백상시네마)에서 중앙정보부장으로 출연하는 곽희범(55) 전 총경이 그 주인공. 곽씨는 지난 70년 경찰에 투신한 뒤 30년 가까이 마포, 서대문, 종로, 방배 경찰서 등에서 근무했다.

현재 전라남도 순천에서 막바지 촬영을 진행중인 <형>은 70년대 후반 화제를 불러일으켰던 '무등산 타잔' 박흥숙씨의 이야기를 다룬 영화다. 당시 박씨는 빈민들의 무허가 건물을 철거하던 구청 직원들을 살해했고 이 일로 사형 선고를 받아 형장의 이슬로 사라졌다. 영화에는 신인배우 고주원과 <신라의 달밤>의 이종수, <여고괴담>의 김규리 등이 출연한다.

곽씨의 영화 출연은 한 지인과 동행한 식사자리에서 우연히 이 영화의 박우상 감독을 만난 것이 계기가 됐다. 당시 박 감독은 곽씨의 인상에 호감을 갖고 캐스팅을 제안했고 연기 경험이 전혀 없던 그는 고민 끝에 출연을 결심했다. 그는 "전례가 없는 일이었던데다 영화에 조금이라도 누가 될까봐 고민했으나 국민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가는 경찰의 이미지를 위해 출연하기로 마음을 정했다"며 출연 동기를 설명했다. 막상 출연을 결심을 했지만 초등학교 때 교내 연극이 연기 경험의 전부였던 그에게 영화 배우는 쉽지 않은 새 '보직'이었다.

그때부터 시작한 게 연극영화학과 출신 학생들한테서 받은 개인 교습. 여기에 하루 내내 손에서 대본을 놓지 않고 쉴 틈 없이 연기 연습을 했고 시나리오는 얼마 안 가서 휴지조각 수준으로 변했다. "경찰만 열심히 하는 줄 알았는데 영화 일도 참 힘들더라"는 것이 그의 설명.

그는 최근 중정 지부장이 주인공 박흥숙을 빨리 잡아들이라며 경찰서장을 불러 심하게 호통치는 장면을 촬영했다. 전직 경찰서장이 영화 속 경찰서장을 혼내는 장면을 아이러니하게도 연기하게 된 것. 곽씨는 "이 부분이 가장 연기하기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하며 "경찰에 대한 국민의 시선이 곱지 않지만 좋지 않은 여건에서도 대부분 국민을 위해 최선을 다해 일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곽씨는 2000년 퇴직 후 국제마약예방위원회 총재 등을 역임하고 무가지인 국제경찰마약타임스를 발행하는 등 마약의 위해성에 대한 홍보와 교육 활동에도 헌신하고 있다. 그는 "과거의 사건과 당시의 사회를 돌아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영화 <형>이 갖는 의미를 설명하며 "영화 속에서 내가 연기하는 아들에 대한 아버지의 사랑도 가슴으로 느껴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