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에 심겨진 이방인, 동양 문화에 대한 서양인의 무지함 등을 깔고 있긴 해도 <구루>는 크로스컬처 혹은 타문화를 인식하는 태도에 대해 교훈하려는 전도서가 아니다. ‘두려움에 얽매이지 않고 마음으로 즐기는 진정한 섹스는 영혼을 만나게 해준다’는 섹스 전도사의 ‘가르침’처럼, <구루>는 고단한 현실을 사는 인간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진실함으로 만나는 사랑에 있다고 말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영화는 게이 커플을 무리하게 등장시키고 반목하는 부부에겐 너무나 간단히 화해를 선물하기도 한다. 배우가 될 꿈 하나로 미국에 온 라무가 겪는 고생담이나 섹스를 신성한 테라피로 섬기는 뉴욕 상류계층의 한심한 일면 같은 현실묘사가 섬세한 관찰력 이상의 날을 세우지 않는 것도 그 때문이다.
이 영화를 유니버설과 공동제작한 회사는 영국의 워킹타이틀이다. 다시 말해 <구루>도 워킹타이틀의 다른 영화들처럼 제법 똑똑한 현실감각을 갖추되 그러한 현실에서 만나기 힘든 판타지를 반드시 이루어내는 영화다. 이러한 성향을 단적으로 보여준 <러브 액츄얼리>가 화사하고 매끈했다면 <구루>는 좀더 소박하고 거칠 뿐이다. <구루>는 “지금 있는 모습 그대로의 당신을 사랑해요”라는 빌리 조엘의 노래가사를 인도영화의 형식 속에 밀어넣고 만화 같은 상상력으로 모든 것을 마무리한다. 어찌나 천연덕스러운지 한숨이 다 나오지만, 모두가 환히 웃는 그 세계를 삐딱하게 바라보기도 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