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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제네거 캘리포니아주 지사 당선
2003-10-09

‘돌아온 터미네이터’가 ‘희망의 땅’ 캘리포니아를 접수했다. 배우 출신으론 1966년 로널드 레이건이 캘리포니아주 지사로 당선된 뒤 두번째다. 오스트리아 출신으로 47년 미국에 이민간 아널드 슈워제네거(56)는 70년대 숱한 보디빌딩 대회에서 우승하며 이름을 날린 뒤 최정상의 액션배우로, 이번엔 정치인으로 변신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이번에 철저하게 할리우드 방식으로 선거에 임했다. 주지사 출마선언을 8월6일 〈에이비시방송〉의 ‘제이 리노 투나잇쇼’에서 발표해 미국 전역을 깜짝 놀라게 했다. 선거 초반 상한가를 치던 지지율이 계속 떨어지자 9월 중순엔 역시 가장 인기있는 프로그램 중 하나인 〈오프라 윈프리 쇼〉에 아내와 함께 출연했다. 공정성 시비는 있었지만, 여성들에게 막강한 영향력을 지닌 이 토크쇼 출연과 맞물리며 그의 지지율은 다시 상승하기 시작했다. 그는 대신 후보들간의 텔레비전 토론엔 단 한차례만 응했다. 자신이 출연한 영화도 최대한 선거전에 활용했다. 유세 때마다 “터미네이트 데이비스”(데이비스 주지사를 퇴출시키자)를 외쳤다. 〈워싱턴포스트〉는 “그는 유권자들에게 다양한 방식으로 접근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슈워제네거는 할리우드에선 드물게 공화당을 지지해왔지만, 낙태와 총기 규제에 찬성하는 등 정통 공화당 주류에선 약간 벗어나 있다. 이런 점이 이번 선거에서 중도 성향 유권자들의 표를 끌어모으는 데 장점으로 작용했다.

그의 아내는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조카딸인 마리아 슈라이버(47). 성추문, 히틀러 찬양 발언 등 잇단 악재 속에서 슈워제네거를 구해낸 일등공신으로 꼽힌다. 〈엔비시방송〉의 인기 앵커이자 민주당원인 슈라이버는 슈워제네거의 공화당 색깔을 탈색하는 데 큰 도움을 준 것으로 평가된다. 지난 3일 잇따르는 성추문 폭로로 슈워제네거가 궁지에 몰리자 슈라이버는 “내 남편은 에이 학점을 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옹호했다. 이튿날 거의 모든 신문엔 슈라이버가 남편에게 키스하는 사진이 실렸고, 이걸로 민주당의 성추문 공세는 완전히 힘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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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싱턴/박찬수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