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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terview 2] “사람은 망각하기 때문에 살수 있는 존재”
2003-10-09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 감독 가이 매딘

“나는 거짓말을 많이 하기로 소문난 감독입니다” 가이 매딘은 7일날 있었던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의 첫 상영에 앞서 관객들을 향해 그렇게 농담을 던졌다. 하지만 완전히 농담은 아닐 것이다. 그의 영화는 거친 흑백과 극단의 컬러와 번지는 화면으로 본다는 것의 황홀을 가져다주며 관객을 몽유병자로 만들어 버린다. 가이 매딘은 훌륭한 이야기꾼이기 때문에 거짓말쟁이인 것이다. 장난기 넘치는 덩치 큰 개구쟁이일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가이 매딘은 진지했고 섬세했다. 하지만 가려서 들으실 것. 이야기꾼은 이야기를 잘하는 법이다.

은행출납계원, 페인트공이라는 평범한 직업에서 영화감독으로 인생의 항로를 바꾸게 된 계기는 나로서 페인트공이라는 직업은 삶에 대한 게으른 접근이었다. 나는 표면적인 것들만 손보는 것이었지, 구조적인 문제를 손보지는 못하고 있었던 것이다. 허물어진 집이 있으면 한 몇 년 동안만 보기 좋게 만들 뿐이었다. 그런 점이 나를 우울하게 했다. 그래서 구조적인 문제를 다루기 위해 영화감독이 된 것이다.

스스로 “인터뷰에서 거짓말을 많이 하는 감독”이라고 했다 하지만, 영화에서는 항상 진실만을 말하려고 한다. 인간의 진실이라는 것은 복잡한 문제인 것 같다. 나에게는 사람들이 사랑하고 사랑받는 것이 흥미롭다. 진실은 실제로 추한 면이 있다. 사랑을 한다는 것이 항상 아름답지는 않으니까. 히치콕과 루비치같은 감독들이 이런 사실들을 알고 있었다. 인터뷰를 할 때는 사실 거짓말을 좀 하지만, 영화에서만은 진실을 말하려고 한다.

위니펙을 떠난 적이 없다. 그곳은 당신에게 어떤 곳이기에 그토록 상상력을 자극하는가. 위니펙만큼 잘 아는 도시가 나에게는 없다. 어느 거리의 나무벽이 헐거워져 있는지, 지름길은 어디로 가야하는지, 어느 집 개가 사람을 무는지, 그 모든 걸 알고 있다. 아마도 다른 도시에 대해서 이만큼 알려면 일평생이 걸릴 것이다. 나는 이런 친화성이 좋다. 나 자신만의 신화속에 살고 있는 것 같다.

근친상간의 내용이 많다. <세상에서 가장 슬픈 노래>도 역시 그렇다. 오이디푸스 컴플렉스를 염두에 두는가. <조심>을 만들고 나서야 그리스 비극을 읽게 됐다. 지금은 굉장히 좋아한다. 대개는 만화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다. 92년에 <조심>을 만들었을 때 근친상간의 경험자들이 토크쇼 등에 많이 등장했었다. 그들의 고통이 너무 심하다는 데 동감했었다. 그러면서 내 친구 조지와 나는 오히려 근친상간에 찬성하는 영화를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일렉트라>는 읽어봤지만, 아직도 <오이디푸스>는 읽어보질 못했다.

러시아 무성영화에 대한 오마주를 많이 볼 수 있다. 특히 <세계의 심장>. 얼마나 영향을 받은 것인가. 그 영화를 만들기 전까지는 러시아 영화를 본 적이 없다. 러시아 영화는 굉장히 지루할거라고 짐작하고 있었다. 하지만 보고나서는 그 몽타주에 매료되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영화의 빠른 속도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나는 긴 숏 하나를 정성들여 찍는 것보다, 많은 숏을 찍는 것을 좋아한다. 러시아의 영화를 보고나서 내 영화의 편집속도도 빨라지게 되었다.

이번 영화에 이자벨라 로셀리니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한 이유는. 항상 그래왔지만 내 영화는 동시대의 다른 영화들과는 멀리 있었다. 이자벨라 로셀리니만이 적절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이 여배우는 영화의 과거역사에 연결되어 있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그녀의 아버지는 로베르토 로셀리니이고, 어머니는 잉그리드 버그만이다. 그녀를 통해 50년 정도의 시간을 거슬러 올라간 듯한 느낌을 내게 주었다.

스크린의 주변을 흐릿하게 효과를 왜 매번 선택하는가. 이런 효과는 <김리병원 이야기>를 할 때부터 사용했다. 있는 것이 없거나, 없는 것이 있는 것처럼 보여서 좋다. 렌즈의 주변에 바셀린을 발라 이런 효과를 내는 것이다. 영화 현장에 전선이 많았다. 19세기를 배경으로 한 영화이므로 일부러 희미하게 번지게 했다. 이 것이 꿈을 꾸는 효과를 주는 것 같아 그 다음부터 계속 사용하게 됐다.

많은 영화에 몽유병자와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등장한다. 이유는. 그렇다. 특별한 이유가 있다. <대천사>에서는 거의 모든 인물이 몽유병자와 기억상실증 환자로 등장한다. 사람은 망각하기 때문에 살수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을 다 기억한다면 너무나 자신이 싫어질 것 같다. 망각은 생존을 위한 것이다. 이것이 우리 자신들을 재밌게 보여주는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원래 이번영화에도 많은 몽유병자들이 등장하는데 한 명만 남겨놓고 편집과정에서 줄였다. 실제 대공황속에서는 가족부양의 어려움을 잊고 싶어하는 몽유병환자나 기억상실증 환자들이 많았을 것이다. 정한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