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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워제네거의 주지사 출마는 액션영웅 판타지?
2003-09-02

정치가 영화? 영화가 정치?

미국 대중문화 연구가들에게 아널드 슈워제네거의 캘리포니아 주지사 출마는 할리우드영화에서의 액션영웅 팬터지와 미국 정치간의 상관관계를 드러내주는 중요한 사례로 꼽히고 있다. <미국 수퍼영웅의 신화>(원제 The Myth of the American Superhero)의 공동저자인 존 셸턴 로렌스 교수는 최근 학술지 <필름 앤 히스토리>에 기고한 ‘캘리포니아가 수퍼영웅을 선출할 것인가’란 글에서 슈워제네거의 출마와 유권자들 사이에서의 인기는 마치 고전 할리우드영화의 영웅 시나리오로 읽힌다면서 슈워제네거의 스크린 이미지가 어떻게 현대 미국정치의 코드와 맞아떨어지는가를 분석했다.

사람들은 배우 로널드 레이건이 이미 대통령까지 한 마당에 할리우드 스타의 정치입문은 새로울 게 없다고들 할지 모르지만 로렌스 교수는 레이건의 경우, 배우조합 등을 통해 이미 정치적인 활동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경력을 쌓았지만 슈워제네거는 그런 정치경험이 없는 수퍼스타에 불과함을 지적한다. 그런 그가 어떻게 유권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으며, 조지 부시 대통령으로부터 훌륭한 주지사감이라는 지지를 얻어낼 수 있었던 것일까. 로렌스 교수는 할리우드의 수퍼영웅 시나리오에서 그 해답을 찾는다.

그에 따르면 현재 캘리포니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의 시나리오는 이미 프랭크 카프라 감독의 <스미스씨, 워싱턴에 가다>(1939)에 펼쳐져 있다. 영화 속에서 미국 상원의원에 보궐로 임명된 ‘보통 사람’ 스미스 (제임스 스튜어트)는 정치가로서의 경험은 없지만 대중주의적인 이상주의와 성실성 하나로 부패한 워싱턴의 정치제도를 무너뜨린다. 정치력이 검증되지 않은 슈워제네거에 대한 유권자들의 기대도 한 사람의 영웅이 잘못된 제도를 바로잡을 수 있다는 이런 신화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영화 속에서 신화적인 페르소나를 지닌 슈워제네거가 그 이미지를 기반으로 정치에서의 신뢰감을 얻었다는 분석이다.

로렌스 교수는 나아가 이러한 작용이 내포하는 의미를 90년대 이후 할리우드영화에서 달라진 대통령의 이미지와도 연결시킨다. 최소한 <인디펜던스 데이>(1996)와 <에어포스 원>(1997) 이전에는 미국 대통령들이 거대한 파워를 지닌 것으로 묘사되지 않았다는 것. 하지만 두 영화에서 대통령은 최고사령관으로서의 자신의 헌법적인 역할에 머무르지 않고 직접 몸으로 부딪쳐 외계인, 테러리스트들을 물리치는 액션 히어로로 등장한다. 이러한 이미지를 이용해 부시 대통령도 이라크 종전 선언을 하러 갈 때 전투복을 입고 등장하는 등 갈수록 할리우드영화의 영웅 이미지가 미국 현실정치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다.

또다른 평론가 제임스 핀커턴은 이라크전을 비롯한 현재 미국의 정책을 2002년 블록버스터 ‘스파이더맨’으로 비유하기도 한다. 스파이더맨과 미국이 둘 다 자기자신이 지닌 힘을 인정하는데 어려움을 지니고 있으며 스파이더맨에게처럼 미국의 지닌 재능은 동시에 미국에게 내려진 저주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아무튼 슈워제네거의 후보출마는 대중매체의 영웅신화와 그것이 정치 지도자들에게 미치는 영향에대해 주요한 시사점을 제공할 것으로 보인다. 캘리포니아가 과연 할리우드의 자기희생적인 수퍼영웅을 현실정치에서 공인할 것인가, 또 만약 공인해준다면 앞으로의 정치는 어떤 길을 갈 것인지 지켜볼 일이다.

로스앤젤레스/이남·영화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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