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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편집본 인터넷 유출 뒤 악성 리뷰에 시달리는 <헐크>

놀라울 정도로 재미가 없다고?

헐크의 화를 돋우는 건 영화 속 악당만이 아니다. <와호장룡>의 성공으로 작가주의 블록버스터 대열에 동참하게 된 리안 감독의 <헐크>(미국 개봉 6월20일, 국내 개봉 7월4일)가 개봉 직전부터 사나운 ‘입담’에 시달리고 있다. 첫 시사를 2주 정도 앞두고 가편집본이 인터넷에 유출된 ‘사고’가 시작이었다. 가편집본이 인터넷을 통해 나돌아다니게 된 운명은 <스파이더 맨>이나 <니모를 찾아서>도 겪은 일이지만, 문제는 악성 리뷰다.

미완성본을 돌려본 네티즌들이 영화에 대한 가십을 다루는 웹사이트 ‘에인트 잇 쿨 뉴스’에 불만족스런 리뷰를 잔뜩 올렸다.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한 헐크가 표적이었다. “이 영화의 성공은 관객이 헐크가 사실적이라고 믿는 데서 출발할 것이다. 그런데 이 프린트는 그게 그렇지 못하다는 걸 보여준다.”

<헐크>에 1억5천만달러로 추정되는 제작비를 쏟아부은 유니버설이 가만있을 리 없다. CG 작업이 끝나지 않은 걸 보고 섣부른 판단을 내리는 건 공정치 못하다며 인터넷사이트쪽에 리뷰 삭제를 요청했다.

어쩐지 이 사태는 영화 속에서 브루스 배너 박사가 감마선을 잔뜩 뒤집어쓰고 고통스런 주인공이 된 사고를 연상케 한다. 북미 개봉 직전, 각종 매체가 포문을 열었다. <뉴욕타임스>는 텔레비전 시리즈의 제목이었던 <The Incredible (믿을 수 없는) Hulk>를 빗대 “믿을 수 없을 만큼 길고(러닝타임 137분), 믿을 수 없을 만큼 지루하고, 믿을 수 없을 만큼 과장됐다”고 몰아쳤다. “문제는 그들이(리안과 프로듀서이자 각본을 맡은 제임스 샤무스) 동시에 10가지의 다른 방향으로 영화를 몰고가더니 제작과정에서 시각적 명쾌함, 내러티브의 힘, 감정적 효과 등과 같은 기초 요소를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버라이어티>는 좀더 진중한 표현을 썼지만 우호적이지는 않다. “결말을 제외하고는 10대 초반의 관객이 혼동을 일으키거나 당황케 하는 건 없어 보인다. 그러나 ‘스파이더 맨’의 군중이 그리스 비극의 이중적이고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적인 갈등의 이야기에서 따뜻함을 느끼기란 힘들어 보인다.”

물론 호평도 있다. <뉴스위크>의 데이비드 앤선은 “어쨌든 <헐크>를 봤다면 누구나 원시적이고 강력하면서, 놀랍도록 아름다운 이미지를 잊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릴 것이다. <헐크>는 매혹스런 통합체다. 낡은 것이기도 하고, 새로운 것이기도 하며, 어디선가 차용한 듯하기도 하며, … 녹색의 그 무엇이기도 하다”고 칭찬했다.

비평의 수위가 어찌됐든 가장 궁금스런 대목은 성난 ‘헐크’의 이미지다. <롤링스톤스>의 피터 트래버스는 이 영화에 별 셋을 주면서 오래된 질문부터 시작했다. “15피트에 이르는 거대한 녹색 헐크로 변할 때, 이런 궁금증을 떠올리게 된다. 왜 브루스의 바지는 찢어지지 않을까?” 트래버스는 헐크에게 약간의 아쉬움을 표했다. “헐크의 몸은 중량감이 부족해 보인다. 특히 그가 사막에서 녹색 비치볼처럼 튀어오를 때.”

과학자 브루스 배너 역을 맡은 오스트레일리아 출신의 에릭 바나는 배너가 헐크로 변한 뒤 연기할 필요가 없었다. 녹색 거인 헐크는 컴퓨터그래픽으로 탄생됐으니까. 그런데 실은 그 녹색 거인을 리안이 ‘연기’했다면? 리안은 기술 스탭에게 자신이 원하는 헐크의 액션을 보여주기 위해 커다란 옷을 입고 직접 실연을 했고 이를 카메라로 찍어 활용했다고 <뉴욕타임스>에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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