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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라는 이름의 폭력
2003-10-02

영화로 만나는 아시아 국가들의 역사와 현실

아시아는 여전히 싸우고 있다. 올해 부산영화제에서 만나는 영화들 중에는 이렇게 싸우는 아시아를 다루는 영화들이 선을 보인다. 이들 영화는 아시아 각국의 역사와 현실을 반영하고 있기에 더 치열하고 뜨겁게 느껴진다. 하지만, 이들의 역사와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면 우리는 이들 영화의 절반도 채 이해하지 못한 채 쓸쓸히 스크린 앞에서 물러날 수밖에 없을지도 모른다. 파키스탄, 스리랑카, 서파푸아, 그리고 중국의 광산 실태에 대한 이해를 통해 이들 영화에 한발자욱 더 다가가보자.

 

<침묵의 물>

<침묵의 물>의 주인공 아예사의 비밀은 1947년에 배태됐다. 인도가 영국에서 독립한 해인 이 때 파키스탄 또한 자치의 권리를 얻었고, 9년 뒤인 1956년 영국 치하의 자치상태를 끝내며 진정한 독립을 쟁취했다. 하지만 이 때 파키스탄은 큰 홍역을 겪었다. 이슬람교의 나라인 파키스탄은 힌두교도는 물론이고 이슬람과 힌두교의 절충이라 할 수 있는 시크교도 또한 탄압했다. <침묵의 물>의 아예사는 바로 시크교도 집안 출신이었고, 엄청난 시련을 감수했다.

그리고 영화의 주배경인 1979년은 군부의 지아 울 하크 장군은 이슬람 근본주의를 등에 업고 부토 수상으로부터 정권을 가로챈 뒤 2년 뒤의 상황이다. 그해 부토를 처형한 뒤, 이슬람 근본주의는 아예사가 살고 있던 조용한 마을까지 세를 넓히며 정권의 이익에 봉사한다. 88년 지아 장군이 비행기 추락으로 사망한 뒤, 부토 수상의 딸인 베나지르 부토가 수상에 올랐고 몇차례의 쿠데타 끝에 현재의 정권이 들어섰지만, <침묵의 물>은 파키스탄 여성의 현실만은 여전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의 뒷배경은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반군의 오랜 대립이다. 과거 실론으로 불렸던 스리랑카는 1948년 영국으로부터 독립을 쟁취한다. 하지만 헌법을 만드는 과정에서 불교를 믿고 인구의 70%를 차지하는 싱할리족은 20%를 차지하며 힌두교도가 다수인 타밀인을 국민으로 인정하지 않았다

1960년 총선거 때 비로소 타밀인에게 선거권이 부여됐지만, 타밀인은 독립을 추진한다. 78년 싱할리스 정부군과 타밀인과의 게릴라전 본격화됐고, 83년 7월 타밀족과의 교전에서 정부군이 12명 사살당하자 싱할라족은 타밀족 약 1천명을 학살한다. 타밀반군인 타밀일람해방호랑이(LTTE)는 이 때 생겨난 조직으로, 일부 지역을 장악한 채 독립을 위해 게릴라 활동을 펼쳐왔다. 회교도인 아라파트, 정부군인 두민다, 정부군인 남편을 찾기 위해 타밀반군에 우호적인 저널리스트와 여행을 함께 하는 차마리는 모두 현대 스리랑카를 대변하는 인물인 셈이다. 2002년 정부군과 LTTE 사이에 평화협상이 체결됐지만, 아직 스리랑카의 위험요소는 완전히 제거되지 않았다.

 

<새인간 이야기>

서파푸아는 한때의 동티모르처럼 인도네시아의 지배를 받는 지역이다. 2차 세계대전 후 독립국가 건설을 추진했던 서파푸아는 1962년 인도네시아의 침략을 통해 점령된 이후 아직껏 독립을 쟁취하지 못하고 있다.

서파푸아의 가장 충격적인 사건은 2000년 12월 일어났다. 대학도시인 아베푸라에서 세명이 살해됐고, 정부군은 이를 독립운동 단체의 소행으로 몰아부친 뒤, 이를 수사한다는 명분으로 이 단체 관련자들을 무참히 살해했다. 인도네시아는 회교국이지만 서파푸아는 개신교와 가톨릭 인구를 합치면 인구의 80%가 넘는다. 회교도는 16% 선이다. 하지만 인도네시아가 서파푸아의 독립을 저지하는 진짜 이유는 이곳이 세계의 최대의 금광 지대이기 때문이다. 가린 누그로호 감독은 그동안 인도네시아의 서파푸아에 대한 만행을 전세계에 고발해 왔다.

 

<맹정>

<맹정>의 배경은 정부의 허가를 받지 않은 불법 광산이다. 중국에는 광산 개발을 엄격히 규제하는 정부의 엄격한 태도 때문에 수백개의 불법 광산이 성행 중이다. %%MDAP04%%자연 열악한 시설과 마구잡이 개발로 한해 수천명의 광산 노동자들이 가스폭발, 갱도 붕괴 등으로 사망하고 있다. 1998년에는 7000여명이 사망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의 대책은 거의 없다. 사고가 터질 때마다 큰소리로 ‘불법광산 척결’을 외치지만, 오히려 정부 관리들은 광산주들의 뇌물을 받고 현실을 눈감고 있다. <맹정>은 이러한 사고를 악용해 동료 광부를 살해한 뒤 광산주를 협박하는 노동자들의 부조리한 현실을 다룬다.

글 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