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크 리베트의 영화는 종종 현기증을 유발한다. 사건을 만들고 부풀려놓고는 마지막에 가선 모든 것을 처음으로 되돌려놓는다. <셀린느와 줄리 배 타러 가다>나 그로부터 30년 뒤의 이야기인 <마리와 줄리앙 이야기>를 봐도 그렇다. 대상은 반복의 고리를 끊으며 구출되고 탈출하는 듯 보이지만 그건 원점으로의 회귀 혹은 또 다른 반복의 시작이었다. 젊어서나 늙어서나 부정한 커플들의 게임에 관심이 많은 리베트는 <알게 될거야>를 <셀린느와 줄리…>마냥 이중의 반복구조 속에 가둬버린다. 까미유는 무대에선 매일 반복되는 연기를 보여주고 현실에선 오프닝 때 함께했던 사랑으로 원복한다(영화의 엔딩 장소마저 오프닝 장소로 되돌아온다). 모든 것은 비밀이 되고 ”장소 외엔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감독의 말이 또 한번 적용되는 셈이다. <지상의 사랑> <누드모델>에서처럼, 감독과의 대화자에 낙점된 배우 까미유는 재정적 위험에 빠진 극단을 살리는 제작자의 역할까지 훌륭하게 수행한다. 리베트의 작품 중 비교적 짧은 상영시간이지만 그렇다고 감독의 특징마저 생략된 것은 아니다. 사랑 이야기가 가미된 리베트의 실험이 좀더 접근하기 쉽게 연출되고 있을 뿐이다. 프랑스에서 곧 발매예정인 <마리와 줄리앙 이야기> DVD를 확인해야겠지만 아직까지 자크 리베트의 DVD는 5.1 채널로 제작된 바 없다. 소박한 2채널 사운드에 부록으로는 예고편과 감독의 모습이 담긴 스틸 갤러리가 다지만 리베트 DVD를 한글자막으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즐겁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