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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장가] 기요시 팬들 좋겠네

이번 주말 극장가는 충무로 영화 <라이어>와 일군의 일본 예술영화들의 경쟁으로 판이 갈린다. <라이어>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했던 김경형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외국 원작으로 대학로에서 롱런하고 있는 연극을 영화로 만들었다. ‘본의 아니게’ 두 집 살림을 하게 된 택시운전사가 ‘본의 아니게’ 탈주범을 잡으면서 언론의 주목을 받자 자신의 이중생활이 탄로날까 시작한 거짓말이 점점 더 큰 거짓말을 부르게 되는 하루를 담았다.

하루라는 제한된 시간, 두 집안이라는 제한된 공간에서 벌어지는 거짓말의 성찬이 영화 전체를 이끌어가는 독특한 구성의 영화로 공형진, 손현주, 임현식 등 코미디에 일가견이 있는 배우들의 치고받는 대사가 재미를 준다.

두 편이 나란히 상영되는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강령>과 <밝은 미래>는 예술영화 팬들에게 반가운 개봉소식이다. <강령>은 공포영화지만, 사람을 놀래키는 것이 아니라 문득 가슴 서늘하게 만드는 기요시의 특장이 돋보인다. 언제나 그랬듯 공포영화 속에서도 기요시의 관심은 공포 그 자체가 아니라 인간의 욕망과 그 분열적 모습이다.

유괴됐다가 도망쳐 나온 아이를 우연히 집에 데려온 남편과 혼을 보는 능력이 있는 아내가 짜낸 사소한 꾀가 비극적 결과를 낳으며 개인의 욕망과 균열하는 가족의 가치를 냉철하면서도 섬세하게 파고든다. <밝은 미래>는 목적도 좌표도 없이 살아가는 두 젊은이를 그린 영화로 기요시의 다른 작품들과 달리 약간의 희망을 열어놓는 영화다.

두 작품은 종로 코아아트홀에서 번갈아 상영된다. 사무라이 조직 내의 동성애를 소재로 가져온 오시마 나기사의 <고하토>는 2002년 칸 경쟁에 갔을 때 ‘거장의 쇠락’이라는 비판을 받기는 했지만 탐미적인 화면이 매력적인 영화다.

이밖에 17년 만에 찾아온 <더티 댄싱>의 속편 <더티 댄싱:하바나 나이트>와 이탈리아 투스카니의 햇살이 아름답게 빛나는 다이앤 레인 주연의 <투스카니의 태양>, 일본 공포영화 <오토기리소우>, 발 킬머 주연의 범죄 미스테리 <블라인드 호라이즌>이 관객을 기다리고 있다.

<투스카니의 태양> 리뷰. ‘끝났다’하는 순간 그녀는 ‘빛났다’

인기있는 작가이자 평론가인 중년 여성 프란시스(다이앤 레인)는 믿어 의심치 않았던 남편에게서 어느날 이혼 통보를 받는다. 남편의 애인이 그 집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집에서도 달랑 가방 하나 들고 나오게 된 프란시스는 삶의 의욕도 창작의 열정도 잃어버린다. 프란시스를 돕기 위해 레즈비언 친구 패티(산드라 오)는 임신으로 자신이 갈 수 없게 된 투스카니행 비행기표를 선물하고, 프란시스는 마지못해 떠난 여행길에서 충동적으로 정착해 버린다.

동명의 소설을 영화화한 <투스카니의 태양>은 물리적으로나 심리적으로나 궁지에 몰린 중년 여성의 재활기다. 즉흥적으로 투스카니의 오래된 저택을 산 프란시스는 집을 수리하면서 조금씩 모양을 갖춰가는 집과 함께 잃었던 삶의 활기를 회복한다. 다시는 남자를 만나지 못하리라 절망했던 그에게 이탈리아 꽃미남이 나타나고 짧은 데이트를 하면서 사랑에 대한 욕망도 다시 싹이 튼다.

여기에 무엇보다 중요한 건 레즈비언 친구 패티를 비롯한 여자들끼리의 연대다. 나중에 프란시스의 집에 찾아와서 아이를 낳는 패티와 투스카니의 분방한 린제이의 조언과 보살핌으로 프란시스는 주변을 돌볼 수 있는 여유를 갖게 된다. 이 집에서 결혼을 하고 아이도 낳고 싶었던 프란시스의 욕망이 이웃들로 인해 대리실현되면서 모두가 행복해지는 마지막 장면은 대안적 공동체를 형성하는 여성들의 이야기를 그렸던 <안토니아스 라인>을 떠올리게 한다.

지나치게 교과서적인 결말과 설렁설렁 진행되는 이야기가 꽉 찬 느낌을 주지는 않지만 여성의 심리를 그리는 감독의 예리함이 군데군데 빛난다. 이제는 중년 연기자로 완전히 자리를 잡은 듯한 다이앤 레인의 안정된 연기와 투스카니의 아름다운 풍경도 덤 이상이다. <개와 고양이에 관한 진실> <키드>의 시나리오를 썼던 오드리 웰스 감독의 두번째 연출작이다. 23일 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