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화, 홍련>이 개봉 2주째에도 1위를 차지하면서 23일까지 전국 누적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 반전의 내용이나 이미지가 상징하는 바를 두고 네티즌들의 논쟁이 뜨거운 것도 이채롭다. 제작사 마술피리와 봄쪽은 아예 이런 관객층을 겨냥해 영화 홈페이지와 포털 극장 사이트 등에서 ‘장화, 홍련 수학능력 퀴즈와 논술고사’ 이벤트까지 내놓았다.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가 2위를 차지한 가운데 지난주 개봉영화 중에는 <쟈니 잉글리쉬>가 3위로 뛰어올랐다. 내용이 뻔하게 예상되는 007 패러디 영화지만 로완 앳킨슨의 멍하면서도 서민적인 매력이 밉지 않다. 물론 부담없는 코미디 오락영화라는 점이 관객들을 끄는 1차적인 이유일 것. 이런 경향은 이번주 예매순위를 봐도 확인할 수 있다.
25일 오전 9시30분 현재 맥스무비의 예매순위를 보면 차태현·손예진 주연의 <첫사랑 사수 궐기대회>가 46.6%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고 있다. <엽기적인 그녀> <가문의 영광> 등 최근 흥행 코미디 영화의 공식을 골고루 모아온 영화다. 이야기가 진부하고 전반부 코미디와 후반부 멜로의 연결이 어색하지만, 주연 배우들의 인기와 한 남자의 첫사랑에 대한 미련스러울 정도로 순박한 마음이 관객들의 마음을 끄는 것 같다. 언제까지 관객들이 비슷한 패턴의 기획 코미디에 절대적 사랑을 보낼지도 관심사다. 예매순위 2위인 <미녀 삼총사: 맥시멈 스피드>는 캐머런 디아즈, 드루 배리모어, 루시 리우 등 늘씬한 세 ‘언니’들을 내세운 시리즈 2탄. 1탄보다 더 액션이 화려해지고 커지고 더 확실히 ‘보여주려’ 하지만 1편에서 여자들의 컴퓨터그래픽 액션이 보여주던 신선함은 유효기한에 이른 느낌이다.
일본에서 비디오로 만들어져 한국에서도 마니아를 거느렸던 공포영화 <주온>이 예매순위 3위에 올랐지만, 기대작이었던 봉만대 감독의 <맛있는 섹스 그리고 사랑>은 예매순위 5위에 그치고 있다. ‘섹스’라는 제목을 단 야하다는 영화를 환한 대낮에 보기엔, 아직 대한민국은 너무 엄숙한 사회인가 보다. 오직 보여주기 위한 에로비디오와는 다른 작품인데도 말이다. <한겨레> 영화팀의 이번주 추천작은 <맛있는 섹스…>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