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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고집쟁이 감독의 마력, <커미트먼트>
이교동 2004-04-30

<커미트먼트> The Commitments

1991년

감독 앨런 파커

상영시간 117분

화면포맷 1.85:1 아나모픽

음성포맷 DD 5.1 영어

자막 영어

출시사 폭스

<벅시 멀론> <페임> <핑크 플로이드의 더 월> <에비타> 등 새로운 경향의 뮤지컬로 일가를 이룬 앨런 파커의 필모그래피에서 이번에 소개하는 <커미트먼트>(The Commitments)만큼 가장 친근하고 유쾌하며, 동시에 감독 자신의 영화와 인생에 대한 애정을 솔직하게 표현한 작품도 없을 것이다. “아일랜드인은 유럽의 흑인이다”란 철학을 가진 더블린의 괴짜 청년 지미 래빗이 더블린 하류 인생들을 모아 만든 솔(Soul) 음악 밴드 커미트먼트의 부침을 그린 이 독특한 음악영화는 한국 사람들만큼이나 음주가무에 능하다는 아일랜드인들의 문화와 정서를 외부자인 동시에 상대적인 내부자라고 할 런던 출신 감독의 시선으로 따뜻하게 그려내고 있다. 내세울 만한 변변한 배우 하나없이 제작된 <커미트먼트>는 개봉 당시 블록버스터 시장에서 철저히 외면당했지만, 오히려 아트시네마 서클에서의 제한적인 배급과 비디오만으로 영화 팬들의 열혈 지지를 이끌어낸 독특한 아우라의 작품이기도 하다.

이번 3월에 북미에서 새로이 출간된 <커미트먼트> 컬렉터스 에디션은 기존에 소량만이 유통되었던 풀스크린 버전에 대한 팬들의 불평을 만회하려는 듯 최고의 사양으로 출시되었다. 우선 새로이 아나모픽으로 트랜스퍼된 와이드스크린 화면은 10여년이 지난 영화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정확하고 선명한 화면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오히려 극장 상영본보다도 뚜렷한 화질의 향상을 보이고 있는데, 특히 푸른 기가 약간 서린 야외장면은 뿌연 더블린 빈민가의 창백한 모습의 정취를 제대로 표현해주고 있다. 그리고 5.1 채널로 분리된 오디오는 음악영화, 특히 공연장면에 걸맞은 적당한 채널분리도와 자연스런 음장감을 형성해준다. 영화 본편에는 감독 앨런 파커의 육성 해설이 담겨 있는데, 신나고 경쾌한 영화 본편의 분위기와는 달리 덤덤하고 침착하게 영화의 진행 과정에 대해 주로 이야기하고 있는데, 영화의 유쾌한 분위기와는 사뭇 달라 약간은 당혹스럽기도 하다. 별도의 디스크에 준비된 서플먼트에는 제작 당시의 과정을 담은 다큐와 함께 감독과 출연배우들이 다시 한자리에 모여 제작과정을 회고하는 ‘The Commitments: Looking Back’이 포함되어 있으며, 이 밖에도 더블린의 솔 음악에 대한 소개 ‘Dublin Soul’과 앨런 파커 본인과 주연 로버트 아킨스가 소개하는 뮤직비디오 클립 등이 수록되어 있다. 이교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