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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2일 서울여성영화제 ‘레디 고’

장·단편 73편…신인 여성감독 ‘눈에 띄네’

‘소문’보다 먹을 것이 많기로 유명한 잔치, 서울여성영화제가 4월2일부터 9일까지 신촌 아트레온과 녹색극장에서 열린다. 세계 여성영화의 최근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새로운 물결’ 부분의 33편을 포함해 20개국에서 온 73편의 장·단편 영화가 상영된다.

올해 새로운 물결 부문에서 두드러지는 특징은 신인 여성감독들의 약진. 개막작 <인 더 컷>의 제인 캠피언, 이사를 둘러싼 다양한 가족관계의 풍경을 유머러스하게 그린 <이사 소동>의 샹탈 애커만 등 유명 감독뿐 아니라 근래 1~2년새 세계 영화계의 조명을 받기 시작한 시그리드 알노아, 줄리 베르투첼리, 빕케 폰 카롤스펠드 감독의 데뷔작을 만날 수 있다.

올해 처음으로 선보이는 ‘영페미니스트 포럼’은 여성영화제에 새로운 세대의 ‘젊은 피’를 두배로 채울 섹션. 포르노 산업을 둘러싼 도전적 시각이 돋보이는 <벌거벗은 페미니스트> 외에, 중범죄를 저지른 소녀들의 이야기 <소녀시대>, 힙합을 사랑하는 여성들을 카메라에 담은 <힙합의 여전사> 등이 보는 즐거움과 함께 여성주의 담론의 좀 더 적극적인 모색을 보여준다.

이번 영화제의 최고 이벤트는 아마도 2차대전 전 일본영화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미조구치 겐지 감독의 무성영화 <곡예사의 사랑>(1933)을 당대 최고로 꼽히던 변사 사와토 미도리의 낭독과 함께 보는 시간이 될 듯하다. 그밖에 전성기 일본영화의 최고 여배우들이 출연하는 상영작 5편이 ‘아시아특별전’에서 상영된다. 뉴저먼 시네마의 여성감독으로 역사에 대한 성찰과 함께 주체적인 여성상을 스크린에 체현한 마가레테 폰 트로타 감독의 대표작과 최근작들도 놓치기 아까운 프로그램들이다.

<사랑은 어려워>의 제인 와인스톡, <그녀는 우리들의 것>의 시그리드 알로아, <두번째 인생>의 안젤리카 레비, <벌거벗은 페미니스트>의 루이사 아킬리 등의 젊은 감독들이 내한해 상영 후 관객과의 대화시간을 가진다.

한겨레 영화팀 ‘강추’ 상영작 7편

제인 캠피언 감독 스릴러 <인 더 컷>

올해 여성영화제의 개막작. 다양한 형식을 통해 여성의 욕망을 응시해온 제인 캠피언 감독은 <인더컷>에서 스릴러라는 장르 안에 흔들리는 욕망과 불안의 충돌을 담아냈다. 마른 빵처럼 건조한 일상을 보내던 영문학 교수인 프래니는 어느날 술집 화장실에서 오럴섹스를 하는 남녀를 보고 문득 성적 욕망에 휩싸인다. 그러나 문제 장면의 여자는 잔인하게 살해당하고, 프래니는 수사관과 급속히 가까워지며 반복되는 살인 사건에 휘말린다. 맥 라이언의 놀라운 연기변신과 함께 뉴욕 슬럼가를 서정적으로 담은 아름다운 화면이 인상적이다.

진정한 사랑 있긴 있을까 <사랑은 어려워>

로맨스는 넘쳐나지만 진정한 사랑은 모두 개미굴 안에 숨어버린 것같은 시대에 20대 젊은 여성의 좌충우돌 사랑찾기를 그린 로맨틱 코미디. 형편없는 남자들과의 데이트에 지칠대로 지친 25살 제이미의 삶에 이번에는 ‘정말’인 것같은 남자가 나타난다. 그러나 역시나, 꽃밭같던 사랑 궤도에서 숨어있는 지뢰들이 터져나온다. 사랑은 어렵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살아있는 한 사랑을 찾기 위해, 그리고 그 사랑을 완성하기 위해 투쟁하는 수 밖에.

‘엄마와 딸’따뜻한 성찰 <오타르가 떠난 후>

구소련령인 그루지아 시골마을에서 돈을 벌기 위해 오타르가 떠난 후, 오타르의 편지받는 일이 유일한 낙인 노모와 오타르의 여동생, 여동생의 딸 이야기를 그린 여성3대 이야기. 공사장의 사고로 오타르가 죽자 노모가 충격을 받을까 두려운 여동생과 조카딸은 거짓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엄마와 딸 관계는 세상 어디나 어쩜 저렇게 비슷한 모습일까 무릎을 치게 만드는 영화. 남성의 ‘주변인’으로 살아가는 가정내 여성의 관계를 따뜻한 시선으로 성찰한다.

뱃속 아이가 기형아라니…<인 유어 핸즈>

올해 베를린영화제 경쟁작에 올라간 작품으로 도그마 95 영화 가운데 하나. 여성교도소의 사제로 일하는 안나는 교도소 안에서 초능력을 가지고 있다고 소문난 케이트의 귀뜸으로 임신사실을 알게 된다. 그러나 뱃속의 아이는 기형아일 확율이 높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절망 속에서 그는 케이트가 가진 충격적인 비밀을 접한다. ‘믿음의 반대는 의심이 아니라, 지식’이라는 감독의 변처럼 지식이 믿음을 도전하는 상황, 자신의 삶을 어디까지 남에게 의탁할 수 있을까에 대한 탐구가 돋보인다.

지난해 칸서 국제비평가상 <그녀는 우리들의 것>

크리스틴은 회사에서 타인들에게 친절하지만 속으론 문을 꽉 닫아놓고 산다. 남과 가까이 지내봤자 결국 상처받는 건 자신이라는 피해의식 속에 황폐해진 내면이 결국 그를 파국으로 내몬다. 평범하기 그지없어 보이는 이 여자의 생활을 다루는 영화의 태도엔 냉정함과 애정이 맞버티는 긴장이 담겨있다. 누아르적 요소를 가미해 사람과 사람 사이의 먼 거리를 다시금 느끼게 하는 이 영화는 2003년 칸영화제 국제비평가상을 받았다.

포르노 배우 진솔한 얘기 <벌거벗은 페미니스트>

과거와 현재의 포르노영화 여배우들을 인터뷰한 다큐멘타리이다. 80년대 한창 포르노 영화에 출연하다가 ‘클럽 90’이라는 자신들의 단체를 만든 이들이 인터뷰의 중심을 이룬다. 어떤 이는 감독이 돼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를 만들고, 어떤 이는 디자이너가, 또 어떤 이는 동종 업계 여성들의 건강을 살피는 의료인이 됐다. 진솔하고 유머러스한 이들의 이야기는 보통 사람들의 그것과 다른 듯 닮은, 삶의 희로애락과 또다른 적극성을 엿보게 한다.

피학·가학 충격의 정사신 <지옥의 해부>

무엇보다 화면에 펼쳐지는 성행위 묘사의 적나라함이 충격적인 영화다. 카트린느 브레야 감독의 전작으로 국내에도 개봉됐던 <로맨스>의 표현과는 비교가 안 된다. 한 여자가 게이 남자를 만나 돈을 줄테니 자신의 몸을 보아달라고 요구한다. 하루하루 지날수록 강도가 짙어지는 이들의 묘한 성적 탐구가 4~5일간 흐른 뒤, 결국 둘은 돈을 주고받고는 헤어진다. 가학 피학적인 행위 사이에 수시로 내레이션을 곁들이면서 영화는 남녀간의 욕망을 마주보는 태도의 차이를 집요하게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