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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월간지 `키노` 7월호로 폐간돼
2003-06-11

작가주의 영화를 소개하는 창구이자 영화 마니아들의 길잡이 구실을 해온 영화전문 월간지 `키노'(㈜키노네트 발행)가 27일께 발간될 7월호(지령 99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된다. 영화평론가 정성일씨가 편집 책임을 맡아 1995년 5월 첫선을 보인 키노는 한국의 `카이에 뒤 시네마'(프랑스 영화전문지)를 표방하며 국내외 작가주의 영화를 집중 소개해 마니아의 호응을 받았다.

그러나 멀티플렉스 등장으로 영화 개봉 주기가 짧아지면서 영화전문지 시장의 중심이 월간지에서 주간지로 옮겨간 데다 판매와 광고 부진으로 적자가 누적됐다. 키노네트가 인터넷에 개설한 엔키노닷컴(www.nkino.com)이 회원 200만명을 헤아리는 국내 최대의 영화전문 포털사이트로 성장한 것도 오히려 키노의 명을 재촉했다. 대중지향적일 수밖에 없는 영화 사이트의 성격이 키노의 노선과 상반됐기 때문이다.

키노가 지난 5일 인터넷 게시판(www.nkino.com/community/bbs)을 통해 폐간 방침을 공식 밝히자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를 반대하는 독자 의견이 줄을 잇고 있다. 애독자들은 "책값이 2∼3만원을 하더라도 사볼테니 폐간만은 하지 말아달라"(isaac21), "영화작가의 작품세계를 영화의 역사에 비춰 이해하려 했던 국내 유일의 잡지 키노의 생명력이 끝나가는 이 순간이 너무나 참혹하다"(rose777), "이제야 가치를 느꼈는데 이렇게 보내야 하는 걸까"(gmlditltm) 등으로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www.ohmynews.com) 시민기자 원호성씨도 `월간 키노의 폐간 소식을 접하며-한국의 까이에 뒤 시네마 그 꿈은 사라지는가' 제하의 기사를 8일 오마이뉴스에 게재한 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나 <와이키키 브라더스> 살리기처럼 키노 살리기 운동을 벌이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키노가 너무 전문 분야에 치중하고 글을 어렵게 써 독자의 외면받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창간 때부터 일해온 이연호 키노 편집장은 "소비주의가 판을 치는 영화시장에서 작가주의적 영화잡지가 생존하기 어렵다는 사실을 절감했지만 노선을 수정하는 것은 키노가 그동안 일궈놓은 성과를 부정하는 것이어서 선택할 수 없었다"고 밝혔다. (서울=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