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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대 영화를 향한 타란티노의 애정, <킬빌 Vol.2>
김현정 2004-05-12

다섯에서 둘을 빼면 셋. 끝나지 않은 복수를 위해 브라이드가 돌아왔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70년대는 영화의 진정한 황금기였다”고 말하는 감독이다. 그 무렵 영화를 향한 그의 애정을 매혹적으로 반영했던 <킬 빌 Vol.1>은 블랙스플로이테이션과 무협영화, 스파게티 웨스턴, 사무라이 영화를 모두 모아 한 여인의 복수를 위해 바친 영화였다. 뱃속에 아기를 가진 채 총알을 맞은, 그 자신도 킬러였던 신부. 교회로 쳐들어온 다섯명의 킬러에게 신랑과 하객 모두를 잃은 그녀는 5년 만에 코마 상태에서 깨어나 둘을 죽였고, 남은 셋에게 복수하기 위해 바다와 사막을 가로지른다.

명인 하토리 한조의 검을 지닌 브라이드(우마 서먼)는 일본에서 첫 번째 표적 오렌을 죽인 뒤 버드(마이클 매드슨)를 찾아 텍사스로 온다. 보스 빌(데이비드 캐러딘)의 동생인 버드는 작은 술집에서 어깨 노릇을 하며 나태하게 사는 건달이 되었고, 또 한명의 킬러 엘르(대릴 한나)는 아직도 브라이드를 증오하고 있다. 브라이드는 그들을 거쳐 한때 연인이자 스승과도 같았던 빌에게 이른다.

이야기 전반부와 마찬가지로 <킬 빌 Vol.2>는 스토리라고 할 만한 게 거의 없다. 버드와 엘르, 빌로 이어지는 복수가 전부일 뿐이다. 그러나 <킬 빌 Vol.2>는 몇배는 많아진 대사와 말장난과 함께 복수 이전의 깊은 사연들을 들려주기도 한다. 1편처럼 다섯개의 챕터로 구성된 이 영화는 브라이드가 총을 맞던 날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브라이드가 어떻게 고수 파이 메이로부터 치명적인 권법을 전수받았는지, 왜 엘르가 한쪽 눈을 잃었는지 보여주기 위해 쉴새없이 과거와 현재를 오간다. 검을 뽑기 전에 설전을 벌이고, 플래시백이 번개처럼 짧고 빠르게 현재에 끼어들기도 한다. <킬 빌 Vol.2>는 “멀티플렉스 한복판을 걸어가는 것처럼” 장르를 바꿔가며 액션에 몰두했던 전편과는 매우 다른 영화다. 원래 계획대로 한편의 영화로 만들어졌다면 어땠을까, 짐작할 수 없을 정도로. 그러면서도 두개의 이야기는 서로의 틈새를 메우며 온전한 하나의 복수담으로 향해간다.

옛 영화를 향한 타란티노의 사랑은 여전하다. TV시리즈 <쿵후>의 주인공이었던 데이비드 캐러딘은 브라이드 때문에 “가슴이 찢어진” 빌을 연기하고, 쿵후영화에 자주 등장했던 고든 리우는 빌과 하토리 한조, 브라이드를 키워낸 사부 파이 메이로 등장한다. 파이 메이가 전수하는 필살의 권법은 쿵후영화 팬들에게 향수를 부를 법한 요소. 타란티노는 한결같이 매력적인 이 영화의 캐릭터들을 위해 속편과 외전을 기획 중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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