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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 충무로 파워 50 - [4] 31위~40위

31.

김혜준 | 영화진흥위원회 사무국장

영진위의 안살림을 책임지게 되면서 순위가 껑충 뛰어올랐다. “박사 학위를 줘야 한다”는 한 추천인의 재미난 언급처럼, 그동안 한국영화 진흥책 마련에 있어 ‘싱크 탱크’ 역할을 담당했다. 2000년부터 영진위 정책연구실장으로 일하다 올해 초 사무국장에 임명된 그는 “영진위와 영화계의 거리감을 좁히겠다”는 목표 아래 “발로 뛰는 사무국을 만들겠다”며 체질개선 작업 중이다. “1기 때는 위원 구성 등의 내홍으로 사업 심의나 집행에 있어 디테일한 부분들을 놓치고 간 부분이 있다”고 지적한 그는 “위원회가 어느 정도 안정성을 갖춘 만큼 여기에 위원들과 사무국이 보조를 맞춘다면 이를 메울 수 있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 지나온 1년 |

선택을 할 권한이 없어서 답답했는데, 이제는 현실적인 안을 도출하기 위해 때론 타협도 해야 하는 상황이라 스트레스가 쌓인다.

★ 앞으로 1년 |

영화 좀 극장에서 많이 봤으면 좋겠다.

32.

이은 | 감독, 명필름 이사

이은 감독에게 지난 1년은 명필름에만 전념할 수 있었던 원년이다. 영화진흥위원의 임기를 마치고 본업으로 돌아온 그는 명필름의 제작 전반을 총괄하며 내실을 다져왔다. 심재명 대표가 대외적으로 회사의 ‘얼굴’로 활약하는 동안, 그는 살림살이를 챙기고 가계부를 꼼꼼히 적고 있다. 순위가 하락한 것도 <후아유>나 <YMCA야구단> 등이 부진했기 때문만이 아니라, ‘빛나지 않는’ 일을 자청한 탓으로 보인다. 하지만 수익성 제고를 위한 그의 노력은 충무로의 큰 고민을 해결하는 밑거름이 될 것이다 .

★ 지나온 1년 |

회사 내부 조직을 조금 더 효율화하고 영화를 잘 만드는 회사로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아리랑>을 포함해서 그 다음 영화도 기획했다.

★ 앞으로 1년 |

<아리랑> <노근리 다리> 등 준비 중인 영화들을 잘 이끌어야 한다. 제작자로서 흥행에 실패하는 일이 없도록 하는 게 가장 중요한 일이다.

33.

이태원 | 태흥영화 대표

이태원 태흥영화 대표는 지난해 유난히 웃을 일이 많았다. 공적인 차원에선 ‘평생 영화동지’인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과 함께 칸영화제에서 영광을 안았고, 사적인 차원에선 장남 이효승 필름지 대표와 차남 이지승 프로듀서가 합작한 <색즉시공>이 큰 성공을 거뒀기 때문이다. 그의 올해는 새로운 웃음을 거둬들이기 위해 노력하는 한해가 될 전망이다. 임권택 감독과 송능한 감독의 새 영화를 준비하고 있는 그의 입가에 벌써 웃음이 머무는 것은 시네마서비스가 두 작품 모두에 투자키로 결정했기 때문이다.

★ 지나온 1년 |

임권택 감독, 정일성 촬영감독과 <취화선>을 만들어 개봉했고, 상도 받았다.

★ 앞으로 1년 |

임 감독, 송 감독의 새 영화를 만들어야 한다. 두편 모두 올해 중반 안에 시작할 예정이다. 수익을 좀 올리는 것 또한 올해의 목표다.

34.

염태순 | 유니코리아 문예투자 대표

최성민 부사장은 그를 회장님이라고 부른다. 워낙 많은 사업체를 두루 경영하기 때문인데, 따라서 유니코리아의 실질적 운영은 최 부사장의 손에 맡겨져 있다. 영화계의 자금 흐름이 위축됐다고 하지만 그것이 오히려 좋은 기회! 지난해까지는 많아야 한두편을 투자·제작했는데 올해부터는 서너편 정도로 넓힐 만큼 안정적으로 재생산구조를 다져놓고 있다. 홍상수 감독의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는 내년 3월 중순까지 무조건 프랑스 투자사쪽에 프린트를 넘겨줘야 한다. 또 이 영화에 대한 일본 와의 투자협의도 순조롭게 진행 중이다.

★ 지나온 1년 |

지난 4년 동안의 누적 적자가 20억원 정도인데, <오아시스>와 <생활의 발견>을 내놓은 지난해만 따지면 손해는 없었다.

★ 앞으로 1년 |

7월 <싱글즈> 개봉, 연말 <위대한 선수>(가제) 개봉 등 우리가 작가영화만 하는 건 아니다. 그러나 이창동 감독이나 홍상수 감독하고는 계속 파트너십을 유지한다.

35.

명계남 | 배우, 남도영상위원회 운영위원장

연극 <늙은 도둑 이야기>가 4월27일로 드디어 막을 내렸다. 연장공연, 지방공연을 하자고 덤벼들었다지만 이제 정말로 영화일을 해야겠다며 사양했다. 사회참여적 활동이야 그에겐 일상이 된 지 오래고, 전남 광양, 순천, 여수 등 3개 시가 설립하는 남도영상위원회의 운영위원장으로 바쁜 한해를 보내게 생겼다.

★ 지나온 1년 |

죄송한 얘기지만 영화쪽에서 구체적으로 한 일이 없어 부끄럽다. 우리 회사 직원들에게 진짜 미안하다. 그리고 이창동을 뺏겼다.

★ 앞으로 1년 |

이창동을 뺏겼으니 다른 감독을 찾아봐야겠다. 프로듀서로 시작을 하려고 하는데 마침 투자상황도 어렵다고 해서…. 일단 방은진 감독으로 시작한다. 내년에는 영화계에서 돈 많은 걸로 35위 했으면 한다.

36.

박찬욱 | 영화감독

<공동경비구역 JSA>의 흥행감독 박찬욱은 지난해 <복수는 나의 것>으로 자신의 목표가 관객 수에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밝혔지만 그를 신뢰하고 지지하는 영화인은 여전히 많다. 지난해보다 4계단 밀려나긴 했으나 그간 새 작품이 없었음에도 여전히 높은 순위에 랭크된 이유는 완성도 높은 흥행영화에 관한 한 박찬욱 감독이 어떤 기준을 만들었기 때문인 걸로 보인다. 최민식이 주인공으로 캐스팅된 신작 <올드 보이>는 동명의 일본 만화가 원작인 영화. 멀쩡한 20대 남자가 어느 날 갑자기 어딘지 모를 건물 한구석 밀실에 갇혀 10년을 살다가 나와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한 자를 찾아나선다는 이야기.

★ 지나온 1년 |

<복수는 나의 것> 이후 지난해 여름부터 배우 최민식을 만나 <올드 보이> 준비작업에 들어갔고, 인권영화 프로젝트로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라는 단편영화를 찍었다.

★ 앞으로 1년 |

<올드 보이>는 5월12일 크랭크인해 11월에 개봉할 예정. <믿거나 말거나, 찬드라의 경우>가 포함된 인권영화 프로젝트 <여섯개의 시선>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관객에게 처음 공개될 예정.

37.

오지철 | 문화관광부 차관

관료에 대한 영화계의 ‘이물감’은 큰 편. 엘리트 코스를 거쳐, 20년 넘게 ‘녹봉’ 받은 오 차관은 그 점에서 ‘예외’에 속한다. “공무원답지 않은 감성과 소신”으로 영화진흥법 개정, 영화진흥금고 재원 마련 등 DJ 정부 시절 문화행정의 실무를 묵묵히 도맡아온 그에게 보내는 충무로의 신뢰는 두텁다. 지난해 기획관리실장으로 일하면서 잠시 순위에서 모습을 감췄지만, 차관 승진으로 문화정책 조율사 직무를 떠맡으면서 재진입했다. 이창동 감독과 ‘키스톤 콤비’를 이룰 것으로 기대한다는 추천인들이 많았다.

★ 지나온 1년 |

사실 지난 1년 영화쪽에 많은 신경을 쏟지 못했다. 하지만 관심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특히 전산망 사업은 마무리짓지 못한 것이라 항상 마음이 쓰였다.

★ 앞으로 1년 |

우리 영화의 내실있는 발전을 위해 저예산, 독립, 예술영화 진흥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어떤 상황이 오더라도 흔들리지 않는 기초를 다지는 데 도움이 됐으면 한다. 영화계에선 시스템 합리화에 관한 논의가 많은데, 말뿐 아니라 실제로 잘 진행됐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38.

유인택 | 기획시대 대표

리모델링 3년째다. <방아쇠>를 제외하고 현재 진행 중인 다섯편의 영화가 모두 상업성 짙은 코미디일 만큼 회사의 ‘체질’이 달라졌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과 <이재수의 난>을 만들었던 제작사의 이미지를 털어내는 걸 오히려 반기는 분위기다. 5월에 결성할 예정인 50억원 규모의 투자조합이 성공적으로 끝나면 구멍가게식 프로덕션이 아니라 벤처형 기업으로 변신하는 계획에 마침표를 찍는다고 보고 있다. <해적, 디스코왕 되다> 와 <일단 뛰어!>는 무난한 성과를 거뒀다고 자평하고 있다.

★ 지나온 1년 |

주주나 투자자에게 실적을 못 내서 굉장히 부담스러웠고, 영화계가 위기를 맞은 듯해서 걱정이 많은 한해였다.

★ 앞으로 1년 |

고비를 넘기고 경쟁력 있는 영화들이 줄줄이 제작될 거라서 좋은 성과를 기대한다.

39.

차승원 | 배우/NEW

지난 한해, <광복절특사> <라이터를 켜라>의 흥행 성공에 이어 올해 <선생 김봉두>까지 차승원은 막힘없는 한해를 보냈다. 이름을 올리지 못했던 지난해까지에 비해, 40위권 내로 도약한 올해의 순위는 배우로서의 차승원의 입지가 어느 정도 상승했는지를 입증한다. 남들은 농담삼아 “번갯불에 콩 구워 먹었다”, “코미디 또 하냐” 하는 식이었지만, 나름대로의 “선택과 계획”이 결실을 맺은 셈이다. 차승원은 여전히 “장르 콤플렉스에는 신경쓰지 않는다”고 말한다. 지금은 이런저런 시나리오를 보며 차기작을 준비 중이다. 만약 마음에 드는 코미디가 눈에 띄면 주저없이 출연을 결정할 수도 있다는 말이다.

★ 지나온 1년 |

남들이 생각하는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주관적인 기준을 따랐던 것이 성공요인이라고 생각한다.

★ 앞으로 1년 |

더 신중을 기할 것이다. 신중을 기한다는 것은 몸을 사리지 않겠다는 걸 의미한다. 흥행에 상관없이 “말 되는 영화”에 출연할 것이다.

40.

이춘연 | 씨네2000 대표·영화인회의 이사장

23계단이나 떨어졌다. <서프라이즈> <중독> 등 제작자로서 의욕을 보였던 작품들이 흥행에서 별 재미를 못 본 것이 순위 하락을 불러왔다. 여기에 정책 관련 인사들이 대거 순위에 진입하면서 표를 나눠 가진 것도 작용한 듯. “남들 안 하는 거 해보려다 실패했다”면서 그는 “지난해 너무 기대가 높았던 것 아니냐”며 웃는다. 얼마 전 촬영에 들어간 <여우계단: 여고괴담 세 번째 이야기>는 그에게 남다른 작품. ‘프로듀서 이춘연’으로 복귀한 작품이기 때문이다. 요즘 그는 촬영현장에서 걸쭉한 입담으로 스탭들과 배우들을 독려하는 일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 지나온 1년 |

관객의 취향과 기호를 잘못 읽었다.

★ 앞으로 1년 |

<여고괴담> 시리즈는 할 때마다 재밌다. 무궁무진한 이야기가 거기서 나오는 것이나 때묻지 않은 신인배우들 발굴하는 일이 그렇다. 전에도 그랬지만 잘돼서 나중에 10편까지 가는 장수 시리즈가 됐으면 한다.

이창동, 40여 계단 껑충

정책 파워

지난해 하위권으로 처지거나, 아예 순위권 바깥으로 밀려났던 정책부문 인사들이 일제히 ‘점프’했다. ‘간섭 대신 지원’이라는 큰 틀 아래 ‘산업과 문화의 공존’이라는 정책 패러다임은 DJ 시절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새 정부 출범과 발맞춰 세부정책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나타났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지난해 44위에 랭크됐던 이창동 감독이 무려 40여 계단을 뛰어오르며 3위에 랭크된 것은 예상을 뛰어넘는 ‘사건’. 어떤 이는 추천 촌평에 “주요 정책들을 결정하는 문화부 장관”이라고 썼지만, 문화부 장관이 보통 차지하는 순위가 20위권이었음을 감안하면, 이 장관이 영화인회의, 스크린쿼터문화연대 등의 단체에서 정책위원장직을 도맡으며 각종 제언들을 내놓은 경험이 플러스α로 작용한 듯하다. 오랜 경험으로 꼼꼼한 일처리가 돋보인다는 평가를 받아온 오지철 차관 또한 37위로 순위에 재진입했다. 공식 직책은 없지만 한국영화 정책에 꾸준한 대안을 제시해온 문성근씨와 명계남씨도 각각 18위와 35위에 포진했다. 각종 내홍에 휘말리며 심지어 지난해에는 순위 바깥으로 추락했던 전 위원장과 달리 영화진흥위원회 이충직 위원장은 26위에 이름을 올리며, 2기 위원회의 수장으로서 지난 1년 동안의 활동에 합격점을 받았다. 김혜준 영진위 신임 사무국장이 31위로 상승한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영진위 정책연구실장으로 일할 때는 스크린쿼터감시단, 한국영화연구소 등 ‘재야’ 때보다 공식 발언의 기회가 적어 순위가 비교적 하위권에 머물렀지만 사무국 책임자로 올라서면서 순위가 상승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