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겁게 달아오른 캘리포니아, 공화파 슈워제네거 "주민 소환투표 당연" 민주, 현지사 지지속 "후보내자" 주장도

‘돌아온 터이네이터’가 캘리포니아 주지사 소환선거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할리우드의 유명 액션배우 아놀드 슈워제네거(56·사진)는 6일 밤(현지시각) 주지사 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 소식을 긴급뉴스로 전한 <앰에스엔비시>는 “터미네이터가 새로운 임무를 부여받았다”는 논평을 달았다.

깜짝 출마선언= 슈워제네거는 이날 토크쇼 ‘제이 르노 투나잇쇼’에 출연해 “그레이 데이비스 현 지사는 끔찍하게 주민을 실망시켰다. 그의 소환은 당연하다”고 출마 결심 배경을 밝혔다. 그는 최근 부인 마리아 슈라이버의 강한 반대로 불출마 쪽으로 기울었다는 관측이 많았다. 슈라이버는 존 에프 케네디 전 대통령의 질녀다. 슈워제네거는 헐리우드에선 드물게 공화당 지지자다.

오는 10월7일 실시되는 소환선거에서는 심각한 주 재정적자 등으로 정치적 궁지에 몰린 끝에 주민 소환청원에 의해 다시 신임을 묻게 된 데이비스 주지사의 퇴진 여부를 결정짓는 투표와 후임 지사를 뽑는 투표가 동시에 치러진다. 데이비스 주지사가 소환투표에서 과반수를 얻지 못하면, 단순 종다수로 치러지는 후임지사 선거에선 지명도 높은 인사가 유리하다.

민주당의 고민= 민주당은 소환투표를 “공화당의 값비싼 권력 강탈극’이라고 규정하며 총력전에 나섰다. 미국내 최대 노동단체인 미국노동총연맹산업별회의(AFL-CIO)는 지난 5일 우파세력의 공세를 경계하며 “데이비스 주지사를 중심으로 단결하라”고 민주당에 촉구했다.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9명은 공동으로 데이비스 지지선언을 했다. 캘리포니아에서 가장 유력한 정치인으로 꼽히는 다이앤 파인스타인 민주당 상원의원도 6일 불출마를 선언했다.

그러나 인기가 바닥에 떨어진 데이비스 주지사가 소환투표에 졌을 때를 대비해, 후임 지사 선거에 후보를 내야 한다는 주장이 내부에선 끊이질 않고 있다. 현재 20%대인 데이비스 주지사의 낮은 지지율은 이런 우려를 부채질한다. 로리타 산체스 하원의원은 “공화, 민주당 중 어느쪽 지지자들이 더 투표에 참여하느냐가 승패의 관건”이라며 “매력적인 후보를 내세워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례 없는 후보난립=65명의 서명과 3500달러만 있으면 후보등록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이번 선거의 출마자 수는 사상 최대가 될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오는 9일 후보 마감을 앞두고 출마신청서를 받아간 인사는 벌써 200명을 넘어섰다.

이 중엔 성인잡지 <허슬러>의 발행인인 래리 플린트와 우파 여성 정치평론가로 이름을 날리는 아리애너 허핑턴도 끼어 있다. 래리 플린트는 “캘리포니아의 재정적자를 도박 확대와 마약 합법화로 메꾸겠다”고 공약했다. 허핑턴의 전 남편인 마이클 허핑턴 전 공화당 하원의원도 출마를 저울질하고 있다. 막대한 재정적자 때문에 시작된 소환선거에 드는 비용은 점점 불어나, 6천만달러를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워싱턴포스트>는 “차기 주지사는 15% 미만의 지지로 탄생할 것 같다”며 “이번 선거는 캘리포니아주 뿐 아니라 내년 대선과, 아마도 미국 민주주의에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평했다. 워싱턴/박찬수 특파원 pcs@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