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기를 직접 만들었어요”
‘공명’은 창작타악그룹이다. 98년 결성된 이 그룹의 멤버는 조민수, 박승원, 송경근, 강성일(사진 왼쪽부터)씨로 모두 국악과 출신이다. 매년 한회씩 꾸준히 국내 공연을 가져온 이들의 명성은 오히려 해외에서 더 높은 편이고, 8월에도 베이징 공연이 잡혀 있다. 늘 새로운 소리와 악기를 고민하는 이들의 음악은 ‘여우계단’에 서서 완전(完全)함을 소망하는 여고생들의 심장에 불온한 혈기를 불어넣는다. “하나, 둘…스물일곱…스물아홉! 여우아, 여우아∼ 내 소원을 들어줘.” 오프닝신은 소희가 여우계단에서 소원을 비는 장면이다. 포커스가 흐려지면 뭉크의 그림이 될 것 같은 계단장면은 귀에 낯선 음악으로 더욱 몽환적이다. 나뭇조각들이 바람에 한데 쓸리며 두런거리는 소리, 쇠막대가 활털에 긁혀 내지르는 비명소리, 유리로 된 모빌이 서로 부딪히며 내는 맑은 울음소리들이 소희의 발걸음을, 창백한 계단을 감싸고 돌면, 이제 비릿한 기도가 시작된다.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은 우화다, 슬픔을 빙 돌려 얘기하는. 여우에게 소원을 빌고 대신 목숨을 내어주는 네 소녀의 이야기는 처연한 악몽이기보다는 예쁘장한 동화에 가깝다. 윤재연 감독은 어디서도 들어본 적 없는 생소한 리듬감을 공명에게 요구했고, 그들이 만들어낸 음악 가운데 아름다운(!) 곡만 엄선했다. 선이 거칠고, 듣는 즉시 공포영화를 연상시키는 리듬은 차곡차곡 리스트에서 제외됐다. 윤 감독이 원한 건 소야곡이지 장중한 진혼곡이 아니었던 셈이다. 시나리오가 영상으로, 다시 97분짜리 편집본으로 다듬어지는 동안, 굵직한 에피소드만 덩그러니 남은 영화는, 한 다리로만 춤을 추는 발레리나 같다. 아슬한 불균형을 그나마 지켜주는 건, 귀를 묘하게 거스르는 소리들. 가야금 소리, 대금, 유리병, 쇠, 진동하는 공기…. 공명은 샘플을 가져다 쓰는 편리함엔 철저히 고개돌린 채 모든 음향과 음악을 직접 만든 악기 소리로 채웠다. 새벽 산사에서의 신선함도 이만 못하다.
스튜디오를 방문한 날, 경근씨가 녹음에 쓰였던 악기들을 하나하나 꺼내 구경을 시켰다. 미국에서 어렵게 구했다는 워터폰(가운데 홈에 물을 넣고, 겉에 있는 쇠막대를 활로 진동시켜 소리를 얻는 악기. 흐느끼는 소리를 낸다)과 천둥소리 효과를 내는 선더 드럼, 직접 나무를 잘라 엮어 만든 짤랑이는 그 어느 악기보다 독특한 음감을 자랑했다. 영화를 보며, 비주얼에만 마음을 빼앗기지 않는다면, 새로운 경험을 톡톡히 하게 될 것 같다. 조성우 음악감독이 있는 M&FC에서 O.S.T 발매를 서두르고 있다. 데뷔 앨범 <통해야> 이후 2집 앨범 발표를 서두르는 가운데, 10월 혜화동 콘서트 준비 중.글 심지현·사진 이혜정
공명 | 4명 모두 1974년생·2000 유네스코 페스티벌 초청·김대중 전 대통령 노벨평화상 기념음악회 초청· 디지털 스타디움 위성방송 참여·싱가포르 아트페스티벌 초청·호주 시드니페스티벌 공연·2001 호주 페스티벌 참여·독일 피나바우쉬 페스티벌 초청 공연·2002 레이디 맥베스 음악감독 및 출연·영화 <반칙왕> <여고괴담세 번째 이야기: 여우계단> O.S.T·KBS 부산방송 개국 64주년 음악회·부산국제영화제·아태영화제 초청연주·중앙대 85주년 기념축제 초청 콘서트·쌈지 Rock Festival(연세대, 성균관대) 참여·2회 정기 콘서트 <통해야>(문예회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