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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극장가] 스릴러 코미디 액션, 보기드문 성찬
2003-12-05

이번 주말 극장가는, 1년에 두세번 밖에 차려지지 않는 보기 드문 성찬이다. 안보면 후회할 영화가 세편 나란히 걸린다.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미스틱 리버>는 스릴러 형식을 빌린 정통 사회드라마이다. 잘 짜여진 구성에 범상치 않은 주제의식이 녹아들어, 내년 2월에 열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주요부문 여러상을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그러나 오해 말길. 이 영화가 주는 감흥은 주류 할리우드 영화의 그것과는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할리우드식 가족주의를 밟고 뭉개 버린다. 숀펜, 팀 로빈스, 케빈 베이컨 등 화려한 주연진 뿐 아니라 조연을 맡은 마샤 게이 하든, 로라 리니의 연기도 압권이다.

연말연시 분위기를 타고 개봉하는 <러브 액츄얼리>는, 우리가 로맨틱코미디에서 바라는 모든 것들을 정수만 추려서 담아놓았다. 로맨틱코미디를 싫어하는 이라도 이 영화를 보면서 가슴이 설레는 걸 피하기 힘들 것 같다. <노팅 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각본을 썼던 리처드 커티스가 메가폰을 잡고, 이들 영화를 제작했던 워킹타이틀이 휴 그랜트부터 ‘미스터 빈’의 로완 앳킨슨까지 자기 회사와 가까운 배우들을 대거 출연시킨 야심작이다. 그 기대를 영화는 배반하지 않는다.

홍콩누아르가 좋았다면, 더 나아가 <대부>나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같은 서사적 누아르의 기억을 잊지 못한다면 <무간도 2: 혼돈의 시대>(사진)를 놓치지 말 일이다. 음모와 배신이 질서가 돼버린 암울한 사회에 노예처럼 묶여 타락해가는 남자들의 모습을 지옥도처럼 그려간다. 여느 홍콩누아르 영화와 달리 죽는 이가 열명 남짓에 불과한데도 느낌이 참혹하고 비정하다. 이전 홍콩누아르와는 사뭇 다른, 그래서 홍콩누아르의 틀 자체를 부수고 나가는 듯한 새로움과 힘이 있다. 2편에서 삼합회 두목 예영호로 출연하는 배우 오진우를 눈여겨 볼 것. 모범생 같은 외모에서 전혀 예상할 수 없는 단호한 이미지를 뿜어낸다. 임범 기자 isma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