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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영화 큰 성공
박은영 2003-08-25

다큐멘터리, 프랑스영화들의 선방 두드러져

올 여름 미국 극장가에는 조용히 개봉한 작은 영화들의 선전이 두드러지고 있다. 메이저 스튜디오에서 내놓은 상반기 블록버스터들이 실망스런 성적을 거둔 반면, 대중의 관심권 밖에 있던 외국영화와 다큐멘터리 등 변방의 영화들은 꾸준한 관객몰이를 하고 있어 좋은 대조를 보이고 있다. <버라이어티>가 “기억할 만한 여름”이라고 명명한 이 현상은 지난해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흥행처럼 특정 작품의 신드롬과는 다른 트렌드여서 더욱 주목을 끈다.

인디 영화사와 배급사를 통해 선보인 영화 중 여름 시장에서 가장 크게 흥행한 영화는 대니 보일의 다. 는 주변부 영화라고 하기엔 민망할 만큼 높은 성적, 총 4200만달러의 매표수익을 기록했다. 개봉 이전부터 인터넷상에서 기대와 관심이 증폭됐던 이 영화는 젊은 호러-스릴러 팬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렸다. 또 다른 영국영화로, 지난해 한국에도 개봉됐던 <슈팅 라이크 베컴>도 여름 무렵 확대 상영을 통해 3천만달러가량의 수익을 올렸다. <캐리비안의 해적>에도 출연한 여배우 키이라 나이틀리에 대한 호감이 크게 작용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 뉴질랜드의 가족영화 <웨일 라이더> 역시 북미시장에서 1천만달러를 벌어들이며 선전하고 있다.

대중적으로 인기가 없는 장르로 알려진 다큐멘터리의 선전 역시 놀라운 변화다. 지난해 마이클 무어의 <볼링 포 콜럼바인>이 ‘다큐멘터리는 재미없다’는 편견을 뒤집어보인 이래, 다양한 다큐멘터리 작품에 관객이 모이고 있는 것. 철새들에 관한 생태다큐멘터리 <이주>(WInged Migration)는 그 선두주자로, 현재까지 800만달러를 거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 여름 가장 ‘놀라운 히트작’으로, 18주째 롱런하고 있다. 이 밖에도 철자 경기에 관한 다큐멘터리 <스펠 바운드>는 400만달러, 유대계 가족의 이야기 <프리드만 가족 따라잡기>는 200만달러 이상 벌어들이고 있다.

외국영화의 선전 속에서 두드러지는 것은 프랑스영화가 강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1월부터 프랑스영화가 미국 극장가에서 벌어들인 수익은 총 2500만달러. 프랑수아 오종의 스릴러 <스위밍 풀>(750만달러)과 철새 다큐멘터리 <이주>(800만달러)가 대표적인 작품들로, 각각 매표수익 1천만달러는 무난히 돌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세드릭 클라피시의 <스페인 여관>은 380만달러, 파트리스 르콩트의 <기차를 탄 사나이>는 24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이는 <아멜리에>를 계기로, 프랑스영화에 대한 관심이 지속적으로 높아진 덕이다. 향후 1년내 개봉예정으로 수입한 프랑스영화만도 50편 안팎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러한 변방의 영화들이 빛을 보고 있는 데는 몇 가지 주목할 만한 이유가 있다. <나의 그리스식 웨딩>의 예처럼 예술영화 애호가 그 이상의 관객을 공략했다는 것. <슈팅 라이크 베컴>과 <웨일 라이더>를 가족영화로, 를 호러 마니아용으로 포장한 타깃 마케팅이 주효했던 것이다. 또한 ‘그 밥에 그 나물’인 여름 블록버스터에 염증을 느낀 관객이 대안적인 영화를 스스로 찾아나섰다는 것도 주요한 이유다. 이들 작품 중 상당수는 평단의 지지는 물론 관객의 성원에도 힘입어 내년 영화상에서 유리한 입지를 차지하게 됐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