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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운 감독이 권하는 DVD
2003-09-09

근 5일에 이르는 긴 연휴. 놀러갈 데 없어 '방에 콕' 틀어박혀야 하는 사람들에게. '방콕에서의 화려한 밤들'을 위해 <장화, 홍련>의 김지운 감독이 디브이디 5편을 추천한다.

코마에 빠진 여인을 향한 헌신적인 사랑

◆ 그녀에게=온세상이 조금씩 가을로 물들어가고 있을 요즘, 눈치안보고 우아하게 울고싶으면 스페인의 천재감독 페드로 알모도바르의 <그녀에게>를 보라. 알모도바르는 식물인간 상태의 사랑하는 두여자를 헌신적으로 보살피는 두 남자의 이야기를 아름답고 가슴 울리는 서정으로 솜씨있게 풀어낸다. 코마에 빠진 여인을 보살피다가 너무 사랑한 나머지 임신을 시키고마는, 어떻게보면 엽기적이라고도 할 수 있는 소재를 코끝을 찡하게 울리는 아름다운 감동으로 만들어낸 그의 재능이 이젠 거의 예술가의 경지에 다다랐음을 느낄수있다.

특히 이 영화에서 거론되어야될 두명의 뛰어난 아티스트가 있는데 극중에 나오는 세계적인 현대무용가 피나 바우쉬의 공연 ‘카페 뮐러’와 ‘마주르카 포고’, 그리고 브라질의 국민적가수 카에타노 벨로소의 ‘쿠쿠루쿠쿠 팔로마’의 연주장면은 이 영화를 더욱 아름답고 우아한 애잔함에 빠져들게 한다. 라스트에 빈센트 아미고의 기타연주에 맞춘 피나 바우쉬의 마주르카 포고의 공연장면은 단연 이영화의 백미이다. 코마에 빠진 여인을 잡은 부감샷은 최근 몇 년간 보아온 영화중 최고로 아름다운 부감씬으로 기억된다. 서플안에 감기에 걸린 목쉰 소리로 제랄딘 채플린과 주고받는 코멘터리도 그의 섬세하고 여성적인 감성을 느낄 수 있게한다. 그의 인터뷰중 기억나는 말, “아름다움은 상처를 준다.”

유투의 '조슈아트리' 누어를 쫓아

◆ U2의 <래틀 앤 험>=공연 실황을 담은 것중엔 퀸의 웸블리공연이나 이글즈의 ‘hell freezes over’, 핑크플로이드의 베를린공연이 유명하지만 20대의 필조아누 감독이 U2의 ‘조슈아트리’ 투어를 따라다니며 그들의 모습을 생생하게 잡은 이 DVD도 추천할 만하다. 할렘거리에서 길거리 뮤지션들의 라이브를 유심하게 듣는 멤버들의 표정이라든가 전설적인 비 비 킹과의 존경어린 공연, 항상 참여적이고 논쟁적인 가사와 행동으로 유명한 그들이 인터뷰도중 낄낄거리는 -아마도 마리화나를 뻑뻑대고 피웠을것 같은 분위기로 - 그들의 모습에서 락커로서의 자유분방함도 엿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다.

끝까지 이어지는 팽팽한 공포

◆ 싸인=<식스센스>로 잘알려진, 현재 미국의 상업영화권 안에서 가장 영화를 잘 만들줄 아는 감독 나이트 샤말란의 세 번째 장편 미스테리스릴러다. 재능도 뛰어나지만 인도계라 그런지 백인들이 가지고있지 않은 서정적인 독특한 정서가 항상 영화에 들어있는 것도 그의 영화가 다른 미국 상업영화와 다른 지점이기도 하다. 북미지역에선 평가와 흥행에서 상당히 좋은 반응을 얻어냈는데 국내에선 그것보단 훨씬 못미치는 기분이다. DVD세대답게 스페셜피쳐도 과장하지 않고 아주 내실있게 담겨져있는데 그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이 감독 정말 똘똘하군” 하는 생각이 스페셜피쳐에도 그대로 묻어난다. 거의 영화 끝까지 공포의 대상을 보여주지 않으면서 시종일관 서스펜스와 스릴을 만끽하게 해주는 그의 영화적 재능에 혀를 내두르게 하며 미국의 상업영화 감독 가운데 다음 작품을 기다리게 만드는 이들 중 하나이다.

흑백 누아르서 빛나는 유머

◆ 그 남자는 거기에 없었다=영화광이면 말할것도 없지만 고급스런 영화팬이면 한번쯤 코엔 형제의 영화를 거론하지 않은 적이 없었을 것이다. 씨네필이거나 영화감독이면 도무지 사랑하지 않을 수없는 그들이 내놓은 또하나의 고품격 느와르 <그남자는 거기에 없었다>는 수많은 그들의 영화에서 호흡을 춰왔던 촬영감독 로저 디킨스의 역량이 유감없이 발휘된 흑백영화이다. 고전 느와르의 분위기를 살리기 위해서 모험이라고도 할 수 있는 흑백촬영을 감행하였으며 흑백촬영에서만 느껴지는 텍스트의 질감과 표현주의적 빛의 감각을 훌륭하게 묘사한다.

코엔 영화의 즐거움이라 할수있는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의 앙상블과 유머는 이작품에서도 고스란히 살아있는데 특히 코엔 형제와, 우리한테는 안젤리나 졸리와의 파격적인 결혼생활과 이혼으로 더 유명한 인상적인 감독이자 연기자인 빌리 밥 손튼의 코멘터리에 담긴 그들의 농담과 익살, 그리고 함께 참여한 동료에 대한 애정담은 또하나의 놓칠 수 없는 즐거움이다. 특히 빌리 밥 손튼의 성적인 익살, 농담과 후반부 타이틀이 올라갈 때 누군가를 험담하며 인사도 안하고 끝나는 코멘터리는 압권.

흉내낼 수 없는 서극의 액션

◆ 순류역류=홍콩 영화의 두명의 대부같은 감독을 말하라고 하면 오우삼과 서극을 들수있는데 항상 난 오우삼보다는 서극이었던 것 같다. 서극의 너무나도 조용하게 지나간 <순류역류>에서 보여지는 액션씬은 아마 훗날 뒤늦게 찾은 걸작이라는 말을 예고할 만한, 도저히 흉내낼 수 없는 엄청난 것이다. 장백지와 왕정 사이에서 왔다가며하며 그 두 미녀스타에게 상처를 주는 스캔들메이커 니콜라스 채와, 대만이 사랑하는 아웃사이더 가수 우바이등의 캐릭터들도 재미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