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새 영화] <러브 액츄얼리>
2003-11-25

10인10색의 로맨틱 코미디

옆구리가 허전해지는 12월. 달콤하고, 눈물겹고, 유쾌하고, 훈훈하고, 가슴 찡한 10인10색의 다채로운 사랑 이야기가 다음달 5일 관객을 찾아간다. <러브 액츄얼리>(Love Actually)의 감독은 리처드 커티스.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등의 시나리오로 수많은 연인 관객을 사로잡았던 그가 처음으로 메가폰까지 잡았다.

영화의 도입부, 카메라가 영국의 관문 히드로 공항 입국장에서 펼쳐지는 연인과 가족과 친구 등 갖가지 상봉 장면을 비추며 내레이션이 흐른다. 크리스마스 5주 전부터 크리스마스 당일까지 풍경을 담은 이 영화는 크게 7가지 이야기로 나뉜다.

첫 번째는 새로 부임한 미혼의 영국 총리(휴 그랜트)가 여비서 나탈리(마틴 매커친)의 순수한 매력에 빠진다는 러브 스토리.

이와 함께 어린 아들의 상사병을 치료해주며 부자의 사랑을 회복하는 새 아빠 대니얼(리암 니슨), 이방인 가정부 오렐리아(루치아 모니즈)를 떠나보낸 뒤 뒤늦게 자신의 감정을 깨닫고 외국어를 공부한 뒤 무작정 고백하러 포르투갈로 향하는 소설가 제이미(콜린 퍼스)가 나온다.

짝사랑하던 회사 동료를 집으로 초대하는 데 성공한 순간 요양소에 있는 오빠의 전화를 받고 달려가는 디자이너 사라(로라 리니), 남편(앨런 릭맨)의 주머니에서 하트 목걸이를 발견하고 기뻐하지만 정작 다른 사람을 위한 선물이었다는 사실을 알고 난 뒤 실의에 빠지는 주부(엠마 톰슨)도 등장한다.

또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 뒤에도 오랫동안 자신을 돌봐준 매니저 조(그레고르 피셔)를 잊지 않는 퇴물 로커 빌리(빌 나이히), 친구의 신부 줄리엣(키라 나이틀리)을 사랑하는 마크(앤드류 링컨) 등도 감동을 안겨준다.

여러 이야기가 옴니버스식으로 차례로 진행되지 않고 모든 등장인물의 관계가 이리저리 엮인 채 한꺼번에 펼쳐져 혼란스러울 만도 하지만, 리처드 커티스는 정교한 솜씨로 이야기를 잘게 나눈 뒤 이를 물 흐르듯 배치해놓아 관객이 복잡하다거나 지루하다는 인상이 느껴지지 않는다.

총리의 사랑을 제외하고는 누구나 한번쯤은 경험했을 법한 이야기여서 파격적인 상황이나 가슴을 흠뻑 적시는 명대사가 없어도 잔잔한 감동에 빠져들게 된다.

영국을 대표하는 배우들의 명연기를 보는 것도 즐겁고 <미스터 빈>으로 이름난 로완 애키슨과 슈퍼모델 클라우디아 쉬퍼의 `깜짝 출연'도 흥미롭다.

영국 총리로 등장하는 휴 그랜트가 미국 대통령(빌리 밥 손튼)과 회담을 끝낸 뒤 기자회견에서 영국의 자존심을 역설하는 대목은 이라크전을 계기로 `푸들'이란 별명을 얻은 토니 블레어 총리에게 한방 먹이는 정치적 메시지. 한국 관객의 눈에도 노무현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의 모습이 겹쳐져 후련함과 아쉬움이 교차한다.

상영시간 134분. 15세 이상 관람가.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