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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변 속 막내린 칸영화제
2003-05-26

제 56회 칸영화제가 거스 반 산트 감독의 <코끼리>를 황금종려상과 감독상 등 2개 부문 수상작으로 내 놓으며 26일 오전(한국시각) 막을 내렸다. 올해 칸영화제의 경쟁부문 초청작들은 현지 평론가들로부터 최근 몇년간 최악의 수준으로 평가받고 있다. <코끼리>의 최고상 수상은 이 영화가 <도그빌>(Dogville), <외적의 침입>(The Babarian Invasion) 등에 비해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한 점을 감안하면 이변이라 할 정도로 의외의 결과다.

<아이다호>, <드럭스토어 카우보이> 등 비주류 영화를 통해 80년대 주목받았던 감독은 <투 다이 포>, <굿 윌 헌팅>, <싸이코> 등으로 할리우드 메인스트림에 합류하는 듯 했지만 <코끼리>를 통해 예전의 실험성과 작가성을 회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코끼리>는 북아일랜드 폭력사태를 다룬 89년 BBC의 동명 영화에서 아이디어를 따왔다. '코끼리'라는 제목은 이 문제가 거실안의 코끼리처럼 무시하기 힘들다는 뜻. 교내 총격사건을 다룬 이 영화는 10대들의 심리나 문제의 원인을 분석하기보다는 총격사건이 일어난 날 학생들의 일상과 감독의 감상, 사건의 관찰 등을 섞어놓고 있다.

2등상인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한 <먼>(Distant)은 터키 출신 누리 빌지 세일란 감독의 이란 영화. 감독은 이스탄불을 배경으로 한 영화에서 황량하고 축축한 겨울 풍경을 통해 도시생활의 고독을 표현해냈다는 호평을 받았다.

이 영화의 두 주인공인 무자페르 오즈미르와 메흐멧 에민 토프락은 남우 주연상 수상자에 공동으로 선정됐으나 토프락은 최근 교통사고로 숨진 바 있어 많은 사람들의 아쉬움을 받았다.

여우주연상은 드니 아르캉 감독의 캐나다 영화 「외적의 침입」에서 마약 공급자로 출연한 마리-호세 크로즈가 차지했다.

심사위원상을 수상한 이란의 여성감독 사미라 마흐말바프의 신작 <오후 5시>(At Five in the Afternoon)도 주목할만 하다. <칸다하르>의 거장 모흐센 마흐말바프의 딸이기도 한 그녀는 지난 2000년에도 <칠판>으로 같은 상을 수상한 바 있으며 베니스 영화제에서 상영되기도 한 (Eleven Minutes, Nine Seconds, One Frame)에 참여하기도 하는 등 주목을 받고 있다.

이밖에 영화제 내내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특별언급(Special Mention)'에 선정된 아프가니스탄 영화 <오사마>까지 중동 지역의 영화들이 강세를 띤 반면 각각 2편과 1편의 영화를 경쟁부문에 진출시킨 일본과 중국의 영화는 수상에 실패해 지난해에 이어 자존심을 구겼다. 프랑수와 오종의 <스위밍 풀> 등 모두 6편의 영화를 경쟁부문에 올린 프랑스가 단 한편의 수상작도 내 놓지 못한 것도 특기할 만한 사실.

한편, 지난해 <돌이킬 수 없는>이나 <볼링 포 콜럼바인> 등의 영화가 논쟁과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영화제를 뜨겁게 달아오르게했던 데 반해 이번 영화제에는 노골적인 구강성교 장면으로 찬반논쟁을 이끌어낸 <브라운 버니>(빈센트 갈로)를 제외하고는 별다른 화제작을 만들어내지는 못했다. 유럽 프리미어 상영된 <매트릭스2-리로디드>나 아놀드 슈워제네거와 함께 칸을 찾은 <터미네이트3> 등이 영화팬들의 환호를 받았다.

장편경쟁부문 심사위원은 심사위원장 파트리스 셰로 감독을 비롯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 여배우 맥 라이언, 중국 감독 장원(姜文), 인도 여배우 아쉬와리아 라이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했으며 지난해 <취화선>으로 감독상을 가져갔던 한국 영화는 올해 장편 경쟁부문에 초청되지 못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