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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이키> 들고온 일 텐간 감독
2003-08-26

"영화방식은 오직 2가지, 상처냐 살인이냐"

자신의 두번째 감독작 <아이키>(2002)를 들고 광주국제영화제에 온 일본의 텐간 다이스케 감독은 아직 우리에겐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그는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의 <우나기><간장선생><붉은 다리 아래 따뜻한 물>과 미이케 다카시 감독의 <오디션>의 시나리오를 통해 요즘 가장 재능있고 깊이있는 작가로 떠오른 인물이다. 그리고 그는 바로 이마무라 감독의 아들이기도 하다. “어렸을 때 너무 가난한 게 싫어서 되도록 영화는 안 하려 했”지만, 운명을 거부하긴 힘들었나보다. 유명출판사의 편집장으로 8년간 근무하며 그는 틈틈히 ‘자주영화’(우리로 말한다면 독립영화)를 만들었고 아예 90년 <여동생과 유부>로 극장장편을 내놓으며 직장도 그만뒀다. 출판사에서 봉급받는 신세로 본명을 쓰면 곤란해 붙였던 예명이 지금의 이름이다.

<아이키>는 갑작스런 사고로 하반신 불수가 된 젊은이의 이야기다. 권투선수로 촉망받던 그는 세상과, 애인과 벽을 쌓고 지내다가 아이키도(합기도)를 통해 세상과 다시 부딪치는 용기를 얻는다. 실제 덴마크인의 이야기를 모델로 한 영화로, 장애인을 다룬 영화이자 따뜻한 청춘의 성장영화로 해외에서 큰 평가를 받았던 작품. 이 잔잔한 영화와 엽기적으로 피튀기는 결론에 이르는 <오디션>이 한 작가의 작품이란 게 사실 믿기지 않았다. 하지만 텐간 감독은 이 모든 영화를 “인간이 가깝게 관계를 맺으면서 나올 수밖에 없는 ‘폭력’을 그린 것”이라 말한다. “영화가 인간의 관계를 그리는 방식은 결국 상처를 그리느냐, 살인에 다다르느냐 2가지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현실에서야 상처에 그치는 게 좋지만 무엇을 선택하느냐는 감독의 취향”이라는 것이다.

그의 시나리오는 아름다운 일본어를 구사하기로 유명하다. 텐간은 “스토리가 중요한 게 아니다. 재미있는 스토리를 생각만 하는 건 쉬운 일이다. 문제는 내면세계를 사실적으로 어떻게 전달할까다. 섬세한 리얼리티를 표현하여 쌓아가다보면 커다란 감정에 이르게 된다”라고 말했다. 아버지와의 비교가 “부담스러울 것도 없다”지만 그는 “좋아하는 영화의 취향으로는 아버지와 내가 같다”라며 웃는다. 그의 표현에 따르면 이마무라 감독과 자신은 “코미디 영화 부자”라는 것이다. “인생을 낙관적으로 보고 싶어한다는 면에서 어떤 영화에도 코미디적 요소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텐간 감독에겐 대학교 때 본 <고래사냥>이 가장 인상깊은 한국영화로 남아있다. “이후 <쉬리> 같은 영화도 봤지만 <고래사냥>과 같은 놀라움은 없다. 할리우드에 가깝고.”

그는 일본 감독 중에 감독만으로 생활이 가능한 이는 10명도 안 된다고 말했다. 일본국내 흥행을 보면 미국영화나 애니메이션이 대부분 박스오피스를 장악하고 있다. 그런데도 끊임없이 일본에서 수작들이 나오는 건 무슨 힘일까 “아마 일본 감독들이 가난한 거는 상관하지 않아서일 거다. 나만 해도 자주영화를 만들어 영화를 걸어달라고 혼자 극장들을 돌아다녔다. 개봉 못해도 이런 사람들은 계속 만든다. 그저 만들고 싶으니까. 일본은 시스템이 꽉 짜인 나라고 모든 국민이 똑같은 생각을 하는 나라 같지만, 틈새가 많다. 특히 영화는 10명이 만들면 10작품이 다 다르다. 여기저기서 각개로 자기 멋대로 영화를 만들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이도 안 좋지만.(웃음)” 광주/김영희 기자 dora@hani.co.kr,사진제공 광주국제영화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