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수(24)에게 <씨네21>은 영화를 시작하게 된 계기 중 하나였다. 고등학교 재학 시절 씨네에 소개된 영상원 관련 기사를 읽고 이듬해인 99년 영상원에 입학했기 때문이다. “영상원이라는 곳이 있다는 건 그때 처음 알았어요. 일단 수능 점수를 보지 않겠다고 해서 끌렸죠. 물론 촬영을 전공하겠다는 생각은 그 전부터 있었어요.” 그녀가 촬영감독을 꿈꾸게 된 것은 중학교에 들어가서 본 <가위손>의 영향이다. “나중에 꼭 팀 버튼 감독이랑 일해야지, 그랬어요. 일단 감독을 할 마음은 없었고, 감독 옆에 가장 가까이 있을 수 있는 사람이 촬영감독이니까 촬영을 공부해야겠다, 했죠.”
영상원 시험에 덜컥 붙은 것은 그녀 자신에게도 행운이 아닐 수 없었다. 들어갈 당시만 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어 부모님이 대놓고 자랑하지 못했지만, 지금은 주변에 영상원 가겠다는 아이들이 많아지니 “어떻게 거길 그렇게 쉽게 들어갔냐”며 농담 반으로 자랑스러워하시는 기색이다. 대학이라고는 하지만, 영상원은 일반 대학과는 많이 달랐다. 동아리라곤 눈 씻고 찾아볼 수 없었고, 더군다나 영상원 건물이 있던 자리가 예전 안기부 건물 터라 왠지 으스스한 기분마저 느껴졌다. 동기들은 대부분 다른 대학을 다니다 오거나, 이미 사회생활을 해본 뒤여서 처음엔 편안함을 느끼기도 쉽지 않았다. 3학년이 되어 전공을 결정해야 될 때가 오자 대부분 연출 전공으로 빠졌지만, 그녀는 예정대로 촬영을 전공하며 부지런히 동료들의 작품을 돕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같은 과 교수님이 연출하는 <선데이 서울> 촬영에 합류하게 됐고, 3월 말 크랭크업하기 무섭게 바로 <오! 브라더스> 현장에 투입됐다.
현장에서 일하는 거야 모두 알음으로 하는 거라 서먹한 점은 없었지만, 학교에서 직접 카메라를 들 때와 촬영부 막내생활은 그 간격이 너무 컸다. 라인을 정리하고, 모니터링 준비를 돕고, 촬영과 조명 스크립트를 하면서 그녀는 예전의 학교생활이 못내 아쉬웠다. <오! 브라더스>의 촬영이 끝난 지금, 단편 작업을 거들면서 대학원 준비를 조금씩 하고 있는 이유도 그래서다. 다양한 기법을 연습하는 동시에, 스스로 디렉팅하는 눈을 갖추기 위해 학교 진학을 소망하는 것이다. 대학 때나 사회에 나와서나 거의 쉼없이 달려온 그녀이기에 조금은 쉬고 싶은 욕망도 있으리라. 무슨 일이든 열심히 하면 된다고 여기는 그녀기에, 그 특유의 우직함과 뚝심으로 밀고 나갈 그녀기에, 촬영감독에의 꿈은 그리 요원해 보이지 않는다. 현재 박흥식 감독의 <인어공주> 서울 지역 헌팅에 여념이 없는 그녀는, 얼마 전 <오! 브라더스> 포스터에 실린 자신의 이름을 디지털카메라로 찍어 어머니께 보여드렸단다. 글 심지현·사진 이혜정
프로필 | 1980년생 |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촬영 전공 | <오! 브라더스> 촬영부 | 현재 <인어공주> 장소 헌팅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