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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길수 감독 5년만에 ‘짠’
2003-04-29

장길수 감독이 <실락원> 이후 5년 만에 내놓는 신작 <초승달과 밤배>가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다. 27일 전주 아카데미아트홀에서 상영된 이 영화는 관객의 웃음과 눈물이 한데 섞인 좋은 반응을 얻었다. 정채봉의 동명소설을 원작으로 한 <초승달과 밤배>는 원작에서 청소년기까지 이어지는 주인공 남자 아이 ‘난나’의 성장기를 10대 초반까지로 끊고 난나와 여동생 ‘옥이’의 관계를 중심으로 풀어간다. 70년대 개펄 마을에서 부모 없이 할머니와 함께 사는 가난한 어린 남매의 사연이 슬픈 건 말할 나위 없지만, 영화의 더 큰 미덕은 서둘러 권선징악이나 고진감래의 교훈을 끌어내려 하지 않는 데에 있다. 자칫 신파로 흐르기 쉬운 에피소드들을 맺고 끊는 연출이 리듬감 있고, 특히 옥이 역을 맡은 10살짜리 한예린양의 놀라운 연기력은 벌써부터 충무로에 입소문이 퍼진 상태다.

1970년대 개펄마을 가난한 어린 남매가

할머니와 함께 산다‥울면서 웃으면서

85년 데뷔한 뒤 98년까지 13년 동안, <추락하는 것은 날개가 있다> <은마는 오지 않는다> 등 12편을 만든 장길수 감독에게 5년의 공백은 아무래도 뜻밖이다. “오래 전에 정채봉 작가를 만나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겠다고 했다. <실락원> 마친 뒤 이제는 이 영화를 할 때라고 생각했는데, 돈이 안 돼 보이는 아이템이었던 모양이다. 제작자, 프로듀서들을 만났지만 답이 시원치 않았다.” 마침 2000년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담보 없이 제작비를 지원해주는 제도가 생겼다. 장 감독은 여기에 응모해 4억원의 지원을 받고, 직접 ‘시네마 시스템’이라는 제작사를 차렸다. 그러나 4억원으로 장편영화를 찍는 건 불가능한 일이었고, 시간이 더 흐른 끝에 신씨네가 공동제작사로 합류하면서 나머지 제작비를 끌어왔다. 2002년 3월부터 시작한 30회 초긴축 촬영과 캐스팅에 들어간 순제작비가 11억원. 강부자, 기주봉, 양미경씨 등이 거의 차비에 불과한 출연료로 비중있는 조역을 맡아줬다.

두 아역배우는 오디션으로 뽑았고, 난나의 담임선생님을 맡은 장서희씨는 장 감독이 직접 찾아가 캐스팅했다. “주변의 추천도 있었지만 장서희씨가 연기를 잘해서였다. <인어아가씨>로 장씨의 인기가 급상승하기 전이었다. 지금 같으면 캐스팅이 어려웠겠지. 영화에서 장씨의 연기도 좋았고, 행운이었다.” 기지촌 문제 등 공동체와 개인의 갈등을 주로 다뤄온 장 감독의 방향이 바뀌는 걸까. “나중에 보니까 <아버지> <실락원>부터 이 영화까지 최근 세편이 가족을 다루고 있더라. 그러나 다음 영화는 다시 기지촌 문제다.”

전주/임범 기자 isman@hani.co.kr