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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화제의 뉴 프로젝트 11편 미리보기 [2]

윤제균 감독의 <낭만자객>

황당한 놈들이 떴다! 얼빵 자객들의 좌충우돌

Director's Story

“그땐, 바보였죠.” <두사부일체>의 첫 촬영이 있던 날, 윤제균(34) 감독은 무척이나 버벅거렸다. 적절한 앵글 사이즈가 뭔지도 잘 모르겠고, ‘레디 액션’ 하긴 했는데 언제 ‘컷’을 불러야 할지도 헷갈렸다. 광고회사를 다니던 시절 틈틈이 썼다가 “현상금에 눈이 멀어” 제출한 시나리오 <신혼여행>이 당선작으로 뽑힌 것이 그때까지 충무로 이력의 전부. 연출수업은 받은 적도 없던 낙하산(?) 감독을 스탭들은 불신의 눈초리로 바라봤다. “뭐, 물어보면 잘 모르겠다고만 하니 스탭들도 황당했겠죠.”

광고회사를 나와 네티즌 펀드 사업체인 엔터펀드에서 일하던 시절, 그는 투자사였던 필름지쪽에서 “요즘 좋은 시나리오 없냐”고 묻자 슬쩍 자신이 쓴 <두사부일체> 시나리오를 밀어넣었고, 급기야 연출까지 맡게 됐다. “촬영하면서 거짓말은 안 했어요. 궁금한 게 있으면 엑스트라한테까지 달려가서 캐물었을 정도니까.” 감독은 “마스터가 아니라 디렉터”라는 지론을 방패막이로 내세운 채 그는 데뷔작을 찍었고, ‘쌈마이 조폭코미디’라는 평단의 공격을 전국 350만명이라는 관객동원으로 가볍게 무마했다. 1년 뒤, 섹스코미디를 기치로 내건 <색즉시공>으로 420만명의 관객을 불러모으며 2차 방어전을 KO승으로 이끈 그는 충무로부터 “적어도 관객을 웃길 줄 아는 이야기꾼”이라는 인증을 받아냈다.

Behind Story

코믹무협물 <낭만자객>이 그의 뇌수에서 잉태되기까지는 2편의 영화가 간접적으로 연루되어 있다. 재수생 신분으로 부산 동보극장에서 보았던 “왕조현의 황홀한 자태가 눈부신” <천녀유혼>이 무협 장르로의 관심을 일깨웠다면, <사무라이 픽션>은 “무협에는 근엄하고 비장한 캐릭터가 등장해야 한다”는 선입견을 일거에 무너뜨렸다. 이 두편의 영화가 자극한 그의 창작욕은 현재 “얼빵하기 짝이 없는 자객들이 처녀 귀신들의 한을 대신 풀어주면서 겪게 되는 좌충우돌”로 정리가 된 상태. “조폭, 학교 가다”(<두사부일체>)라는 설정이나 “우리, 딱 한 시간만 쉬었다 가자”는 카피(<색즉시공>) 등 컨셉이 즉각적으로 드러나는 전작들과는 출발점이 다소 다르다. 그 또한 “전작들의 웃음이 개인적인 경험을 가공해서 관객과 나누는 것이었다면, 이번엔 전적으로 상상만으로 극을 끌고 가야 하니까 부담이 된다”고 말한다. “학교에서 각종 찬조금을 내라고 하던 기억이 상문고 비리와 맞물린 것이나 젤이 없어 요구르트를 바르고 미팅에 나갔던 일화가 머리에 딸기잼을 발라 파리가 꼬이는 임창정의 에피소드로 이어져서 스토리를 만들던 때”와는 웃음을 캐내는 지점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쯤에서 그가 품고 있는 비장의 폭소 전략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일단은 망가진 캐릭터. “여기 나오는 덜떨어진 자객은 장검을 빼들고 고작해야 양파를 써는 일밖에 할 줄 모르는 인간형이다.” 여기에 조선시대 주막형 나이트 주리아나 부킹 장소인 해우소 등 그가 상상으로 지어낸 공간들에서 벌어지는 풍경들을 삽입해 관객의 웃음보를 터트린다는 복안이다. “당시 선남선녀들이 어두워지면 그냥 집에서 잤을 것 같나. 모두들 물레방앗간에서만 만났을 것 같나. 그때라고 무도장이 없고, 사이키 조명이 없을 것 같나” 하는 의구심에 대한 해답을 쥐어짜서 고스란히 영화 속 설정으로 넣었다고. 자객 요이 역으로 김민종을 캐스팅하기 위해 “꽃단장하고 기다리겠습니다”는 애교(?) 섞인 문자메시지도 거리낌없이 보냈다는 윤 감독은 현재 콘티 작업이 끝나면 6월24일부터 촬영에 들어간다. <색즉시공>의 최성국과 진재영도 자객단 두목과 처녀귀신으로 합류할 예정. 총제작비는 35억원으로, 9월까지 촬영을 끝내고 12월에 개봉한다. 매년 연말을 공략하는 이유가 뭐냐고 했더니 “깨지더라도 할리우드 직배영화와 겨루고 싶어서”라고 응답. 글 이영진 anti@hani.co.kr·사진 오계옥 klara@hani.co.kr

제작사

두사부필름

출연 |

김민종, 최성국, 진재영

개봉예정 |

12월

S t o r y

혼돈의 시대. “돈을 위해서라면 살인도 서슴지 않는다”는 자객단은 소문과 달리 어수룩하기 그지없는 인간 군상들의 집합소다. 의뢰인의 청탁은 실수로 인해 물거품이 되기 일쑤다. 특히 뒷구멍으로 자객단에 들어온 요이(要利)는 이름과 달리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다. 자객단은 의뢰를 받고서 정분이 난 김 대감의 첩과 박수무당을 납치하지만, 이번에도 숲속에서 길을 잃고 흉가에서 하룻밤을 보내는 처지가 된다. 그러던 중 자객단의 일원이 처녀귀신들이 호리병에 모아놓은 999명의 눈물을 마시게 되고, 이로 인해 하늘로 오를 방법을 잃어버린 처녀귀신들은 대신 자신들의 원수인 청나라 최고의 검객 미룡을 제거하라는 명령을 자객단에 부여한다.

정초신 감독의 <남남북녀>

남남 로미오와 북녀 줄리엣이 만났다?

Director's Story ]

만약 누군가 정초신 감독의 일거수일투족을 관찰한다면, 그건 현기증나는 일일 거다. 96년 이후 그는 <귀천도> <할렐루야> <미스터 콘돔> <엑스트라> 등에서 프로듀서를 맡았고 부천영화제에서 프로그래머로 활동하더니, 2000년 <자카르타>에선 연출자로 변신했고, 지난해 감독한 <몽정기>는 흥행에서도 큰 성공을 거뒀다. “원래 일을 안 하면 견디지 못하는 체질”이라는 본인의 설명처럼 그는 짧은 기간 동안 숱한 일을 벌여왔고, 지금도 사정은 비슷하다. <몽정기> 이후 <남남북녀>를 맡기까지 그에게 어떤 일이 있었는가를 봐도 이는 쉽게 알 수 있다.

그는 <몽정기> 후반편집을 하는 도중, 명동의 전설적인 건달 이야기를 그린 <명동 신상사>라는 시나리오를 썼다. <몽정기>를 끝낸 직후 준비에 들어갔지만 캐스팅에 난항을 겪었고, 그 와중에 그는 씨네월드 이준익 대표로부터 <황산벌>의 감독 자리를 제안받는다. 이 영화를 놓고 심각하게 고려하던 중, 정초신 감독은 스스로 쓴 또 다른 시나리오 <남남북녀>의 준비가 마무리됐다는 연락을 받는다. 게다가 CJ엔터테인먼트에서는 한국영화 제작관리 업무를 맡아달라고 그에게 정중히 요청하기도 했다. 결국 그는 초등학교 동창이자 제작사 아시아라인의 대표이며 이 영화의 원안자 주종휘씨와의 친분을 비롯해 여러 가지 점을 고려해 <남남북녀>를 선택했다.

Behind Story

<남남북녀>는 남한의 바람둥이 남자대학생과 북한의 모범적인 여자대학생 사이의 사랑을 그리는 로맨틱코미디. 어찌보면 억지스런 설정이지만 정초신 감독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사람들은 삼각논리를 좋아하는데, 이건 사랑문제에선 더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런데 이 영화에선 삼각관계를 설정하기가 어렵다. 그래서 남녀 사이에 제3자 대신 엄청난 장애물을 만들었다.” 그 장애물이란 곧 분단체제를 가리킨다. 요즘 세상에 집안의 반대 때문에 남녀가 갈라진다면 비현실적으로 받아들여지겠지만, 남과 북이라는 상황이 덧붙여진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는 것. 남한 남자의 아버지를 국가정보원장으로, 북한 여자의 아버지를 인민무력부장으로 설정한 것도 이러한 장애를 더욱 강화하기 위해서 세워놓은 포석. “인간이 절대적으로 갈망하는 게 두 가지인데, 그건 사랑과 죽음이다. 죽도록 사랑하는 연인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호소력을 가지게 된다.”

그는 이 영화가 ‘셰익스피어에 대한 채무’와 관련이 깊다고 말한다. 즉 <남남북녀>는 한국이라는 곳과 현대라는 시간을 배경으로 삼은 <로미오와 줄리엣>이라는 이야기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시종 진지하다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관객을 맞이하는 첫 번째 지점은 코미디 요소들이다. “2003년 한국의 관객이 원하는 것은 웃음에서 비롯되는 위안이다”라고 단언하는 정초신 감독은 남북의 문화차이나 남녀의 귀여운 줄다리기 속에서 웃음을 뽑아내되, 결정적인 순간에는 절박한 사랑 이야기를 극적으로 보여줄 생각이다.

스스로를 ‘날가루 감독’이라며 낮춰 부르는 정초신 감독은 만듦새에서도 이번 영화가 전작보다 나을 것이라 전망한다. “연출부 경력 하나없이 <자카르타>를 만들었다. 지금 보니까 온통 실수투성이더라. 연출부 막내가 만든 영화 같더라. <몽정기>는 세컨이, <남남북녀>는 퍼스트가 만든 영화 정도가 될 거고, 아마 4번째 작품에선 내가 진짜 감독이 될 거다.”

4월28일 크랭크인해 한달가량 촬영을 마친 이 영화의 순제작비는 20억원 남짓. 32회차로 예정된 스케줄을 3회차 줄였고 얼마간 더 줄일 수 있을 듯해 거의 예산에 맞출 수 있으리라 전망한다. 앞으로 옌볜 현지에서의 촬영이 남아 있지만, 사스가 재발되지 않는 한 7월 중순쯤 크랭크업해 가을에 개봉한다는 애초 계획은 지켜질 것으로 보인다. 글 문석 ssoony@hani.co.kr·사진 정진환 jungjh@hani.co.kr

제작사

아시아라인

출연 |

조인성, 김사랑

개봉예정 |

가을

S t o r y

소문난 바람둥이 철수(조인성)는 학교는 뒷전인 채 나이트클럽을 전전하며 여자를 꼬셔대는 ‘작업왕’. 한편 북한의 명문 대학생인 영희(김사랑)는 예쁘고 똑똑하기로 소문난 모범생이다. 평생 아무런 관계가 없을 것 같던 두 남녀 사이의 인연은 옌볜에서 발견된 고구려 유적과 함께 시작된다. 본격적인 유적 발굴을 위해 남북한 학생발굴단이 구성되고, 각각 남북의 대표로 뽑힌 철수와 영희는 옌볜에서 운명적인 만남을 갖는다. 우여곡절 끝에 사랑이 시작되지만, 남한 국정원장 아들과 북한 인민무력부장 딸이 쉽게 결혼할 수 있겠는가. 이들의 사랑을 방해하기 위해 남북의 정보요원들이 파견되고, 두 사람은 쫓기는 신세가 된다.

임찬상 감독의 <효자동 이발사>

송강호 이발사가 전할 슬픈 코미디

Director's Story

1995년 임찬상(34)씨는 현재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 명칭이 바뀐 의료보험연합회의 신입직원이었다. 어느 정도 돈을 벌면서 개인 시간도 많이 가질 수 있는 직업이라 선택한 일. 그는 직장을 다니면서 민예총이 주관하는 영화비평강좌를 들었고, 해가 바뀌어 지난해와 똑같은 업무를 다시 시작할 무렵 회사에 사직서를 냈다. 본격적으로 영화연출을 공부하겠다고 결심한 것이다. 1996년 그는 <여고괴담 두 번째 이야기>의 김태용·민규동, <품행제로>의 조근식, 의 이수연 등과 더불어 영화아카데미 13기로 입학했다. 그러나 선뜻 영화아카데미를 선택할 수 있었던 이유가 영화비평강좌 때문은 아니었다. 영문학을 전공하던 그는 군대에 갔다 복학하면서 시네마테크에 드나들었다. 조악한 화질로 복사된 비디오테이프로 상영회를 갖던 씨앙씨에라는 공간에서 임찬상씨는 잉마르 베리만의 초기영화를 처음 만났고 거기서 영화의 또 다른 표현영역을 발견했다. “감독의 사고, 세계관이 드러나는 영화들을 보면서 저런 걸 다룰 수 있구나,하며 놀랐다. 지금은 영화에 대한 생각이 그때와 많이 달라졌지만 영화를 시작한 원동력이 됐던 영화였던 건 분명하다.

” 영화아카데미를 졸업하고 장편시나리오를 준비하느라 2년을 보낸 그는 지인의 소개로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의 연출부로 충무로 현장을 경험했다. “영화를 만들기 위해서는 두 가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시나리오와 현장 경험이 그것이었다.” 연출부로 한 작품에 참여하고 올해 데뷔하게 됐으니 운이 좋은 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는 <효자동 이발사> 시나리오를 쓰기 전, 영화를 포기할까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다. 1년간 매달린 시나리오의 결말을 맺지 못해 스스로 좌절했던 것. “영상원 석사과정 시험을 본 적 있는데 그때 내가 할 영화가 어떤 것인지 쓰라는 문제가 있었다. 온갖 미사여구를 동원해 썼는데 나중에 생각해보니 제대로 영화 한편 만들어본 적 없는 상황에서 그런 말을 썼다는 사실이 너무 부끄러웠다. 영화에 대한 태도를 다시 정립할 기회가 됐다.”

Behind Story

독재자의 서슬이 시퍼렇던 시절, 대통령의 이발사가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코미디로 풀어나갈 <효자동 이발사>는 2가지 다른 계기에서 시작됐다. “어느 날 TV프로그램에서 중국에서 성공한 어느 사업가의 인터뷰를 봤다. 그가 얘기를 하다가 누군가의 육성이 담긴 카세트테이프를 틀었는데 그건 우리가 독재자로 알고 있는 대통령의 목소리였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전 이분 목소리를 들으면서 힘을 냅니다. 좋지 않습니까?’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 세대의 어떤 단면이 스쳐지나갔고 <효자동 이발사>의 시초가 됐다. 다른 하나는 대학 다닐 때 봤던 민가협 부모님들 모습이다. 분명 처음부터 저렇게 의식있는 분이 아니었을 텐데, 자식들이 희생되는 걸 보면서 앞장서서 구호를 외치는 것이었다. 그분들의 생각을 바꾸게 된 것은 오직 부모의 정 때문인 것 같았다.”

그리하여 영화의 주인공은 상반된 모습을 지닌 아버지가 됐다. 대통령은 좋은 사람이라고 무조건 믿고 따르던 아버지는 자식이 위험에 처한 순간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심각할 수도 있는 영화지만 <효자동 이발사>는 코미디다. 로버트 저메키스의 영화를 좋아하는 임찬상 감독은 <포레스트 검프>의 이야기 구조를 빌려 역사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평범한 한 남자의 이야기를 그리려 한다. “전반적으로 밝은 분위기지만 코믹하기 때문에 비극적 순간이 관객에게 더 많이 다가갔으면 한다”는 것이다. 알려진 대로 <효자동 이발사>는 송강호가 주인공을 맡았다. 처음부터 송강호를 염두에 두고 쓴 시나리오인 만큼 지금까지 매우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상황. 8월 중 첫 촬영에 들어가 내년 초에 개봉할 계획이다.글 남동철 namdong@hani.co.kr·사진 이혜정 socapi@hani.co.kr

제작사

청어람

출연 |

송강호

개봉예정 |

2004년 초

S t o r y

청와대 근처 효자동에서 이발사를 하는 성한모(송강호)는 동네 사람들이 이승만 대통령이 훌륭하다면 그냥 그런 줄 아는 순진한 사람이다. 때는 60년대, 이발소 아가씨와 사고쳐서 아들 하나를 얻고 단란한 가정을 이루고 있는 성한모의 이발소에 수상한 남자가 찾아온다. 바로 대통령의 경호실장이다. 우여곡절을 거쳐 성한모는 대통령의 머리를 깎는 이발사가 되고 가장 가까운 곳에서 대통령을 지켜볼 기회를 얻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머리깎는 것을 영광이라고 여겼던 그에게 어찌해볼 도리가 없는 사건이 벌어진다. 자기 손으로 아들을 경찰에 신고해야 할 일이. 성한모는 자신의 아들이 고문으로 망가진 모습을 보며 눈물을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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