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News & Report > News > 국내뉴스
[새 영화] <남남북녀>
2003-08-27

바람둥이 대학생, 북한 여대생과 만나 그걸로 끝‥?

고고학과 대학생 철수(조인성)는 바람둥이다. 공부는 관심없고 온통 여자에만 정신이 쏠려있다. 교수가 학점따서 졸업하려면 연변 유적 남북한 합동 대학생 탐사대에 합류하라는 조건을 낸다. 할 수없이 연변에 간 철수의 눈에 북한 여대생 영희(김사랑)가 눈에 들어온다.

<남남북녀>의 줄거리는 여기까지만 말하면 충분하다. 북한 여자인 영희는 정절을 소중히 할 것이고, 철수는 애를 먹을 것이고, 그러다가 순정이 생길 것이고, 마침내 영희도…. 문제는 그 공식이 아니라, 공식에 살을 붙이는 데에 정성을 쏟지 않는 안이한 태도다. 영화가 마련한 건 조인성의 과장된 표정 연기와 연변 가이드로 나오는 공형진의 수다, 북한 사투리를 활용한 몇 차례의 개그 정도다. 이렇다할 배경이나 구도가 없는 밋밋한 화면 안에 크게 잡힌 인물들은 어색한 몸짓을 해댄다. 만드는 이들부터가 개인기나 썰렁 개그에 애정이 없이, 그것만 있으면 관객은 웃는다는 생각으로 밀고 간 듯한 의구심이 든다. 세트나 무대도 성의 없다. 남녀 주인공 둘이 유적발굴장 갱도가 무너져 갇히는데, 운동장 바닥을 1m 남짓 파니까 바로 구조된다.

줄거리 설명에서 부연할 게 있다. 철수의 아버지는 국정원 원장이고, 영희의 아버지는 인민무력부 부장이다. 이 설정을 빌어 중반 이후로 철수와 영희를 로미오와 줄리엣처럼 만들면서 관객에게 슬픔을 요구하기도 한다. 이 영화는 지난 15일 개봉하려다가, 기자시사회 반응을 보고 2주 미뤘다. 그사이 편집을 새로 했다고 영화사쪽은 밝혔다. 그러나 <자카르타> <몽정기>의 정초신 감독은 상영시간에 맞춰 찍기로 유명한 만큼, 새 편집 때 추가할 필름이 얼마나 될지 의문이다.

임범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