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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현장] 판타지 멜로영화 <인어공주>
2003-11-01

전도연, 해녀 변신해 우도 바다서 물질

제주도 동쪽에 소가 길게 누운 형상으로 성산일출봉을 바라보고 있는 섬 우도(牛島). 지난달 30일 오후 이곳 하고수동 선착장 앞바다에서는 해녀들의 물질이 한창이었다. 1960∼70대 해녀들 틈에서 유난히 앳된 비바리(`처녀'란 뜻의 제주 방언) 하나가 눈에 띈다. 숨을 한 번 크게 몰아쉰 뒤 몸을 뒤집어 물에 잠기는 품세가 그럴 듯하지만 유난히 입수 시간이 짧고 얼굴에 힘든 표정이 역력하다.

주인공은 톱스타 전도연. 영화 <인어공주>(제작 나우필름)에서 20여년 전의 해녀 연순과 우체국에서 일하는 그의 딸 나영으로 1인2역을 맡았다. 이날 촬영장면은 스무 살의 연순이 짝사랑하는 우체부(집배원) 진국(박해일)이 지나가는 것을 기다리며 바다에서 굴과 소라 따위를 따는 대목이다.

두렁박(해녀들이 물에 띄워 몸을 의지하는 도구로 예전에는 박으로 만들었으나 이제는 스티로폼을 쓴다)을 붙잡고 있던 전도연은 감독의 '큐' 사인과 함께 바닷속에 잠겨 1분 가량 버틴 뒤 수면 위로 얼굴을 내밀어 숨비소리(숨을 고르며 동료들과 신호하는 휘파람)를 낸다.

차량 엔진 소리, 휴대전화 벨 소리, 카메라 플래시 등으로 NG가 거듭되자 사람 좋아 보이는 박흥식 감독도 참지 못하고 고함을 버럭 지른다. "배우가 이렇게 고생하는데 도와주지는 못할망정 방해하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야!"

아무리 북위 33도의 남쪽 섬이라고는 하지만 10월 말의 바다 수온은 18℃. "끙끙"하며 신음소리를 내는 전도연이 안타까워 감독은 "따뜻한 물 좀 줄까"라고 묻는데도 전도연은 "괜찮아요"라고 말하며 옹골찬 모습을 과시한다. 1시간 가량 바다에 있다가 입술이 새파랗게 질린 채 뭍으로 나온 전도연은 곧바로 따뜻한 물이 담긴 플라스틱 물통에 몸을 담그고 담요까지 뒤집어쓴다.

"70대 할머니들도 한겨울에 물질을 한대요. 길에서는 지팡이를 짚고 힘겹게 걷는 분이 물에서는 날렵하게 자맥질을 하지요. 영화 속에서는 제가 상군(물질을 가장 잘하는 해녀)으로 나오는데 실제로는 아직도 똥군(초보 해녀)이어서 걱정이에요."

9월 초에 우도에서 촬영을 시작했으나 태풍 매미가 섬 주변 바다를 온통 뒤집어놓고 가는 바람에 한달 가량 진행이 늦어졌다. 우도에서 찍는 분량은 65% 정도로 주인공 연순과 진국의 로맨스가 여기서 모두 이뤄진다.

눈길 돌리는 곳마다 절경인 우도. 장선우 감독의 <화엄경>과 이현승 감독의 <시월애>도 이곳에서 찍었다. 마을사람들이 외지인에게 배타적이라는 소문을 듣고 잔뜩 겁을 먹었으나 해녀들의 이야기를 영화로 만든다고 하니 주민들이 모두 스태프와 엑스트라를 자청하고 나섰다. 특히 눈망울이 선한 박해일은 해녀들 사이에서 인기 최고여서 곤란한 문제가 생기면 해결사 역할을 척척 해낸다.

내년 봄 개봉 예정인 이 영화는 20대 숙녀가 어머니의 젊은 시절로 돌아가 가슴 벅찬 사랑을 체험한다는 것이 기둥줄거리. 20여년 전 과거와 현재를 넘나드는 판타지 멜로물이다.

2001년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를 선보인 박흥식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전도연과 다시 호흡을 맞추며 <질투는 나의 힘>과 <살인의 추억>의 박해일이 남자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제주도 출신의 중견 탤런트 고두심이 모처럼 다시 스크린에 얼굴을 내미는 것도 관심을 모은다. (북제주=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