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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무로 이슈] 영화수입추천제도를 폐지하라!
이영진 2004-02-03

“내용 및 표현기법이 18세 이상 관람가 기준을 벗어나 과도하게 일반국민의 정서에 악영향을 미치거나 반사회적인 내용인 경우”…① “사회질서를 문란케 하거나 미풍양속을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경우”…② ①과 ②를 비교해보라. 동어반복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이하 영등위)의 애매모호한 심의 조항들이다. ①에 해당하면 제한상영등급으로 분류된다. 일반 극장에선 상영이 불가능하다. 광고가 제한된 제한상영관에서만 상영할 수 있다. 어차피 한국엔 제한상영관이 없으니 원천봉쇄다. ②의 경우 수입추천불가 영화다. 이 경우 등급분류조차 받을 수 없다. 역시 원천봉쇄다.

영등위의 영화수입추천 제도에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이중규제 장치니 폐지하라는 것이다. 영등위 개혁포럼에 몸담고 있는 조영각 서울독립영화제 집행위원장은 “굳이 수입추천제도를 둬야 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불만을 털어놓는다. 원천봉쇄의 이유가 같은데 굳이 빗장을 두개씩이나 걸어놓은 이유를 모르겠다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먼저 심의절차에 대해서 알아보자. 한국영화와 달리 외국영화는 곧장 등급분류를 받지 못한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모든 것이 검역을 거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겨선지 외국영화는 등급분류를 받기 이전에 수입추천을 통과해야 한다.

여기서 다시 ①과 ②를 보자. 뭐가 다른가. “사회에 해악을 끼칠 영화들을 미리 걸러내겠다”는 철두철미한 의식의 소유자라고 해도 이해가 안 간다. 의심나면 다시 보면 되지, 미리 볼 필요까진 없다. 물론 수입추천불가 이유에 “반국가적인 내용이 있다고 인정되는 영화, 외국과의 정상적인 관계나 국교관계를 해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영화” 등도 포함된다. 그러나 이런 이유로 반입이 금지된 경우는 찾기 힘들다. 최근 연이어 영등위로부터 ‘물먹은’ 영화들을 보자. 1월8일 이탈리아의 에로영화 감독인 틴토 브라스의 <칼리귤라>가 수입불허 판정을 받았고 1월29일에는 일본의 소설가 무라카미 류가 연출한 <도쿄 데카당스> 역시 제동이 걸렸다. 이에 앞서 1월10일 영등위 김수용 위원장이 <연합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눈뜨고 보기 어려운’ 영화라고 밝힌 니시무라 니조의 <죽어도 좋아> 또한 앞길이 순탄치 않을 듯 보인다(이 영화의 경우 우습게도 2000년에는 수입추천을 통과했다). 이 모두 ‘부적절한 관계’ 아니면 ‘성적 묘사 과다’가 문제가 됐다.

영등위 관계자들은 왜 ‘수입추천제도가 필요하다’는 것일까. 유수열 수입추천소위원회 의장의 말은 이렇다. “수입추천제도는 등급분류제도와는 독립적이다. 하지만 제한상영가 등급조차 내줄 수 없는 영화는 수입추천제도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위급한 상황의 경우에는 보완이 필요하다는 것인가. 이같은 답변을 한 영화인은 이렇게 해석한다. “수입을 허락해주면 등급분류를 낼 것이고 등급위원들로선 일반 극장 상영을 허락할 수 없을 테니 제한상영가 등급을 내줄 테고 그러면 제한상영관이 없는 상황에서 제한상영등급 부여는 검열이라는 비난에 영등위는 직면할 테고 그러니 1차 관문에서 봉쇄하라고 할 수밖에 없지 않겠느냐.” 결국 수입추천제도란 기껏해야 등급분류위원들의 일거리와 논란거리를 줄이기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없애는 편이 백번 옳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