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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장가] 칸이 인정한 <판타스틱 플래닛>

4월 둘째주말, 9일 개봉작 가운데는 스크린에서 만날 수 있으리라 기대하기 어려웠던 걸작 애니메이션 한편이 포함돼 있다. 르네 랄루 감독의 프랑스 애니메이션 <판타스틱 플래닛>은 73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올라 심사위원특별상을 받으면서 애니메이션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지금까지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애니메이션이 진출한 건 이 작품과 2001년 <슈렉> 둘 뿐으로, <슈렉>도 상을 받지는 못했다.

인간과 조금 다르게 생겼으나 매우 진화된 문명을 누리고 사는 거대한 종족이 사는 별에, 이 종족의 엄지손가락만한 인간들이 기생해 산다. 거대한 종족은 인간들을 애완동물로 사육하기도 하고, 야생으로 돌아다니는 인간들을 바퀴벌레처럼 죽여버리기도 한다. 미개해 보이던 인간들이 거대한 종족의 지식을 훔쳐 학습하고서 반란을 꾀한다.

쉬운 이야기, 평화공존이라는 메시지는 어린이들과 함께 보기에 손색이 없다. 그러면서도 영화는 미국, 일본 애니메이션에서 보기 힘든 엉뚱하면서도 신선한 유머와 지적인 통찰을 곁들인다. 쉽게 설명하기 힘든, 묘한 재미를 주는 애니메이션이다. 마침 르네 랄루 감독이 지난 3월14일 75살의 나이로 세상을 떠나, 이 영화의 개봉이 남달라 보인다.

대중적으로 화제가 되는 건 아무래도 <주유소 습격사건> <신라의 달밤> 등 흥행작의 시나리오를 잇따라 써온 박정우 작가의 감독 데뷔작 <바람의 전설>이다. 세상의 언어는 가끔씩 구별하기 힘든 것들을 극단으로 갈라 놓는다. 사교댄스를 추는 ‘무도인’과 ‘제비’가 그 중 하나일지 모른다. 영화는 한 ‘무도인’의 회고담이다. ‘나는 예술가로 살았는데 세상은 나를 제비라 하네’ 하는 식의…. 발상에 비하면 디테일이 약한 편이지만 춤 장면에 흥이 살아 영화를 받치고 간다. 따듯한 가족영화 <저지 걸>, 전편을 잇는 폭력미학을 추구하는 <배틀 로얄 2: 레퀴엠>, 청춘 로맨스물 <연애사진>도 함께 개봉한다.

주말 개봉작 <연애사진> 리뷰. 달콤한 과거와 미궁속 현재 '충돌'

연애의 완성, 이라는 표현이 가능하다면 모든 연애는 2편으로 완성된다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두 사람이 만나 가까워지고, 같은 공간의 공기를 마시며 다투기도 하는 현재형으로서의 연애와, 만남이 종지부를 찍은 다음에도 기억으로 오랫동안 주변을 맴도는 과거형으로서의 연애. 한때는 지갑 속에, 책상 위에 놓여있었지만 이제는 서랍 속으로 자리를 바꾼 두 사람의 사진은 과거형을 끊임없이 현재형으로 환기시키는, 아프지만 버릴 수도 없는 상처의 딱쟁이같다.

아마추어 사진작가인 마코토(마츠다 류헤이)에게 시즈루(히로스에 료코)도 이제는 사진으로만 곁에 있는 과거의 연인이다. 어느날 그는 뉴욕발 소인이 찍혀 있는 편지를 한 통 받는다. 3년 전 뉴욕으로 사진을 공부하기 위해 떠났던 시즈루가 자신의 전시회에 초대하는 편지였다. 이 편지는 묻어두었던 기억의 먼지를 다시 털어 현재로 끌어내온다. 영화는 과거로 거슬러 올라가 시즈루와 마코토가 처음 만나면서 사랑에 빠지기까지의 시간을 아름다운 스틸사진의 파노라마처럼 이어서 보여준다. 뮤직비디오 감독 출신인 쓰쓰미 유키히코는 색색 사인펜과 예쁜 그림, 스티커로 가득한 여고생의 다이어리처럼 깜찍하게 이들의 지나간 시간을 그린다.

그러나 친구들로부터 문득 시즈루가 죽었다던데 하는 모호한 말을 들은 마코토가 달랑 사진 한장을 들고 뉴욕으로 떠나면서 영화는 미스테리 구조로 빠져들어간다. 시즈루가 보냈던 뉴욕의 풍경을 실마리 삼아 거리를 헤매고 다니던 마코토에게 시즈루는 나타나지 않고 엉뚱한 사람들만 시즈루의 흔적을 조금씩 쥐어준다. 이렇게 시즈루의 그림자만을 더듬는 동안 마코토는 현재형의 연애 동안 자신이 제대로 보지 못했던 시즈루를 조금씩 알아가게 되고 그 과정은 자신도 몰랐던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여정이 된다.

<연애사진>에서는 지나치게 달콤하게 묘사되는 과거와 뉴욕의 갱까지 등장하는 미궁의 현재가 충돌한다. 뭔가 뒤틀리고 어색해 보이는 점도 있지만 현재와 대화하고 현재를 움직여가는 기억으로서의 연애에 대한 해석이 경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