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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는 당신의 미래다,해외신작 <미스틱 리버>
권은주 2003-11-04

당신의 예언자는 과거, 라는 말이 있다. <미스틱 리버>의 세 친구들도 그렇다. 그들의 과거는 그들의 미래를 악착같이 옭아맨다. 지미(숀 펜), 숀(케빈 베이컨), 데이브(팀 로빈스)의 어린 시절은 끔찍한 범죄의 기억으로 더럽혀져 있다. 하키를 하던 아이들 앞에 수상한 남자들이 나타나고, 데이브를 유괴한다. 며칠 뒤 범인들은 잡히지만 데이브는 유괴의 후유증으로, 친구들은 자책감으로 괴로워하면서 멀어져 간다. 세월이 흐른 뒤 그들은 어른이 되었고, 모두 가정을 이루고 있다. 숀은 경찰이 되었고, 감옥에서 나온 지미는 작은 식료품 가게를 운영하고, 데이브는 허드렛일을 하며 힘들게 살고 있다. 어느 날 지미의 딸 케이티가 살해되고, 데이브가 유력한 용의자로 떠오른다. 그 사건을 수사하는 경찰은 숀이다. 잊어버리고 싶은 과거의 기억에 사로잡혀 있는 세 친구는 서로 다른 처지와 상황에서, 운명적인 파국을 향해 달려간다.

클린트 이스트우드는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범죄야말로 아동학대범죄’라고 말한다. <미스틱 리버>는 유년 시절에 저질러진 범죄의 결과가 단지 한 사람의 인생만이 아니라, ‘가족과 친구들, 주변 모든 이들에게 영향을 끼치는 모습’을 보여준다. 무고한 사람을 희생양으로 삼으면서 광기가 모든 것을 지배하고, 그들의 과거는 미래를 파멸시킨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삶은, 세상은 유유히 흘러간다. 그 모든 혼돈과 공포를 끌어안고서. 그것은 이미 <추악한 사냥꾼> <용서받지 못한 자> <미드나잇 가든> 등에서 클린트 이스트우드가 보여준 황량한 세계의 풍경이다.

올해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되었던 <미스틱 리버>는 연기력에서 누구에게도 뒤진다 할 수 없는 숀 펜, 케빈 베이컨, 팀 로빈스의 앙상블과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안정된 연출이 어우러져 묵직한 여운을 남긴다. 모든 영웅과 반영웅이 사라지고, 공동체의 믿음마저도 흔들리는 세계를 그려내는 <미스틱 리버>는 70살이 넘어서도 결코 바래지 않는,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끈질긴 투혼을 보여준다.김봉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