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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으면 이만큼 돌아가야지”, <썸> 촬영현장
오정연 2004-06-07

빈 창고를 개조한 <>(SOME)의 촬영장. 배우들이 철컹거리는 철제그물 바닥에 몸을 던지는 소리가 울려퍼진다. “얘가 이렇게 때리면, 맞는 너는 이만큼 몸이 돌아가야 돼. 야, 거기 밑에 사람들 비키라고 해! 위에서 뭐 떨어질지도 모르니까.” 무술감독의 살벌한 멘트가 깔리고, 수많은 사람들로 북적대는 현장에는 긴장이 감돈다. <텔미썸딩> 이후 5년 만에 복귀한 장윤현 감독의 신작 <>은 서울 한복판에서 벌어진 100억원대 마약 증거물 탈취사건에서 시작한다. 강력계 형사 강성주(고수)는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선배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위험한 수사를 강행하고, 성주의 죽음을 데자뷰로 보게 된 교통방송 리포터 서유진(송지효)은 그에게 사건에서 손을 떼라고 충고한다. ‘범인찾기’를 목표로 하는 스릴러라는 점에서는 <텔미썸딩>과 다르지 않지만, 전작이 난도질당한 시체를 실감나게 보여주는 ‘하드고어’스릴러였다면, 데자뷰를 중요 모티브로 사용하는 <>은 자동차 추격, 형사와 용의자들의 싸움 등 액션을 강조하는 미스터리스릴러라는 게 다른 점이다.

5월25일, 언론에 공개된 촬영 분량은 해커 집단의 아지트에 마약 조직원 십여명이 들이닥치는 장면. 주인공이 십여명의 적들을 상대하는 모습이 어떤 과정을 통해 카메라에 담기게 되는지를 확인할 수 있었다. 일단 배우들이 연기할 액션의 합을 맞추면, 스테디캠으로 이를 찍는다. 감독과 이성복 촬영감독, 김광수 무술감독은 모니터를 통해 이를 검토하면서, 스테디캠을 제외한 다른 카메라가 어떤 부분을 집중적으로 찍을 것인지, 액션을 어디까지 보여줄 것인지를 결정한다. 결국 주인공 고수를 포함한 십여 명의 연기자들은 OK가 날 때까지 리허설을 포함, 평균 10번이 넘게 같은 액션을 연기하게 되는 셈. 회를 거듭할수록, 느릿느릿 이어지던 액션이 속도를 더해 실감나게 완성되어가는 것은, 점점 정속을 찾는 비디오 화면처럼 신기했다. 하필 격한 액션이 필요한 영화를 선택해, 호된 스크린 신고식을 치르고 있는 고수는 모든 액션을 직접 하겠다고 청하기도 했다고. 그러나 “스턴트맨들도 먹고살아야지”라는 감독의 말에 욕심을 접을 수밖에 없었다는 그는, 오랜만에 연출을 하게 된 감독만큼이나 긴장한 기색이 역력했다. <>의 크랭크업은 6월 초. 올 가을이면, 데자뷰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사진 이혜정 · 글 오정연

△ 무술감독과 무술연기 전문배우가 먼저 시범을 보이면(왼쪽), 주인공을 비롯한 일반배우들이 이를 따라하기도 한다(오른쪽). 모든 배우들은 의상 밑으로 무릎과 팔꿈치 보호장비를 착용하고 있다.

△ 물불 안 가리고 사건에 뛰어드는 형사를 연기하기 위해, 파격적인 파마로 새로운 스타일을 선보인 고수(가운데). 강성주가 구하러 오기 전, 조직원들에게 맞아서 쓰러져 있는 민재일(왼쪽). △ <텔미썸딩>(Tell Me Something)에 이어 <>(Some)까지 두편 연속 ‘Some’이 들어가는 제목의 영화를 연출하게 된 장윤현 감독. “아무 뜻이 없는 말을 제목으로 써서 묘한 느낌이 들도록 하고 싶었다. 물론 마케팅팀에서는 결사 반대했다.” (오른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