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들이 돌아왔다. 우거지 맨숀에서 엽기 행각을 일삼던 우비소년 일당이 이번에는 TV시리즈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다. 26부작 <내 친구 우비소년>은 국내 최초의 HDTV 애니메이션 시리즈. 러닝타임 5분의 26부작 모두 더빙을 마치고, 지난 10월26일에는 기술 시사까지 끝냈다.
서른명의 소수 정예 스탭이 기획부터 제작까지 들인 시간은 고작 1년. 기획 기간을 빼면 실제 제작 기간은 6개월에 불과하다. 제작비는 기존의 반이라고 할 수 있는 5억원이 들었다. 로이 비쥬얼이 퀄리티를 놓치지 않고 제작 기간과 제작비를 절약할 수 있었던 비결은 내실있는 제작시스템과 플래시 제작방식 덕이었다. 비트맵 방식과 달리 플래시의 벡터작업은 이미지를 확대해도 손상이 없다는 점에 착안한 것. 그래서 플래시 기법으로 고해상도의 영상을 작은 사이즈로 작업해 HD 방식으로 출력하는 방법을 택했다. 결과는 성공적이었다.
<내 친구 우비소년>은 언뜻 플래시 시리즈와 같아 보이지만, 엄연히 다른 작품이다. 플래시 시리즈가 우거지 맨숀을 무대로 펼쳐졌다면, TV시리즈의 주무대는 학교다. 플래시 시리즈에 비하면 비교적 평화롭고 정상적인 일상이 펼쳐진다.
등장인물도 세심한 주의를 거쳐 디자인과 설정이 바뀌었다. 먼저 엘비수와 오타군이 어려져서 우비소년과 친구가 됐다. 이들은 모두 초등학교 2학년. 꽃님이라는 예쁘지만 깨는 캐릭터도 우비의 마음을 사로잡는 히로인으로 등장한다. 그러나 등장인물은 우비소년, 뱃살공쥬, 꽃님이, 엘비수, 오타군, 반장 등 6명에 불과하다. 간간이 등장하는 어른 캐릭터는 얼굴이 나오지 않은 채 주인공들의 키에 맞춰 잘리는 것이 특징적이다.
캐릭터 성격도 좀더 분명해졌다. 우비소년은 친구들은 조금씩 이상하지만, 자기만은 정상이라는 생각으로 살고 있다. 오타군은 길가에 우두커니 서서 하루종일 전봇대 놀이를 하거나 우주인을 만나러 갈 생각을 하는 괴짜. 먹을 것을 밝히는 뱃살공쥬의 적나라한 심술도 볼 만하다. 전형적인 꽃 캐릭터일 것만 같은 꽃님이의 깨는 모습도 폭소를 자아낸다.
엄준영 감독은 “웹에서는 불특정 다수가 대상이어서 소재의 제한이 없었지만 TV로 옮겨가면서 연령대를 낮추고 타깃을 명확히 해야 했다. 그러나 어른과 아이 모두 재미있게 볼 수 있을 것이다.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만들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으리라고 본다”고 밝힌다.
실제로 <내 친구 우비소년>에는 화마다 스탭들의 개성이 가득하다. 꽃과 공주, 대책없는 마사루, 보노보노의 선문답, 아즈망가의 슬쩍 뒤통수치는 묘미가 곳곳에 숨어 있다. 나중에는 작화 방법도 바꾸어 <사우스파크> 버전이 등장하기도 한다.
<내 친구 우비소년>의 또 하나의 비밀은 바로 성우 세명이 모든 캐릭터를 연기했다는 점이다. 플래시 버전과 마찬가지로 우비소년을 맡은 양정화가 이번에는 꽃님이도 함께 연기했다. 한원자가 반장과 엘비수를, 여민정이 뱃살공쥬와 오타군을 연기했다. 물론 귀로 들어서는 같은 성우라는 것을 알 수 없다.
서사구조가 한층 강화되고 로이 비쥬얼 특유의 연출이 돋보이는 <내 친구 우비소년>에 한층 더 기대해도 좋다. 방송사와 방송시기는 아직 미정이며 주제가는 박상민이 불렀다. 김일림/ 애니메이션 칼럼니스트 illim@kore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