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대 청춘들의 우울한 초상. 그래도 희망은 있다!
덕배, 춘식, 길남은 서울의 변두리 개발지역에서 중국집, 이발소, 여관에서 일을 하며 서로를 위로하고 불평하며 생활한다. 셋은 자기의 미래에 대해서 무감각할 뿐만 아니라, 신문 사회면에 나올법한 주변의 환경에 대해서도 무관심하다.이들은 동네에 머물러 있는 이유는 즐겁게 나누는 술잔 뿐만이 아니다. 길남은 미용사 진옥을 춘식은 면도사 미스유를 좋아하며 동네를 떠나지 못하고 하나의 사연을 간직한채 생활한다. 행동이 굼뜬 순박한 덕배도 구로공단의 여직공 춘순과 상류사회의 명희라는 괴팍한 여자를 사이에 두고 고민을한다. 이들 주위에는 갖가지의 생활과 인생이 연출되어지고, 어느 날은 폭행사건에까지 휘말리게 되는데...........
- 제작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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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작품(최일남)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바람불어 좋은 날은 1970년대 후반~80년대 한국영화 암흑기에 '별들의 고향', '바람불어 좋은 날', '바보선언' 등 사회성 혹은 흥행성 있는 작품을 내 놓으며 배창호 감독과 함께 시대를 이끌던 이장호 감독의 작품이다.
이 작품은 감독은 물론, 출연자, 영화 모두가 한국 영화사에서 아주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감독의 경우를 보면 1974년 <별들의 고향>으로 데뷔하자마자 최고의 흥행감독으로 떠오른 이장호 감독은 1976년 대마초 혐의로 활동이 정지되었다가 해금된 이후 이 작품으로 화려하게 재기에 성공한다. 이후 이장호 감독은 80년대 후반까지 한국 영화계에서 가장 잘 나가는 감독으로 활동하게 된다.
배우인 안성기의 경우 이 작품은 그의 연기 인생에 가장 중요한 전환점이 되는 의미를 가진다. 1957년 김기영 감독의 <황혼열차>의 아역으로 데뷔한 안성기는 학업과 군복무로 한동안 영화 활동을 중단했다가 다시 배우로 복귀했는데 이 작품으로 부활에 성공한다. 그는 이 작품으로 1959년 이후 21년 만에 대종상 신인상을 받으며 진정한 연기가 무엇인지 알게된다.
그러나 뭐니뭐니해도 영화 <바람 불어 좋은 날>이 갖는 가장 큰 의미는 한동안 맥이 끊겼던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계보를 되살린 신호탄이란 점이다. 70년대 독재정권 아래서 현실의 문제를 사실적으로 그린 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제작한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고 그 때문에 극장은 코미디나 하이틴물로 채워질 수 밖에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바람불어 좋은 날>의 등장은 한국리얼리즘영화의 부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됐고 이후 이장호 배창호로 이어지며 80년대 말까지 사회의식과 작품성을 지닌 수작들이 만들어지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