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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ecial] 국민배우, 국민배우를 만나다

국민배우, 국민배우를 만나다 - 야쿠쇼 고지와 안성기의 오픈 토크

국민배우, 국민배우를 만나다. 한일 양국의 두 국민배우 안성기와 야쿠쇼 고지가 부산영화제에서 오랜만에 만남을 가졌다. 두 사람은 1995년 오구리 고헤이의 <잠자는 남자>에 함께 출연해 인연을 맺어 8년간의 우정을 지속해 왔다. 이들은 얼굴이나 분위기도 닮았지만 1월 1일생으로 생일도 같다. <오픈 토크: 한·일 두 국민배우, 영화와 인생을 논하다>라는 이름 아래 10월 3일 오후 5시부터 일반관객을 대상으로 이루어진 이날의 만남은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에서 약간 쌀쌀해진 바닷바람과 함께 시작되었다.

국민배우

야쿠쇼 고지: 일본에서는 ‘국민배우’라는 호칭이 없다. 그러나 안성기씨를 “한국의 국민배우”라고 소개받았을 때 그 단어가 가지는 의미를 느낄 수가 있었고 설득력이 느껴졌다. 물론 안성기씨가 뒤에서 얼마나 나쁜 일을 많이 하고 다니는지는 확인할 수 없지만, 왠지 청렴결백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는 아마 그렇게는 못 살 것 같다.(웃음)

안성기: 국민배우라... 엊그젠가 이승엽 선수의 56호 홈런을 기념하는 특별 프로그램을 준비하는 측에서 곁다리로 ‘국민’자가 들어간다고 나에게도 인터뷰를 청해왔다. 조용필씨도 나간다더라(웃음). 진짜 쑥스러운 말이다. 성실하게 다른 일 안하고 영화에 쭉 몰두해왔기 때문에 붙여준 타이틀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부담도 많다. ‘너는 이렇게 살아야 해, 이걸 벗어나면 실망할거야’ 같은 족쇄 같기도 하고. 하지만 지금껏 잘 살았으니 앞으로도 잘 살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부담을 안가지고 노력하고 있다.

야쿠쇼 고지: 아까 <잠자는 남자> 이야기가 나왔는데, 그 영화에서 안성기씨의 역할은 정말 잠만 자는 남자였다. 아마도 안성기씨는 역할을 떠나 일본과 한국의 교류에 대한 의의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런 자세 하나만으로도 국민배우라는 느낌이 묻어난다.

안성기: 그땐 참 암담했었다. 오구리 고헤이 감독이 대본을 주면서 출연을 해달라고 했는데 처음부터 끝까지 누워만 있는 역할이었다. 분명 매스컴에서는 ‘안성기 일본영화 출연하다’식으로 나올텐데 이거 한국에서 상영하면 곤란하겠네, 고민 많이 했다.(웃음) 누워만 있는 것 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큰 움직임을 느끼면서 연기했다. 게다가 그렇게 심각한 영화를 언제 한번 찍어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진지한 영화였다.

연기

야쿠쇼 고지: 지금까지 연기생활을 해오면서 여러 가지 역할을 맡았고 가끔 지저분한 역할도 많이 해왔다 <도플갱어>는 배우로서 매우 흥미로운 역할이었고 도전적인 작품이었다. 불안했던 것은 아무리 분열된 두 사람이라고 해도 결국 화면에는 내 얼굴만 나오니까 관객들이 지겨워하지 않을까가 걱정되었다.(웃음) 사실 연기란 것은 늘 여러 가지 인격을 표현하는 것이고 이번엔 그 안에서 두 가지를 뽑아낸 것뿐이다.

안성기: 벌써 영화를 시작한 지 47년 되었다. 보는 사람들에게는 늘 비슷해 보일런지 몰라도 나이가 한살 한살 먹어가면서 새로운 해석이 되기도 하고 그 나이가 아니면 안되는 역할도 있어서 연기란 게 늘 새롭다는 생각이 든다. 도통 싫증이 안 난다. 사실 배우만 하는 것도 꽤나 큰 즐거움이다.

나의 베스트

안성기: 사실 이런 질문이 제일 밉다.(웃음) <바람불어 좋은날>은 성인배우로 인정받은 영화였고 <만다라>는 이후 원하는 작품을 할 수 있게끔 만들어준 작품이었고 <고래사냥>은 남녀노소 구분없이 좋아했고. 음... 이걸로 시간을 다 보낼까?

야쿠쇼 고지: 그런 질문은 정말 어렵다. 처음에는 연극무대와 TV를 했는데 영화를 중점적으로 해야겠다고 결심한 영화가 바로 <잠자는 남자>였다. 그 영화를 찍고 <쉘 위 댄스?>를 촬영했는데 만약 그 순서가 뒤바뀌었더라면 아마도 <쉘 위 댄스?>에서 그런 연기를 할 수 없었을 꺼다. 물론 지금 가장 소중한 영화는 <도플갱어>다.

스크린 쿼터

야쿠쇼 고지: 일본에는 스크린 쿼터란 게 없다. 어제 한국의 스크린 쿼터에 대한 이야기 들으면서 정말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한 단관 상영을 정부가 지원한다는 이야기도 인상적이었다. 일본에서도 자신들의 영화를 지켜가는 움직임을 해야 할 텐데.

일본 대중문화 전면개방

안성기: 예전에 일본에 가면 늘 받던 질문이 일본영화는 언제쯤이면 자유롭게 한국에서 상영될 수 있냐는 것이었다. 본격적으로 개방되었다는 뉴스를 들었을 때 마음의 짐을 던 것 같은 기분이었다. 일본, 한국, 중국, 대만, 홍콩까지 포함한 동북아시아는 어떤 면에서 비슷한 정서를 기자고 있다. 자본, 장소, 아이디어가 원활히 움직여졌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아마도 그것이 부산국제영화제의 역할이고 우리가 그 교류의 주인공일수 있다는 사실이 뿌듯하다.

술, 음식

야쿠쇼 고지: 술이 많이 약해지긴 했는데 굉장히 좋아한다. 주량? 기억이 안 날 정도로는 마신다. 몇 년 전에 안성기씨가 불고기를 사줬는데 한국 불고기집은 일본과 달리 채소, 김치 종류가 많아서 행복했다. 전통적인 한국음식은 너무 맛있다.

안성기: 나는 잔을 센다.(웃음) 2, 3잔 정도는 확실히 마신다, 어젯밤에 둘이 술 한 잔 할까 생각했는데 아쉽게 헤어졌다. 아직 야쿠쇼 고지씨가 밥을 안 사줬는데 앞으로 가면 사주겠지?정리 백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