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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반으로 치닫는 베니스영화제
2003-09-04

유럽과 아시아 비중 높아져 호평

지난달 27일(이하 현지시간) 이탈리아 베니스 리도 섬에서 막을 올린 베니스 국제영화제가 3일 현재 11일간의 일정 가운데 70% 이상을 소화하며 막바지로 치닫고 있다. 올해 베니스 영화제에 대한 가장 큰 관심은 당초 1년 계약을 하고 베를린 영화제에서 베니스로 말을 갈아탄 모리츠 데 하델른 집행위원장의 체제가 순항할 것이냐는 것.

지난해 무난하게 임무를 수행하고 연임 체제에 돌입한 하델른은 할리우드 선호 경향이라는 세간의 딱지를 떼어내면서도 관객의 눈길은 끌어야 하는 딜레마를 극복하기 위해 경쟁부문 리스트는 유럽과 아시아에서 채우되 미국의 스타급 감독의 영화를 비경쟁으로 초청하는 이중전략으로 평단과 관객의 요구를 동시에 만족시킨다는 전략을 세웠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이 전략이 잘 먹혀들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단 600편의 참가 신청작 중 140편을 추린 지난 해보다 1천591편에서 143편을 고른 올해가 상영작들의 수준이 전반적으로 약간 높다는 게 중평이고 이탈리아의 마르코 벨로치오와 파올로 벤베누티, 프랑스의 자크 드와이용과 브뤼모 뒤몽, 영국의 마이클 윈터바텀, 일본의 기타노 다케시, 대만의 차이밍량(蔡明亮) 등 경쟁부문에 출품한 감독의 면면도 중량감을 느끼게 한다. 비경쟁부문에는 이탈리아 거장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와 함께 코언 형제, 짐 자무시, 리들리 스콧 등 미국의 스타급 감독들을 배치해 균형을 이루게 했다.

하델른 집행위원장이 만나는 사람마다 털어놓는 푸념대로 부족한 예산 문제만 해결된다면 현존하는 최고(最古) 영화제답게 독일의 베를린 영화제를 제치고 프랑스 칸 영화제와 어깨를 나란히 하는 최고(最高) 영화제가 될 날이 멀지 않아 보인다.

개막작인 우디 앨런의 <애니씽 엘스>(Anything Else)(사진)는 촉망받는 젊은 작가가 천방지축 애인을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왠지 모를 불안감에 시달리는 뉴요커들의 심리를 유쾌하면서도 날카롭게 꼬집었다는 평을 얻었다.

영화제 일일소식지를 발행하고 있는 `필름 TV'에 따르면 지금까지 공개된 영화 가운데 기타노 다케시의 <자토이치>가 10점 만점에 평균 7.8점으로 가장 높은 평점을 기록하고 있으며 마노엘 데 올리베이라의 <말하는 그림>(Talking Ficture)과 차이밍량의 <부산>이 각각 6.8점으로 뒤를 따르고 있다.

또 다른 일일소식지 'CIAK 인 모스트라'도 <자토이치>에 평균 4개의 평론가 별점을 주었으며 <부산>과 <말하는 그림>은 5개와 2개 등으로 양극단의 엇갈린 평가를 내렸다. 관객 별점 역시 <자토이치>가 압도적으로 높았다.

비경쟁부문에서는 <꿈꾸는 사람>(Dreamers)의 베르나르도 베르톨루치가 이름값에 걸맞은 수작을 내놓았다는 이야기를 들었고, 크리스토퍼 햄튼의 <아르헨티나 상상>(Imagining Argentina)와 마가레테 폰 트로타의 <로젠스트라스>(Rosenstrasse)는 기대 이하라는 평판이 지배적이었다.

영화제를 풍성하게 하는 것은 다양하고 우수한 작품들이지만 영화제를 빛내주는 것은 역시 스타. 비록 니콜 키드먼과 앤터니오 반데라스가 방문을 취소하기는 했지만 평생공로상을 받은 오마 샤리프를 비롯해 조지 클루니, 캐서린 제타 존스, 엠마 톰슨, 팀 로빈스, 조니 뎁, 셀마 헤이엑, 나오미 와츠, 제이슨 빅스, 크리스티나 리치 등만 해도 관객의 환호를 불러일으키기에는 부족함이 없다. 영화제 초청장을 받지 않은 실베스터 스탤런도 <스파이 키드3> 홍보차 모습을 드러내 사진기자들의 플래시 세례를 받았다.

지난해 신인배우상을 받은 <바람난 가족>(A Good Lawyer's Wife) 문소리도 이들 스타의 대열에 한자리를 차지했다. 거리 곳곳에 나붙은 문소리의 포스터는 지나는 이들의 눈길을 끌었으며 개별 인터뷰 요청도 줄을 잇고 있다.

(베니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