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심하고 섬세하지만 섹스에 대한 열망으로 가득 찬 세브, 5년간 사귄 여자친구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절대 발기가 되지 않는 마뉴, 그리고 항상 일들이 엉뚱한 방향으로 풀리는 프랭크는 고등학교 동창으로 젊은이들답게 섹스와 사랑에 관한 고민들로 가득하다. 파티에서 우연히 만난 당돌한 루시에게 그다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지 않던 세브는, 우연히 저널리즘 수업에서 그녀와 같은 발표조를 하게 되고 그들은 ‘20대의 성과 사랑’이라는 주제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자료를 조사하며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나가기 시작한다.
■ Review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의 젊은이들의 사랑을 코믹터치로 그리기 위해서는 이제 섹스에 관련된 직설적인 농담들이 전면으로 부각되는 것이 영화적 트렌드가 된 모양이다. <아메리칸 파이>의 파이, <걸스 온 탑>의 자전거, <몽정기>의 컵라면 곽에 이어 프랑스에서는 부엌용 손장갑에 쑤셔넣은 삶은 스파게티 면발을 선보인다. 이 밖에도 파티에서 실수로 맥주병이 엉덩이에 박힌다든지 돌아가신 친구의 할머니가 쓰던 자위기구 때문에 집안이 엉망이 된다든지 고등학교 때의 첫사랑이 포르노영화의 전문배우가 되어 있다든지 하는 에피소드들이 아마도 ‘젋은이들의 솔직발랄한 성 보고서’라는 항목으로 요약될 리스트에 올라가 있다.
모두가 흥겨운 댄스리듬에 맞춰 춤을 추고 있는 가운데 마뉴와 그의 여자친구가 이어폰을 꼽고 를 들으며 부드러운 블루스를 추는 <라붐>의 패러디라든지 갑작스럽게 드라마 더빙을 하게 된 루시와 세브가 각자 맡은 배역에 자신들의 감정을 실어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에서 로맨틱코미디라는 것이 드러나긴 하지만 전반적으로 영화는 <아메리칸 파이>의 프랑스 버전이라는 느낌을 지우지 못한 채 흘러간다.
그나마 이 영화가 좀 우회적인 방향으로 제시한 것이라면 서로 아옹다옹하던 세브와 루시의 관계에 대한 것인데, 루시가 세브와 동갑내기이지만 이미 아들을 하나 둔 엄마라는 사실에 개의치 않고 서로에 대한 감정을 키워나간다는 점이 우리로서는 좀 특기할 만한 점이다. 그러나 루시 역시 세브와 서로 감정을 교류하기 이전에는 대놓고 자위를 해봤냐는 둥의 직설적인 질문으로 세브를 당황시키고 영화의 성적 코드들을 더 전면적으로 터뜨리는 캐릭터일 뿐이다.
청춘들의 솔직한 자화상이 섹스에 대한 농담 섞인 에피소드로 표현되면서 이 영화는 이미 영화 자체가 가질 수 있는 고유성을 잃어버린 셈이다. 비슷한 유의 영화들이 나오기 전에 만들었든가 아니면 성장과 아픔의 단면을 포착할 만한 섬세함을 가졌다면 이야기는 달라졌겠으나 결국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장 중요한 것은 진정한 사랑’이라고 단언해버리면서 끝을 맺는 섹스코미디의 결론에 묻혀 영화는 그저 프랑스에도 <아메리칸 파이>나 <팬티 속의 개미> 같은 영화가 하나 있다는 정도의 인상을 줄 뿐 어떤 새로움으로 다가오는 데에는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