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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국적 과잉진지남,안토니오 반데라스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과하다. 기름칠한 듯 번들번들한 머리칼, 검은 숲 같은 울창한 눈썹, 강렬한 이목구비도 과하고, 혁명가나 영웅으로 등장해 보여주는 지나치게 애끓는 연기도 과하다. 한때 마돈나의 심장을 앗아가고, 부인인 멜라니 그리피스를 의부증에 시달리게 할 만큼 과한 매력에 스페니시 악센트가 남아 있는 발음까지 더해지면 그는 보는 사람에 따라 ‘느끼하다’와 ‘부담스럽다’ 등의 인상을 주기 쉽다. 그러나 안토니오 반데라스, 그와 함께라면 넘치는 것도 미가 된다. 모두들 안정된 연기를 말할 때 그는 과장된 몸짓으로 기타를 튕기고, 노래를 부르며, 춤을 추고, 총을 쏜다. 특히 귀에 익은 기타선율을 뒤로 하고 긴 머리를 주윤발의 코트자락처럼 천천히 날리며 등장하는 로버트 로드리게즈의 영화 속의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모든 과한 것들의 왕이 되어 그 허구의 세계를 지배한다.

스페인의 말라가에서 태어나 프로 축구선수가 되고 싶었던 소년의 꿈은 14살 때 발에 부상을 입으면서 깨어졌다. 대신 그는 마드리드의 TV와 연극무대에서 연기를 시작했고 <신경쇠약 직전의 여자> <욕망의 낮과 밤> 등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영화를 통해 연기의 무대를 확장해나갔다. 그러나 여전히 안토니오 반데라스를 남미 어디쯤에선가 튀어나온 배우로 생각하는 관객이 많다. 그도 그럴 것이 92년작 <맘보 킹>을 통해 미국 관객에게 얼굴을 알릴 때 그는 매력적인 ‘쿠바’ 뮤지션이었고, <마스크 오브 조로>에서는 스페인의 총통과 맞서 싸우는 ‘멕시코’의 영웅 조로였다. <에비타>에서는 ‘아르헨티나생 쿠바’ 혁명가 체 게바라가 되어 노래하고 춤을 추었고 <프리다>에서는 프리다의 연인이었던 디에고와 어깨를 겨루던 ‘멕시코’ 화가 D. A. 시케이로스로 출연했다. 올해 베니스영화제에서 악평을 면치 못했던 <이매지닝 아르헨티나>에서는 심지어 실종된 사람들이 눈에 보이는 ‘칠레’의 연극감독이 되어야 했다. 얼마 전 시리즈 <그리고 본인역으로 출연하는 판초 빌라>에서 멕시코 농민혁명가이였던 판초 빌라로 등장한 자신을 못마땅해하는 멕시코인들을 향해 그는 “앤서니 홉킨스는 멕시코인지만 <그리스인 조르바>에서는 그리스인을 연기했고, 서부의 상징인 스칼렛 오하라는 영국인인 비비안 리가 없이는 상상하기 힘들다”며 “나는 국적없이 연기한다”고 강조한다.

그러나 국적은 없어도 뿌리는 있다. 최근 브로드웨이 코믹뮤지컬 <나인>으로 14년 만에 무대로 복귀한 안토니오 반데라스는 “인간은 자신의 뿌리를 잊을 수 없다. 나의 뿌리는 연극무대다”라며 지금이 “가장 행복한 때”임을 부정하지 않는다. “사람들은 나에게, 왜 <스파이키드> 같은 영화를 찍는 거죠? 그건 당신이 출연할 만한 영화가 아니에요, 라고 묻는다. 결코 로드리게즈에 대한 신의로 영화에 출연한 것은 아니다. 진짜로 그 작업을 즐겼다”고 말하는 이 남자는 이제 자신의 갈 길은 “코미디언”이라는 의외의 대답을 내놓는다. 극과 극은 통한다고 했던가. 어쩌면 이 마흔셋 ‘무국적 과잉진지남’에게 코믹한 미래를 기대하는 것도 꽤 흥미진진한 일이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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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GMM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