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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시청률 ‘스타시스템’의 유혹
김도형 2004-01-09

우리나라 드라마의 퇴행적 구조를 총 집합해놓은 것 같다는 언론의 비판을 비웃기라도 하듯 <천국의 계단>(사진)이 지난주 40% 돌파하며 고공행진을 계속하는 비결은 무엇일까현실에서 거의 찾기 힘든 순수하고 절대적인 사랑에 대한 판타지가 작용한다는 해석도 그럴 듯하지만,무엇보다 스타시스템에 승부를 건 제작진의 의도가 주효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권상우, 신현준, 최지우 같이 잘 생기고 몸값 비싼 배우들이 아니었다면 이 드라마는 이 정도의 흡인력을 확보하기는 어려웠을 것이다.

이 드라마의 제작사인 로고스필름의 대표이자 감독인 이장수 피디가 “세 배우 캐스팅에 제작비의 20~30%를 쏟아부어 제작비 압박이 엄청나다”면서도 철저하게 스타위주 캐스팅으로 나간 것은 한국 드라마 시장에서 스타급 출연자의 힘을 확실하게 믿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이 피디의 믿음이 아니더라고 연출·극본의 참신함이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보다 스타급 연기자의 존재가 드라마 시청률의 성패를 좌우하는 현실은 지난해말 끝난 문화방송 <나는 달린다>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2002년 <네멋대로 해라>를 연출했던 박성수 피디는 주위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감하게 김강우라는 신인 연기자를 과감하게 주연으로 기용해 보석같은 연기자를 발굴했다는 평가를 받았으나 시청률에서는 한자리수에 머무는 참패를 기록했다.

한국방송의 시청률 의존도가 갈수록 심해지는 데다, 낯선 배우보다는 친숙한 연기자를 선호하는 시청자의 속성상 드라마에서 스타시스템은 불가피한 것인지도 모른다. 일주일에 방송 4개 채널에서 40개 가까운 드라마를 양산하는 상황에서 시청 흡인력 면에서 검증된 인기 연기자의 희소성은 그만큼 높아질 수밖에 없다. 이병헌, 김희선 등 몇몇 톱스타급 연기자의 경우 한편에 1000만원을 웃도는 것도 이 때문이다. 고현정과 심은하가 브라운관에 복귀할 경우 연기자의 몸값은 또한차례 큰 파동을 겪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하지만 문제는 <천국의 계단>과 <나는 달린다>의 엇갈린 운명이 자칫 스타시스템의 가치를 실제보다 부풀릴 수 있다는 점이다. 드라마 제작진이 연기자 캐스팅을 모든 것에 우선할 때 시청률을 높일 수 있을지 몰라도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뿌리째 흔들 수도 있기 때문이다.인기 있는 연기자를 캐스팅하는 것이야말로 이 시대 드라마 피디의 최대 덕목으로 굳어진다면 우리의 방송환경은 너무 초라해지지 않겠는가.

이 피디가 <금잔화> <모래위의 욕망> <아스팔트 사나이> <아름다운 그녀> 등에서 나름대로 뛰어난 영상언어를 보여주었기에 스타시스템이라는 손쉬운 흥행방식에 택한 것에 아쉬움은 더욱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