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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여섯개의 시선:그녀의 무게>만든 임순례 감독
2003-11-10

“외모부터 따지는 사회 나도 그 차별의 피해자”

<그녀의 무게>는 취업을 앞둔 상고 여학생의 좌절을 통해 우리 사회에 만연한 외모차별의 문제를 꼬집는 작품이다. 취업시즌 상고 교실은 쌍커플 수술을 하고 온 학생, 단식원에서 살을 빼고오는 학생들로 매일매일의 풍경이 변한다. 쌍커플은 없고 살만 많은 선경은 엄마에게 쌍커플 수술을 졸라보지만 씨도 안먹히고, 직접 돈을 벌려고 해도 외모 때문에 시답지 않은 아르바이트 자리 하나 구하기가 힘들다. 이 작품을 감독한 임순례 감독은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 외모차별의 피해자()로 깜짝 등장하기도 했다.

프로젝트의 참가 계기 지난 여름 처음 제안을 받았을 때는 <미소>촬영이 겹쳐 고사했는데 운좋게 가을에 여균동 감독에게 다시 제안이 와서 참여하게 됐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외모지상주의에 대해서 평소 관심도 많았고. 시간이 워낙 촉박해 원래의 구상에서 많은 부분을 줄여 급하게 시나리오를 완성했고 촬영도 여섯 작품 중 가장 늦게 들어갔다.

원래 구상은 어떤 것이었나 ‘사회적으로 용인되지 않는’ 외모를 가진 남녀 커플, 지나가면 사람들이 힐끗 쳐다볼 정도지만 둘은 너무나 서로를 예뻐하고 좋아하는 공고와 상고 3학년 남녀학생의 이야기를 하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어 더 문제가 심각한 여성의 경우만 다루게 됐다.

실제 여고생이 출연하는데 외모에 가장 예민한 나이인만큼 섭외가 쉽지 않았을 것같다 이번에 수능시험을 본 예고학생인데 이미 비슷한 주제의 고딩영화 <내 살이 아름다워>에 출연한 이력이 있다. “내가 살을 안빼서 그렇지, 살만 빼면 심은하”라고 이야기할 정도로 밝고 낙천적인 성격을 가진 친구라 전혀 부담이 없었고 영화가 무겁지 않게 흐르는 데 이런 면도 일조한 것 같다.

마지막에 카메라가 뒤로 빠지면서 실제 영화 촬영장면을 잡으며 길가던 사람이 “감독 누구예요 저 뚱뚱한 아줌마라구 에이 말도 안돼”라고 이야기하는 장면에 웃음이 나온다. 외모 차별의 피해자가 되본적은 없나 왜 없겠는가. 비단 잘생기고 못생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사회는 어떤 직업이나 위치에 걸맞는 외모나 이미지에 대한 강박관념이 심하다. 이를테면 영화감독하면 어떤 인상에 모자, 선글라스 이런 이미지를 떠올린다. 물론 남자이어야 하고. 마지막 장면은 시나리오 작업때부터 염두에 두었던 것이다. 취업을 앞둔 여고생에서 사회 전체로, 영화 안에서 영화 밖으로 외연을 확장시키려는 의도에서였다.

다른 감독들의 작품을 본 소감은 전체적으로 꽉 짜인 옴니버스 형식으로 완성되지 않은 점이 있지만 개별작품들은 매우 좋았다. 끝까지 보고 나면, 너무나 일상적이어서 관심거리도 되지 않았던 한국사회의 병폐들을 환기되는 것같다. 우리가 다룬 주제들이 아니라도 한국사회에서 차별의 주제와 소재들은 떨어지지 않을 텐데 해마다 주제와 감독을 바꿔 이 프로젝트를 계속해갔으면 좋겠다는 이야기가 감독들 사이에 나오기도 했다. 10년 정도 하면 인권에 대한 괜찮은 필름아카이브가 완성될 수 있지 않을까. 김은형 기자 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