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칸영화제 개막작 <팡팡 라 튤립>의 주인공 뱅상 페레즈(41)가 지난 13일 개막한 프랑스영화제에 참가하기 위해 내한해 16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검정색 재킷에 파란색 셔츠를 입고 회견장에 나타난 뱅상 페레즈는 <팡팡…>의 주인공 청년 팡팡처럼 부드러운 눈빛과 프랑스인 특유의 은유를 섞어 기자들의 질문에 대답했다.
<팡팡 라 튤립>은 자유로운 사고를 가진 청년 '팡팡'의 모험담을 그린 영화. '하룻밤' 관계 때문에 원치 않는 여자와 결혼할 '위기'에 처한 팡팡은 공주와 결혼할 수 있을 것이라는 여자 집시의 이야기를 듣고 군대에 입대한다. 1925년과 1951년에 이어 세번째 리메이크된 영화로 프랑스에서는 널리 알려진 이야기를 원작으로 하고 있다.
페레즈의 이번 방한은 10년 전 영화 <인도 차이나>를 홍보하러 한국을 찾은 이후 두 번째. 당시 방문한 제주도의 해변과 그곳에서 맛본 색다른 음식이 인상적이었다고. 그는 "라틴 민족처럼 따뜻하고 열정적인 사람들이 인상깊었다"며 "한국인은 향락적임에 틀림없다"고 농담을 던지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인도차이나>와 할리우드 영화 <뱀파이어와의 인터뷰>로 알려진 그는 프랑스에서는 인기와 실력을 동시에 갖춘 배우로 인정받고 있다. <시라노>, <팡팡> 등 30여편의 영화에 출연했으며 지난해에는 감독 데뷔작 <천사의 피부>를 내놓기도 했다.
그는 데뷔작에 대해 "10여년간 단편영화를 만들면서 준비한 만큼 내게는 다시 태어났다고 할 정도로 중요한 경험이었다"며 "나의 장점과 단점이 어디 있는지 알 수 있었으며 영화에 대한 열정이 '끓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 큰 수확"이라고 밝혔다.
그는 한국 영화에 대해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과 전수일 감독의 <파괴>를 봤다"며 "한국인의 미적 감각을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프랑스 양국에서 진행중인 자국 문화 보호 노력에 대해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두 나라의 문화 교류에 대해 "남녀가 사랑할 때 일단 서로 다가가서 나눠야 하는 것처럼 이제 상호 차이점과 공통점을 배우기 시작한 단계"라며 "앞으로 100년 넘게 이어질 두 나라의 사랑이 시작되는 순간"이라고 밝혀 박수를 받았다.
<팡팡…>은 최근 프랑스 영화들의 추세처럼 난이도 높은 액션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영화에서 그는 액션 장면을 스턴트맨 없이 직접 소화해냈다. 영화 속 액션의 코미디적 재미를 위해 줄타기, 공중 곡예 등 서커스를 배웠다.
연인으로 출연하는 페넬로페 크루즈에 대해서는 "10년 쯤 전에 개봉되지 않고 비디오로만 공개됐던 한 영화에서 같이 조연으로 출연한 경험이 있다"며 "서로 프랑스인적 기질과 스페인 사람적 개성을 야유하면서 즐겁게 촬영했다"고 말했다.
<퀸 오브 뱀파이어> 등 할리우드영화에 출연한 경험이 어떠했느냐고 묻자 "한동안 프랑스 영화에 집중하기로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정서적, 문화적 측면에서 할리우드에서 자기 자리를 찾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며 "할리우드 영화에 등장하는 '미국적 애국심'이 맞지 않았으며 '프랑스 출신 종마'역할만 들어오는 데 진절머리가 나 한동안 프랑스에서 (연기가) 성숙하는 기회를 갖기로 했다"고 밝혔다.
뱅상 페레즈는 이날밤 관객과 대화와 언론 인터뷰 등을 갖은 후 17일 이한한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