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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풀 데이즈> 프로덕션디자이너 이석연
심지현 2003-07-24

<스타워즈> 부럽지 않다

2D는 아무리 많은 그림들을 정교하게 제작하더라도 평면의 그림을 겹쳐놓은 것에 불과하기에 사실적인 깊이는 느낄 수 없다. 가장 진보된 기술로 알려져 있는 3D 역시 결국 실사를 닮기 위한 몸부림이나 현재의 수준은 어색함을 면할 길 없다. 그러나 미니어처로 직접 촬영한 배경은 실사이기 때문에 그 질감과 깊이가 어떤 가상의 표현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국내 굴지의 프라모델 전문가들과 조각가, 미니어처 전문가들 30여명이 10개월간 밤낮으로 매달려 만들어낸 <원더풀 데이즈>의 배경화면은, 2D와 3D, 그리고 미니어처 촬영이 어우러져(multi-mation), 그대로 눈을 압도하는 사실성이 있다. 프로덕션디자이너자 미니어처 섹션 감독을 맡은 이석연(38)씨의 손을 자세히 쳐다보게 되는 것은 그러한 까닭이다. 유럽과 미국, 일본의 애니메이터과 제작자들을 놀라게 한, ‘원더풀’한 화면의 뒤안에는 제작팀의 처절한 ‘데이즈’가 있었다면 농담처럼 들릴까.

미니어처는 만드는 것보다 찍는 게 더 중요하다. 물론 더 어렵기도 하고. 에코반과 마르 세트에 쓰인 축척 비율은 1/8에서 대개 1/11 정도였고, 배무덤신과 같이 전경을 원거리에서 잡아내는 풀신은 1/100 정도로 압축된 미니어처가 제작됐다. 미니어처 촬영은 기본적으로 실제 세트 촬영과 동일하다. 분리하기 쉽도록 세트를 지어, 촬영각도와 거리에 따라 벽을 떼어내기도 하고, 천장을 붙이기도 하는 것처럼, 미니어처가 조금 작은 세트라는 점에서만 구분된다. 또 하나, 미니어처로 제작된 세트는, 당연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전체를 움직일 수도 있다. 카메라가 들어가기 어려운 각도라면, 세트 자체를 틀어서 앵글을 맞출 수 있다. 그러나 세트의 크기가, 관객이 생각하는 것만큼 작지 않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 드는 시간은 반나절이 넘는다.

미니어처 촬영은 거의 극접사로 이루어지기 때문에, 초점 주변 그림이 뭉개지는 현상을 피하기 힘들었다. 따라서 <스타워즈 에피소드2>에 사용된 최신 디지털카메라와 단구경 렌즈를 들여와 피사체와 배경 모두를 흔들림 없이 잡아내는 데 주력했으며, 모션 컨트롤러를 이용해 사람의 손이 닿기 힘든 부분까지 세밀하게 찍었다. 빛을 많이 받아들이지 못하는 단구경 렌즈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일반촬영의 수배에 달하는 조명을 준비하는 동시에 노출시간을 길게 가졌다. 화면이 공개되고 나자, 애니메이션 마이아 사이에선 국내에서 이룩한 기술과 예술적인 완성도에 찬사가 쏟아졌지만, 평단의 반응은 미적지근했다. 화면을 따라주지 못하는 스토리라는 지적은 국내 애니메이션에 대한 관심과 오해가 화해하지 못하는 지점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글 심지현·사진 오계옥

이 석 연 | 1966년생·인천대학교 미술학과 졸업 84학번·1988∼94년 무대와 영상 미술감독·1995∼96년 주식회사 영상인 미술감독·1997년∼현재 주식회사 틴하우스 감독 및 프로덕션디자이너·1988년 CF, 뮤직비디오 130여편 미술감독, 애니메이션 미니어처 및 특수촬영·환타, 삼성 파브, 델리 쿠키, 이승환의 <당부> 등·1995년 영화 <구미호> 미술감독·???년 미니어처 감독·요요지가 단편애니메이션(2002년 안시페스티벌 파노라마 부문 초청작) 미술감독·2003년 <원더풀 데이즈> 프로덕션디자이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