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7년 흑백 90분
감독 이만희
출연 김진규, 문정숙, 전계현
EBS 4월4일(일) 밤 11시10분
제1회 남도영화제 작품상
제6회 대종상 작품상·조명상·여우조연상
제14회 아시아영화제 음악상
4월은 한국 영화사에서 세련된 영상미를 구현한 몇 안 되는 감독 중 한명인 이만희의 작품들로 꾸며본다. 이만희는 진정한 의미의 영화작가라고 칭할 수 있을 만큼 한국영화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려놓은 감독이다. 멜로, 미스터리, 전쟁물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만들었고, 그중 흥행에 성공한 작품도 꽤 많은 편이다. 한국 최고의 영화로 손꼽히지만 지금은 필름이 없어져 영화연구자들의 마음을 더욱 안타깝게 하는 <만추>를 비롯해 전쟁물 <돌아오지 않는 해병>, 히치콕을 연상케 하는 <마의 계단>, 그리고 유작 <삼포가는 길>에 이르는 그의 작품들은 연출력과 작가로서의 집념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작품들이다.
아마 그가 그렇게 일찍 죽지 않았다면 80년대 한국영화의 지형은 많이 달라졌을 것이라는 안타까움을 표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다. 그의 영화는 동시대의 한국영화들과 비교해볼 때 분명히 다름을 보여준다. 그의 영화를 보고나면 꽉 차 있다는 느낌을 많이 갖는다. 그래서 동시대의 다른 영화들과는 다른 것이다. 사회적 리얼리즘 계열에 속한다고 볼 수 있는 이 작품 <귀로> 역시 그런 이만희의 색깔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작품이다. 이만희의 영화는 상당히 모던하다. 참전 용사였던 주인공 김진규의 성 불구 설정과 그것을 인정하면서도 답답한 현실에서 탈출하지 못하는 아내 문정숙의 캐릭터 중심의 전개와 영화 속 도시 공간의 건조함은 이만희가 가졌던 당시 한국사회에 대한 현실인식에서 바탕하고 있음을 쉽게 읽을 수 있다.
1960년대 최고의 연기파 배우 문정숙의 뛰어난 심리 연기와 세련된 영상미를 연출해낸 이만희 감독의 예술적 탁월함을 흠뻑 느껴보시기 바란다. 그리고 마지막주 <삼포가는 길>까지, 놓치면 아까운 영화 예술가 이만희의 작품들을 만나보시라. 이승훈/ EBS PD agonglee@freecha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