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감독의 공포영화 <장화, 홍련>이 한국영화 개봉 첫주 오프닝 스코어 기록을 갈아치웠다. 영화사 봄에 따르면 지난 13일 개봉한 이 영화는 주말까지 사흘 동안 전국 77만4천5백명(서울 21만4144명)을 불러모아 <동갑내기 과외하기>의 기록을 깼다. 158개관에서 시작한 영화의 개봉관 숫자는 200개로 늘었고 평일에도 퇴근시간 이후엔 매진 행렬이 계속되고 있다.
<장화, 홍련>은 시골의 기이한 분위기의 목조집을 배경으로 수미·수연 자매와 아름다운 새엄마·무심한 아빠를 통해 인간의 죄의식과 가족이라는 관계가 주는 상처를 드러낸 공포영화. 내러티브를 둘러싸고는 “보고 나도 어떻게 된 이야기인지 모르겠다”는 의견과 논란이 적지 않지만, 영화가 이뤄낸 아름답고 독특한 스타일이 특히 어린 관객들에게 화제가 된 듯하다. 관객의 20% 정도가 중학생이고 예매율의 70%가 여자관객인 것도 이채로운 점이다.
<장화, 홍련>의 기세에 눌리긴 했지만 김승우·하지원 주연의 <역전에 산다>는 주말 전국 30여만명의 관객으로 순조롭게 출발했다. 지난 4월25일 개봉한 <살인의 추억>은 이번 주말께 올 최고흥행작이었던 <동갑내기…>의 기록을 깰 전망이다. 미국내 흥행에 비교할 바는 아니지만 방학철도 아닌 시즌에 꾸준히 관객을 모으고 있는 애니메이션 <니모를 찾아서>도 눈길을 끈다.
이번주 맥스무비의 예매순위 또한 <장화, 홍련>이 54.67%로 압도적인 1위를 달리는 가운데, 새 영화 중 눈에 띄는 작품은 5위에 오른 로완 앳킨슨 주연의 <쟈니 잉글리쉬>다. 영국 워킹 타이틀의 작품들을 보면 항상 감탄하는 바지만 이들은 사람의 유머리듬을 자연스레 타는 재주가 있다. 이런 감각과 서민적인 ‘미스터 빈’ 애킨슨의 캐릭터 때문에 뻔하게 다음 상황이 예상되는 007시리즈 패러디인데도 즐겁다. 마음 따스해지는 드라마를 원하는 사람들이라면 피어스 브로스넌 주연의 <에블린>이 좋을 듯하다. 김영희 기자 dor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