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추석연휴, ‘예술영화’도 잔뜩 차렸어요

“추석 연휴엔 아무생각 없이 웃는 영화만 보란 말입니까”

한국코미디 또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물량공세로 몇개관씩 줄줄 같은 간판이 도배된 멀티플렉스 앞에서, 혹시 이런 의문과 분노가 가슴 한구석에 치미는 당신. 그렇다면 조금 발품을 들여서라도 숨어있는 영화들을 찾아보시라. 고생을 한 만큼의 감동을 찾을 것이다.

<영매>(사진)(하이퍼텍 나다, 13일부터 신사동 씨어터 2.0, 광화문 씨네큐브까지)는 ‘기록영화는 재미없다’는 선입견을 날려버릴 작품이다. 3년동안 박기복 감독이 전국을 돌며 디지털 카메라에 담아온 영매, 이른바 무당들의 모습엔 삶의 고통스런 주름과 숨결까지 느껴진다. 남의 굿을 해주던 중 몸에 찾아드는 친정엄마의 혼이나 산 돼지 피를 빨아내며 굿을 펼치는 모습 같은 장면은 충격적이기까지 하다. 또 꾸미지 않는 사람들의 소박한 말대꾸에 절로 웃음이 번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가족이란 뭔지, 삶과 죽음이란 뭔지 그런 생각에 자꾸 젖어드는 당신을 발견할 것이다.

현대 영화에서 작가 대우를 받는 프랑수아 오종과 라스 폰 트리에의 영화 <스위밍 풀>(12일까지 씨어터 2.0, 씨네큐브)과 <도그빌>(코아아트홀)도 영화를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놓치기 아까운 작품들. 창작의 한계에 부딪친 고집센 영국 여류소설가와 창녀 같은 이미지의 젊은 여자의 관계를 미스테리한 분위기로 그려나가는 <스위밍 풀>을 보다보면 예술의 치졸한 모습 같은 데 절로 웃음이 낄낄 나올 것도 같다. 그런 생각 없이도 마지막 반전까지 흥미로운 영화지만. 감독 뿐 아니라 니콜 키드먼의 예술적 야심이 느껴지는 <도그빌>도 찬반양론이 많지만, 욕을 하더라도 일단 보고나서 해야 할 작품이다.

서울과 부산의 시네마테크도 추석 연휴(10~12일)를 쉬고 나서 새로운 프로그램들을 선보인다. 9일은 서울 사간동 서울아트시네마(02-720-9782)에서 열렸던 일본 액션영화전의 마지막날. 60~70년대 일본 닛카츠에서 주로 만들어졌던 ‘무국적 액션’들인데 대사투나 옷 같은 건 촌스럽지만 자유스런 분위기 같은 게 있다. 13일부터 같은 곳에서 시작되는 로베르 브레송 특별전은 금욕적인 스타일로 구원의 문제를 그려온 현대거장의 작품 10편을 필름으로 만날 수 있는 드문 기회다. 2000년 칸 영화제 심사위원상 수상작인 발칙하며 발랄한 코미디 <패스트 푸드 패스트 우먼>은 전국에서 오직 한 곳, 시네마테크 부산(051-742-5377)에서만 13일부터 볼 수 있는 작품이다. 빠르고 삭막한 현대 뉴욕에서 미숙하며 겁많은 사람들이 색색깔로 펼치는 사랑 얘기가 따뜻하다. 비록 비디오를 프로젝션으로 쏘는 상영이긴 하지만 서울 홍대 근처 떼아뜨르 추가 9월 한달 내내 계속하는 에릭 로메르전에선 <모드 집에서의 하룻밤> 등 그의 초기 ‘도덕적 이야기’ 시리즈를 모두 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