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트맨> <슈퍼맨> 시리즈의 DC코믹스 본격 영화제작
최근 할리우드의 새로운 금광으로 떠오른 마블코믹스에, 오랜 라이벌 DC코믹스가 도전장을 내밀었다. <스파이더 맨> <엑스맨> <블레이드> <데어데블> <헐크> 등 최근 몇해 사이 쏟아져나온 마블코믹스 원작의 영화들이 박스오피스에서 크게 선전하자, 워너브러더스 산하의 DC코믹스도 영화화 추진 작업을 서두르기 시작했다. 이에 <버라이어티>는 영화화 진행 중인 DC코믹스의 프로젝트들을 일별하면서, 오랜 휴면에 들어갔던 DC코믹스가 다시금 할리우드에 나서게 된 정황을 짚었다.
현재 워너브러더스에서 제작 중인 DC코믹스 만화 원작의 영화는 속편부터 외전까지 꽤 다양하다. 할리 베리가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캣우먼>은 프랑스 액션스릴러 <비독>의 감독 피토프가 맡아 오는 9월부터 촬영에 들어갈 예정이다. 로마 황실을 배경으로 한 <콘스탄틴>은 키아누 리브스가 출연하기로 했고, 프란시스 로렌스가 감독으로 결정된 상태다.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참여하고 있는 새로운 <배트맨>은 2005년 개봉을 내다보고 있다. TV시리즈로도 인기가 높았던 <원더 우먼>의 영화화 작업은 <매트릭스> 삼부작의 조엘 실버와 TV시리즈의 프로듀서였던 레오나드 골드버그가 함께 진행하고 있다. 감독과 배우문제로 난항을 거듭했던 <슈퍼맨>은 <미녀 삼총사>의 McG 감독 손에서 다시 태어날 예정. 원작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지긴 했지만, <샤잠>(Shazam) <Y: 마지막 인간>도 뉴라인에서 제작 진행 중이다.
<슈퍼맨>(1978)과 <배트맨>(1988) 시리즈 이후 이렇다 할 영화작업을 하지 않았던 DC코믹스가 뒤늦게 분발을 결심한 것은 마블코믹스와 더불어 미국 만화산업의 양대산맥을 이뤘던 만화 하우스의 자존심을 세워보자는 뜻으로 해석된다. <코믹스 바이어 가이드>가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이 좋아하는 만화는 마블(24%)보다는 DC(47%)가 많았다. 할리우드에 먼저 진출해서 만화 원작 영화의 시장성을 타진한 것도 DC코믹스쪽이었다. 그러나 90년대 접어들어 만화 원작 영화가 감독의 시각적 스타일을 과시할 수 있는 장이 되고, 만화적 상상력과 기법을 차용한 <매트릭스>가 성공하면서, 코믹북 영화 붐을 주도한 것은 마블이었다. 마블의 그늘에 가려져 있던 DC로서는 코믹북 영화 붐이 잦아들기 전에, 코믹북 세대가 더 늙어버리기 전에, 가능한 한 많은 작품을 영화로 옮겨내야 하는 것이다.
그러나 DC코믹스쪽은 풀어야 할 난제가 하나 있다. DC에는 코믹북이 영화화되는 과정에서 책임과 실력을 행사할 인물이 없다. 마블코믹스의 아비 아라드처럼 창조적인 측면과 비즈니스적 측면에 기여할 책임자가 없다는 것은 심각한 문제다. <슈퍼맨> 등이 수년간 지지부진하게 진행돼온 것도 이런 이유. 이는 마블이 아비 아라드와 이케 펄무터 2인 체제로 굴러가고 있는 반면, DC는 거대 미디어 그룹인 AOL-타임워너가 주인인 탓이다.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원작으로 박스오피스 1억달러를 벌어들인 마블의 <데어데블>의 예처럼, 원작의 지명도에 연연하지 말라는 것 또한 워너에 바치는 아비 아라드의 충고다. 박은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