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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다큐 최대흥행장 <영매> 박기복 감독
2003-10-02

관객 1만명 돌파 "꿈만 같다"

100만명도, 10만명도 아니다. 하지만 영화계에서 그것은 하나의 ‘기념비적인 사건’이었다. 다큐멘터리 <영매>가 지난 30일 관객 1만명을 돌파한 것이다. 변영주 감독의 ‘낮은 목소리’ 연작 이후엔 정식으로 관객과 극장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던 한국 다큐로선 역대 ‘최대흥행작’이다. 서울 대학로의 하이퍼텍 나다에서 상영을 시작한 이 작품은 서울의 메가박스 코엑스점, 부산의 DMC에서도 지난주말부터 상영을 시작했다. 멀티플렉스에 간판을 건 첫 한국 다큐멘터리도 된 셈이다.

“꿈만 같아요.”

박기복 감독의 그 말은 진정으로 느껴졌다. 개봉을 앞두고 박 감독은 <씨네21>에 ‘시일야영매흥행방성대원’이라는 장문의 편지를 써서 실은 적이 있다. 거기서 “1만이면 초흥행, 2만이면 대박, 3만이면 초대박”이라며 관객들과 진심으로 소통하길 바라던 감독의 간절한 기원이 이뤄진 것이다.

전국 방방곡곡을 누빈 촬영기간만 1년6개월, 촬영을 시작한 지 3년 만에 관객에게 선보인 데까지 박 감독은 “너무나 여러사람의 도움이 더해져 이뤄졌다”고 말했다. 왜곡된 언론과 사회의 시선에 인터뷰를 꺼리다가 기꺼이 마음을 열어준 무당들부터 충무로 제1의 음악감독이면서 제작을 맡아 연출부 궂은 일까지 마다지 않은 조성우 감독, 홍보를 맡아준 하이퍼텍 나다 사람들, 자신의 든든한 후원자이자 팬이자 영화인인 아내 배윤희씨까지 모두의 땀이 <영매>엔 배어 있다. 개봉에 맞춰 새로 집어넣은 내레이션은 배우 설경구씨가 무료로 맡았다.

<행당동 사람들>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 <냅둬!>에서 <영매>까지, 홈리스·부랑아·앵벌이·무당으로 소재는 달라도 박 감독의 작품은 ‘교감’과 ‘소통’이라는 코드로 읽혀진다. “흔히 이런 소재들일 때 보여지는 사회시스템 문제 같은 시각보다는 감독과 낯선 이방인의 교감이 중심이었죠. 대학 때부터 존재론 같은 데 관심이 있어 무당을 선택하긴 했지만, 소재도 ‘사회적 비주류’라는 점에선 이전 작품과 통하고요.” 그는 <영매>에서 삶과 죽음을 동시에 사는 무당들을 ‘친근한 이웃, 이 땅에 사는 사람’으로 그리고자 했다. 박 감독에게 이 영화는 “신이 있냐 없냐는 질문을 하는 영화가 아니라, 신을 받아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다. 그런 문화인류학적인 관점 때문인지 요즘엔 몇몇 대학 교수들이 특강 요청을 해오기도 한다.

“사실 무당을 다룰 때 호기심이나 소재적인 접근이 되기 쉽죠. 그런데 무당 할머니들이 완성된 작품을 보고 “고맙다”고 하고, 어느날은 30여명의 무당들이 단체 관람을 한 뒤 극장 앞에서 절 둘러싸고 박수를 쳐줄 때 가슴이 싸해지더라고요.”

그는 한국 다큐가 관객과의 소통을 소중히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제까지 다큐들이 진지함과 진실성에 가진 관심에 비해 관객들을 생각하는 면은 좀 적었죠. 다큐가 오락물은 절대 아니지만, 역사와 사회에 짓눌리기보다 좀더 당대의 현실에 재기발랄하게 접근했으면 해요.” 원래 부산영화제에서 상영됐던 115분 판을 100분으로 줄인 것도, 설경구의 내레이션을 넣은 것도 그런 생각이었다.

박 감독의 꿈은 “저의 다큐멘터리를 촬영한 감독이 대종상 같은 데서 촬영상을 받는 것”이다. 그만큼 다큐의 전문 스태프들이 전무하다는 말이기도 하다. 오랜 촬영기간 동안 1기, 2기 스태프들이 자리를 바꿨고 후반부에는 아는 후배들의 도움을 얻어 직접 카메라를 들고 작품을 완성해야 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이 작품의 성공이 ‘이례적인 것’이라 했다. 거기엔 ‘앞으로도 이런 성공이 가능할 것인가’라는 조금의 회의가 들어 있다. 그래도 물꼬는 터졌다. “이런 성공, 계속돼야죠. 다음이 또 제 차례는 아닐 것 같아요. 돌아다니면서 만난 많은 무당들이 한결같이 제게 ‘돈 쫓으면 망한다’고 말하더라고.” 글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 사진 이종근 기자 root2@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